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호 키맨 지형도 변화]'2인자·차기 회장 후보' 전중선 사장의 갑작스런 퇴임, 왜?②재무개선 1등공신, 지주사 전환까지 성과냈는데…23년 3월 임기 종료 확정
박기수 기자공개 2023-01-27 07:41:16
[편집자주]
'포스코 회장 잔혹사' 이야기를 꺼낼 시기가 왔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임기는 약 1년이 남았지만 정권 교체와 맞물린 전임 회장들의 중도 퇴임 역사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이 경제계 신년회에 이례적으로 불참하고,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포스코 회장직의 연임 행태를 비판하는 등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 와중에 최 회장은 본인의 남은 임기 1년을 함께할 사장단 인사를 파격 단행했다. 차기 회장 후보로 지목됐던 인물들 중 누군가는 자리를 지켰고, 누군가는 자리를 옮겼다. 아예 짐을 싼 사람도 있다. 최 회장과 포스코의 의중은 무엇일까. 더벨이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0일 14:0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장을 제외한 포스코의 사내이사 임기는 통상 1년이다. 1년마다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고 사내이사진에 오른다는 의미다. 포스코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전중선 사장(사진)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 3월 처음으로 포스코 사내이사진에 올랐던 전 사장은 매년 사내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최정우 회장의 포스코 1기를 함께했고, 2기 역시 사실상 대부분 기간을 함께한 동반자였다. 최 회장에 이은 '2인자'로 거론되며 차기 CEO 후보로 평가받기도 했다.그랬던 전 사장이 올해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최 회장의 임기가 1년 남은 현 시점에서 항상 '연임'됐던 전 사장은 CFO 자리를 내놓고 올해 3월까지 사내이사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1987년 포스코에 입사한 후 약 36년 간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임원의 선임도 아닌 퇴임에 뚜렷한 이유나 명분이 드러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장의 추측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전 사장의 퇴임은 특히나 뚜렷한 이유나 명분이 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전 사장이 현 직책을 수행하기 시작한 시점(2018년)을 거론하며 오랜 기간 재직했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다만 장기 재직 기간이 퇴임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찝찝한 구석이 있다.
신임 CFO로 선임될 정기섭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는 전중선 사장보다 1살 많은 1961년생이라 '세대교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전 사장이 CFO로서 제대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최정우號 포스코의 '핵심'…CFO 역할도 합격점
전중선 사장은 사내이사로 올랐던 2018년 이후부터 포스코 내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포스코 핵심 전략기구인 '가치경영센터장'을 비롯해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에 참여했다. 심지어 2020년까지는 사외이사와 회장을 제외한 사내이사들의 선임에 관여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추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정우 회장 1기의 마지막 해였던 2020년부터는 글로벌인프라부문장까지 도맡으며 포스코의 생존 전략으로 내걸었던 '비철강 사업 부문'을 직접 총괄하기도 했다.
최 회장 2기가 시작됐던 2021년에는 이추위에서 재정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재정위원회는 포스코 내부 가치와 재무적 건전성에 관한 정책을 입안하는 곳이다. 이 시기 포스코가 단행했던 중대한 재무 이벤트가 바로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이다. 2021년 말 포스코는 지주사 전환을 선언하고 작년 3월 1일로 포스코홀딩스가 탄생했다. 전 사장은 지주사 전환 과정을 직접 이끌었던 인물이었다.
포스코홀딩스 출범 이후 전 사장은 포스코홀딩스의 대표이사로도 취임해 최 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이뤘다. 경영전략팀장 역할과 철강·친환경인프라·재무팀을 총괄하면서 CFO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지주사 등기임원으로서 포스코인터내셔널·건설·에너지·ICT 등 주요 계열사들의 현안을 직접 챙겼다는 의미다.
전 사장이 CFO 역할을 시작한 2018년 이후 포스코의 '숫자' 역시 긍정적이다. 별도 기준 2018년부터 작년 3분기 말까지 순차입금/EBITDA가 모두 0배 미만이다. CFO를 맡는 동안 계속 '순현금' 상태를 유지했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철강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포스코는 굳건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2020년 2월 일본제철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하향하고 신용등급 전망에도 '부정적'을 달았다. 이어 5월에 아르셀로미탈의 신용등급도 Baa3에서 투자주의 등급인 Ba1 등급으로 하향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Baa1(안정적) 등급을 유지했다. 불황 속 크레딧 방어는 CFO로서 분명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작년 심지어 포스코는 국제 신용등급이 'A급'으로 상승했다. 작년 6월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포스코홀딩스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A급 복귀는 10년 만에 이뤄낸 포스코의 쾌거였다.
◇가치경영실 초대 멤버, 재무개선의 '산 증인'
전 사장은 최 회장 이전 전직 포스코 회장이었던 권오준 전 회장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인물이었다. 2012년 상무로 승진해 원료구매실장을 맡고 있던 전 사장은 2014년 경영 혁신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인 '혁신 포스코 1.0'에 참여한다.
이후 권 회장이 회장에 취임하고 신설한 포스코 컨트롤타워 격인 '가치경영실'에 권 사장이 기획팀 간사로 낙점됐다. 과도한 차입금으로 부채 부담이 가중됐었던 포스코의 재무상태표가 개선되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부터다.
전 사장은 이후에도 포스코의 요직에 있었다. 2015년 미얀마 가스전 매각 건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당시 대우인터내셔널)과의 잡음이 생겼을 때 해임됐던 가치경영실장의 직무대행으로 전 사장이 나섰던 바 있다. 이후 2016년 전무 승진과 함께 경영전략실장을 맡다 2017년 포스코스틸리온(당시 포스코강판) 대표이사를 거쳐 2018년 3월 포스코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최 회장과의 교집합은 2015년 중반 부터였다. 가치경영실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전중선 사장은 2015년 7월 정식으로 가치경영실장으로 부임한 최 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그러다 전 사장이 포스코스틸리온 대표에서 다시 포스코로 복귀한 2018년 초 다시 자리를 전 사장에게 넘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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