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그리는 글로벌 3.0]포시마크 상장 폐지 '왜'…노림수는②사업구조 재편·PMI 작업 '집중'…커뮤니티 확대·이용자 증가 '초점'
이지혜 기자공개 2023-01-19 12:46:09
[편집자주]
2022년 4월 네이버가 '글로벌 3.0'을 새 비전으로 선포했다. 최수연 대표이사가 네이버의 수장으로 선임된 지 약 반년 만에 내놓은 비전이다. 동시에 네이버는 2027년까지 이용자 수 10억명, 매출 1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포시마크 인수는 네이버 글로벌 3.0의 상징적 딜로 꼽힌다. 네이버 사상 최대 빅딜인 만큼 C2C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내보였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왜 글로벌 3.0의 핵심전략으로 C2C를 바라봤을까. 네이버의 글로벌사업 비전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7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가 포시마크(Poshmark)의 나스닥 상장을 폐지하고 지분 100%를 인수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기업 인수합병(M&A)에서 흔한 사례는 아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주식은 제외하고 경영권 지분만 인수하면 더 낮은 비용으로 M&A를 진행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네이버는 포시마크의 경영권 지분 외 주식까지 모조리 사들였다.포시마크의 사업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실적 개선이나 주가 부양 등에 힘을 쓰는 대신 네이버의 글로벌 C2C(개인 간 거래)전략에 맞춰 포시마크의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추정된다.
네이버는 포시마크를 글로벌 3.0의 상징이자 글로벌 C2C(개인 간 거래)사업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만큼 네이버와 포시마크의 PMI(인수 후 통합) 작업의 효율성과 속도가 강조될 수밖에 없다. 동시에 네이버가 포시마크의 강점인 커뮤니티 활성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풍부한 유동성 활용해 PMI 효율성 제고
17일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포시마크가 미국 시간으로 1월 4일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됐다. 포시마크가 2021년 1월 14일 나스닥에 상장한 지 약 2년 만에 비상장사로 되돌아간 셈이다.
네이버가 포시마크의 지분을 100% 인수한 결과다. 네이버는 특수목적법인 Proton Parent를 통해 포시마크 지분 100% 인수하는 절차를 1월 5일 마쳤다. 네이버가 포시마크 지분 인수에 들인 금액은 모두 1조6673억원에 달한다. 당초 2조3000억여원을 투입할 예정이었던 것에 비해 금액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적잖은 수치다.
네이버가 거금을 감수해가며 포시마크의 지분을 100% 인수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M&A를 진행할 때 상장사인 피인수 기업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것이 흔치만은 않은 사례라서다. 지분을 30~40% 이상만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라도 경영권을 얻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포시마크 PMI 작업의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로 해석한다. 증권업 관계자는 “네이버가 포시마크가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비상장사로서 인큐베이팅을 진행할 것”이라며 “유동성이 부족하지 않은 만큼 포시마크에 네이버의 DNA 등을 이식하고 사업경쟁력을 제고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편이 더 좋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투자가 아니라 포시마크 지분을 100% 인수한 이유는 북미 시장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커뮤니티 활성화 집중, ‘볼륨 키운다’
네이버가 실적이나 주가 등에 신경쓰는 대신 포시마크의 이용자 수와 매출을 늘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포시마크를 전초기지로 삼아 글로벌 C2C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포시마크도 결국 이커머스 사업자이기에, 판매자와 사용자가 많을수록 수익을 늘어나는 구조"라며 "네이버가 포시마크의 커뮤니티를 육성하는 등 볼륨을 키워 기업기치를 끌어올린 뒤 재상장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포시마크는 북미에서 의류, 액세서리 등 중고 패션부문에서 1위에 올라 있으며 활성 이용자수는 8000만 명, 활성 판매자 수가 450만 명에 이른다. 연간 매출 증가율도 25%를 웃돌 정도로 성장성이 좋다. 포시마크는 2020년 흑자전환에 성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지만 2021년부터 확장 전략으로 선회, 마케팅 비용이 늘어 다시 손실을 봤다.
이런 상홍에서 네이버가 주주나 주가를 의식해 무리하게 적자폭을 줄이려고 애쓰기보다 차라리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함으로써 포시마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고 한다는 의미다.
이는 마니시 샨드라 포시마크 CEO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샨드라 CEO는 13일 포시마크 인수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를 인수주체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네이버의 전문성과 기술력, 시장지위는 우리의 성장을 도울 것”이라며 “비상장사로서 장기적 관점에서 커뮤니티를 성장시키고 성장전략을 유연하게 실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포시마크에 도입하는 포시렌즈나 두 기업이 기술적 협력으로 고도화할 예정인 포시 쇼 등도 결국 이용자를 늘리는 데 목적이 있다. 트레이시 선 수석 부사장은 포시 쇼 등 기술을 소개하며 “구매자와 판매자가 쉽게 참여하고 끈끈한 커뮤니티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커뮤니티 등 이용자 확대는 네이버의 C2C 사업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포시마크 인수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 동남아 등을 아우르는 C2C 플레이어로 발돋움했다. 전세계에서 C2C 사업 영역이 이토록 넓은 것은 네이버뿐이다.
포시마크는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성장성도 좋은 만큼 네이버가 PMI 작업을 서두르고 이용자를 더 확대해 C2C 사업의 구심점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포시마크 흑자 전환 시점은 2024년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포시마크와 활발히 소통하고 있으며 딜 클로징 이후 네이버의 다른 C2C 자회사 등과 협업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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