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바일 승부수]MX사업부를 움직이는 '기술' 인재들③신종균·고동진·노태문 역대수장 특징은 '개발 임원'…애플·벤츠 출신도 영입
손현지 기자공개 2023-02-01 10:35:22
[편집자주]
삼성전자의 모바일 업력은 자그마치 40년이다. 그 긴 역사 속에서 '애니콜', '갤럭시' 등 글로벌이 열광하는 대중적 브랜드가 탄생했다. 최근 삼성 모바일 조직은 이전과는 다른 미션에 맞닥뜨렸다. 대외적으로는 애플, 샤오미, 오포, 구글 등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을 견뎌야 하며 내부적으론 생활가전·네트워크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삼성의 최근 제품 혁신, 키맨전략, 글로벌 전략 변화들을 짚고 경쟁력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0일 11: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다. 인재를 모셔오고,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가치관이다. 이런 확고한 경영철학에 맞춰 '뉴삼성' 모바일경험(MX)사업부 키맨들도 능력있는 기술인재들로 채우고 있다. 승진인사 과정에서도 '경영 임원'과 '기술 임원'을 구분해 경쟁을 시키는 점도 기술 역량 개발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기술을 위해서라면 외부 영입도 서슴지 않는다. 갤럭시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개발 임무, 디자인 개혁 등 새로운 미션을 앞두고 애플이나 벤츠 등 글로벌 기술 인재 영입도 적극적이다.
◇인사 공식 '개발실장→무선사업부장'
무산사업부의 역대 수장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술 임원들이 메인이라는 점이다. 신종균 현 삼성전자 고문의 경우 무선사업부 개발그룹장, 개발팀장, 개발실장을 거쳐 무선사업부장, IM부문장에 올랐다. 뒤를 이은 고동진 삼성전자 고문 역시 개발실장, 무선사업부장, IM부문장 순의 커리어를 밟은 인물이다.
즉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선 '개발실장→무선사업부장→IM부문장' 코스가 정석적인 승진루트로 여겨져왔던 것이다. 노태문 사장이 개발실장에 올랐을 때도 업계 안팎에서 그의 무선사업부장 승진을 당연하게 전망했던 이유 중에 하나다.
절대적인 룰은 아니지만 '엔지니어'를 중시하는 삼성의 기업 가치관을 알 수 있다. 물론 아주 완전 공식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례도 있었다. 이돈주 전 사장은 언팩 행사에서 연사를 맡으며 차기 사장으로 불리던 인물로 개발실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2014년 돌연사퇴했다. 그 뒤를 이은 건 다름 아닌 고동진 고문이었다.
이 전 사장과 고 고문 두 사람 모두 당시 갤럭시 노트4 개발의 핵심 임원으로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다만 이 전 사장은 '마케팅 담당', 고동진 고문은 '기술개발 담당' 임원이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갈린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갤럭시 노트의 S펜, 삼성페이 등 삼성전자 모바일의 굵직한 혁신의 순간 마다 그가 있었다.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된다.
신종균 고문 역시 세계 최초 컬러폰을 개발했고, 이후 제작하는 휴대폰들도 성과를 인정받아 무선사업부 수장이 됐다. 취임 후 삼성 갤럭시 브랜드를 런칭해 노키아를 꺾고 삼성을 세계 정상급 무선 제조사로 성장시켰다. 단순히 모든 분야에서 1위를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타사와의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을 안착시키기도 했다. 구글과 제휴하여 만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갤럭시 S가 그 시작이었다.
◇사라진 IM부문, 위상 낮아졌나
일각에선 2021년 무선사업부가 MX(Mobile eXperience)사업부로 이름을 바꾼 뒤로 그룹 내 위상이 낮아진게 아니냐는 평가도 내비친다. 기존엔 무선사업부장이 IM부문장까지 오르는 구조가 고착화됐었지만, 현재는 IM부문이 DX부문(CE부문+IM부문)으로 흡수되면서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DX부문장은 CE부문(생활가전+TV)장이었던 한종희 부회장이 맡고 있어서 그룹 내 모바일 사업 위상이 TV에 비해 격하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다만 모바일 사업이 전문성을 더 인정받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현재 DX부문장을 맡고 있는 한 부회장은 DX부문장 산하 생활가전사업부장,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까지 겸직하고 있는 체제다. MX사업부, 네트워크사업부, 의료기기사업부 등만 별도의 사업부장을 배치 운영 중이다. MX사업부장인 노태문 사장은 사내이사로도 등재돼 있다.
◇미래 인재, 최원준 이영희 등 거론
MX사업부에는 노태문 사장 외에도 이원진 사장(Mobile eXperience 서비스Biz팀장), 김경준 부사장(Mobile eXperience 개발실장) 등 140여명에 이르는 부사장·전무·상무급 임원이 뒤따르고 있다.
최근 MX사업부는 젊은 리더들로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그 중에서도 젊고 유능한 '기술' 인재들을 발탁인사 대상에 올렸다. 작년 말 40대 부사장 반열에 오른 문성훈 MX사업부 전략제품개발1그룹장이 대표적이다. 갤럭시 S 시리즈, 폴더블폰 등 신규 기술발굴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차기 MX사업부장으로 불리는 개발실장직에는 최원준 부사장이 올랐다. 최 부사장은 퀄컴 출신의 5G(5세대) 이동통신 전문가로 유명하다. 2016년 무선사업부 차세대제품개발그룹장으로 삼성전자에 합류한 뒤 2020년 삼성전자의 최연소 부사장(1970년생)으로 승진해 이름을 알렸다.
그는 MX사업부 핵심 인사들에게 맡겨진다는 언팩 연사로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외부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유력한 차기 MX사업부장 후보로 거론되는데 삼성이 '순혈주의'보다 능력과 성과 위주의 인사기조를 대표한다.
경영 임원들의 입지 변화도 눈에 띈다. 가장 먼저 이영희 부사장이 '사장단'에 새롭게 합류했다. 갤럭시 시리즈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삼성전자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던 인물이다. 왕지연 상무(MX사업부 CX전략그룹장)가 새롭게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2012년 애플이 삼성 갤럭시S에 '디자인 카피' 특허소송을 했을 당시 미국 법정에 증인으로 나서며 디자인의 독창성을 항변해 주목받은 바 있다.
◇'브랜딩 고급화·AP 개발' 신과제…애플 출신도 영입
삼성전자은 지난달 말 조직개편을 통해 MX사업부 내 'AP솔루션개발팀'을 신설했다. '고급화 전략'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자체 AP였던 엑시노스는 타 기기에도 쓸 수 있는 범용 AP였던 만큼 품질 논란, GOS(게임최적화서비스) 사태 등을 야기하기도 했다. 갤럭시 전용 AP를 만들어 더 이상 품질 논란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AP솔루션개발팀은 퀄컴 출신 최원준 부사장에게 맡겼다. 최 부사장의 조력자로 애플의 자체 칩 설계업무를 맡았던 이종석 신임 상무를 영입해 배치했다. 이 상무는 향후 MX사업부 내 AP솔루션개발팀 산하 AP 아키텍처 그룹을 이끈다. 반도체 설계 회사인 텔레칩스, 퀄컴, AMD 등을 거친 뒤 2010년부터 애플에서 아이폰·아이패드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용 CPU(중앙처리장치) 개발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 부회장은 지난달 전략회의에서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을 촉구하며 "원가절감에 얽메이지 말고 고객이 브랜드에 긍정적인 인식(고객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에 주력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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