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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루하PE 대표 "랩지노믹스, 국내 바이오의 해외 진출 플랫폼 목표" [thebell interview]'약사 출신' 제약 바이오 한 우물, 펀딩 혹한기 속 랩지노믹스 딜 클로징

김지효 기자공개 2023-01-20 08:28:03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9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자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분자-유전자 진단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과 저희의 전략에 대한 지지를 바탕으로 어려운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이 결단을 내려줬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루하프라이빗에쿼티(이하 루하PE)를 이끌고 있는 이종훈 대표는 더벨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투자 혹한기에 랩지노믹스 자금을 모으기 위해 투자자들을 어떻게 설득했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루하PE는 최근 랩지노믹스 경영권 인수를 마치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투자 혹한기에 진행된 1200억원이 넘는 딜인 데다 바이오 섹터에서는 흔치 않게 전략적투자자(SI) 대신 PE가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업계가 주목했다. 루하PE가 2021년 설립된 신생 하우스이고 두 번째 투자에서 바이아웃을 성사시켰다는 점도 이목을 끌었다.

이 대표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랩지노믹스 인수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투자자들과 오랜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랩지노믹스를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며 “사명감을 가지고 랩지노믹스를 키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약 바이오 섹터 한 우물, 기업 보는 안목 길러

이 대표는 여러 직업을 거치면서도 제약 바이오 섹터 한 우물만 팠다. 약사 출신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 벤처캐피탈리스트, 사모펀드운용사 대표까지 직업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그의 관심 분야는 줄곧 제약 바이오였다.

벤처캐피탈을 경험한 이후 하우스를 꾸리면서 VC에서 투자한 기업들을 계속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이 대표는 “많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머니타이징(수익 창출)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 항상 고민을 해왔다”며 “그동안 투자해왔던 바이오 분야 벤처기업들이 각자의 콘텐츠를 상용화하고 국내시장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랩지노믹스는 이 대표의 고민에 답을 줄 수 있는 기업으로 낙점됐다. 랩지노믹스는 국내 유전자진단(DTC)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태아 DNA 선별검사(NIPT)인 ‘맘가드’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회사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기술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유전자 진단 시장이 국내외에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랩지노믹스의 기술력은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 같은 결정은 제약 바이오 섹터를 오래 몸담으며 꾸준히 시장과 기업을 분석했기에 가능했다.

때마침 닥친 코로나19 위기는 랩지노믹스가 가진 기술력을 해외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코로나19 검사 키트를 통해 품질이 동등하면서도 가격 경쟁력 있는 국내 기업들의 제품들이 전 세계에 알리려지면서 향후 해외 유전자 진단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봤다.

이 대표는 “국내 유전자 진단 시장이 아직 크지는 않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크게 성장하고 있다”며 “유전자검사는 핀테크,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의 분야에서 개인에게 특화된 헬스케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든든한 동지들의 지지, 혹한기 뚫고 딜 클로징 성공

이번 딜은 이 대표를 결정을 지지해주는 ‘동지’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번 딜의 투자자들과 랩지노믹스 최대주주인 진승현 대표는 제약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알고 있던 동지들이다. 이 대표는 “애널리스트를 시작하고 기업 탐방을 다니면서 당시 판교에 둥지를 틀었던 제약 바이오 기업 경영자들을 많이 만났다”며 “진 대표와도 당시 만난 이후로 오랜 시간 한국의 진단기업 성장에 대해 논의하고 컨설팅해주던 관계였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을 키우기 위한 이 대표의 오랜 고민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설득은 필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대표가 그리는 방향성에 대해 큰 지지를 보내줬다.

든든한 아군들이 있었지만 펀드레이징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투자 혹한기가 거세진 탓이다. 당초 계획보다 경영권 인수 계약 종결을 2번이나 미뤘다. 계획보다 지연되면서 계약 자체가 파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업계에서는 나왔다. 하지만 칼바람도 이 대표와 지지자들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전략적투자자(SI)들도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다. 루하PE가 경영권 인수를 밝힌 지난해 8월 이후 랩지노믹스는 9곳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굿닥·인트인·에이비온·큐리옥스·지니너스·엔젠바이오·록원바이오융합연구재단·휴먼스케이프·메디클 등이다. MOU를 맺은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SI로 참여해주면서 힘을 보탰다.

참여 의사를 보였던 일부 SI가 출자에 어려움을 밝히면서 최종 계약 규모는 기존 1841억원에서 1227억원으로 줄기는 했지만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이 대표는 “업무협약을 맺지 않은 기업 가운데 추가로 SI로 들어온 기업들도 있다”며 “이들과 추가로 업무협약을 맺어 사업적으로도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랩지노믹스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해외 진출 플랫폼으로”

이 대표는 랩지노믹스를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랩지노믹스의 유전자 진단 기술에 여러 바이오 기업들이 가진 콘텐츠를 얹어 동반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MOU를 맺은 기업들은 제약 바이오 기업이지만 세부 섹터는 모두 다르다”며 “이들의 콘텐츠를 랩지노믹스와 융합해 매출화하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겨냥하고 있는 해외시장은 미국이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미국 실험실표준인증연구실(클리아랩, CLIA Lab)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클리아랩은 미국 FDA가 인증한 실험실을 말한다. 클리아랩을 이용하면 FDA 인허가 없이 미국시장에 진단 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이밖에도 이 대표는 랩지노믹스의 공동대표로, 오세진 루하PE 상무를 랩지노믹스 CFO로, 미국 법인장으로 한 명을 파견해 랩지노믹스를 지원한다. 이 대표와 함께 랩지노믹스를 이끌 전문 경영인은 제약 바이오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섭외를 마쳤다.

이 대표는 앞으로 ‘헬스케어특화 PE’라는 루하PE의 장점을 더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헬스케어 영역을 단지 제약 바이오에만 국한하지 않고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넓혀 다양한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사명인 '루하'는 한자어다. 실 루(縷) 클 하(嘏), ‘실이 길고 실타래가 크다’는의미를 담았다. 이 대표는 “루하라는 이름처럼 투자업계에서 길고 굵게 이름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루하프라이빗에쿼티(PE) 로고.
◆이종훈 루하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이력

△2007년 중앙대학교 약학과 졸업
△2011년 대신증권 제약 바이오 헬스케어 애널리스트
△2013년 미래에셋증권 제약 바이오 헬스케어 애널리스트
△2015년 SV인베스트먼트 바이오 헬스케어 심사역
△2021년 루하프라이빗에쿼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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