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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특례상장제도 점검]자본시장 '저변확대' 주도...여전한 숙제 '기술평가 정교화'①거래소 주도 급성장, 연평균 17개사 특례상장...요건충족 이후 상장폐지되기도

안준호 기자공개 2023-01-20 13:10:06

[편집자주]

코스닥 특례상장 제도는 국내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방향성에 대해선 늘 격론이 오간다. 자본시장의 성장 엔진이 되었다는 긍정론도 있는 반면 부실 기업을 낳은 우회 상장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더벨은 도입 18년을 맞은 특례상장 제도의 현황을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6일 13: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특례상장 제도'는 새내기 기업의 증시 진입을 돕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각종 신규 요건이 신설되며 IT·플랫폼 등 성장기업,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제조업까지 혜택의 영역을 넓혀왔다. 자본 순환과 기업 자금조달 과정에서 이룩한 공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례상장 기업 일부가 상장폐지 판정을 받는 사례도 나타나면서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전 심사격인 기술성 평가에 대한 의구심도 끊이지 않고 있다. 거래소 역시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평가 제도를 손보는 등 개선에 착수한 상태다.

◇유명무실했던 특례상장2015년 '변곡점' 지나 급성장

코스닥 특례상장 제도는 지난 2005년 금융당국의 기술평가 제도 도입과 함께 신설됐다. 거래소가 쥐고 있던 기술 평가 권한을 외부 기관에 이전하고, 이를 통과한 기업에 대해선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골자였다. 대상 기업은 정부가 지정한 '차세대 성장동력 업종'에 국한됐지만, 사실상 바이오 기업이 주된 대상이었다.

도입 초기 성장은 더뎠다. 도입 후 1년여 간 크리스탈지노믹스, 바이오니아, 바이로메드(현 헬릭스미스) 등 신약개발 기업이 상장했지만 이후 특례상장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은 연간 2~4개사에 머물렀다. 기술성평가 통과 이후에도 전문가 심사를 별도로 거치고, 외부 투자유치 실적이 있어야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걸림돌로 꼽혔다.

존재감이 사라졌던 특례상장 제도는 도입 10년차인 2015년 변곡점을 맞이했다. 한국거래소는 당시 기술특례 기업 상장을 촉진하기 위해 기술기업상장부를 신설했다. 증권사 IPO 부서 등을 통해 후보군을 직접 추리고, 연내 20개 이상의 특례상장 기업을 상장시킨다는 목표치도 제시했다. 실제로는 목표치에 모자란 12개사만 상장을 마쳤지만, 이 역시 제도 도입 후 누적 상장 규모(15개사)에 육박하는 성과였다.

◇2021년 31건으로 역대 최대 건수…업종 다변화도 성공

2015년 이후 특례상장 제도는 질과 양 모두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2017년 전후 상장 트랙이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 특례상장), 성장성 요건 상장으로 다양화되며 문호가 넓어졌다. 이에 힘입어 2018년 특례상장 기업은 21개사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특례상장 건수는 2019년 22건, 2020년 25건, 2021년 31건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2022년 특례상장 기업은 28개사로, 지난 18년간 총 171개사가 특례상장 제도를 이용해 증시에 입성했다.

특히 2022년은 전년 대비 규모는 줄었지만 질적 성장이 두드러졌다. 2019년 소부장 특례가 신설되며 바이오 업종에 더해 IT, 소부장 기업으로 다변화가 이뤄졌다. 지난해에만 11개사가 소부장 특례를 이용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며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심이 꺾였지만, 기술력과 업력을 갖춘 소부장 기업들이 대신 자리를 차지했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성공적으로 자본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나 실적도 중요하지만 '스토리'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며 "소부장 특례가 마련된 이후 그간 증시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제조업 기반 중소형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술평가 놓고 '갑론을박' 여전…거래소, 평가모델 마련 골몰

다만 성장세가 큰 만큼 그림자도 짙어졌다. 특례상장 기업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적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상장폐지 기로에 놓이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상장한 신라젠은 대표적인 사례다. 항암 치료제 펙사벡을 무기로 지난 2015년 상장했지만 임상 3상에서 효능 입증에 실패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후 경영진의 배임·횡령 사건까지 겪으며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10월 2년5개월 만에 거래가 재개됐으나 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평가다.

기술성 평가 과정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과 사업성에 대한 평가가 보다 엄밀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특례상장 기업 중 상당수는 상장 후 장기간 지난 후에도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기술력을 매출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며 "상장요건인 기술성 평가의 역량과 특례상장 기업과 관련한 투자자 보호가 보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기술성장기업에 대한 평가는 23개 전문기관 중 거래소가 지정한 2개 기관에 의해 이뤄진다. 문제는 각 기관마다 역량이 달라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기관별 성향이 드러난다는 지적도 종종 제기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바이오 기업을 평가 사례를 살펴보면 기관별 평가 성향과 방식에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며 "평가 결과가 무조건 같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역량과 평가방식에 엄연히 차이가 있다 보니 기업에서는 어떤 기관이 지정될 것인지 마음을 졸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제도가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 것에 비해 평가방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도 문제다. 특례상장 신청 기업은 바이오 이외에도 인공지능(AI), 플랫폼, 소부장 기업으로 넓어지고 있으나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역시 이를 고려해 지난해 '표준 전문평가모델' 개발에 나섰다. 현재 평가모델은 개발이 완료된 이후 올해 초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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