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바일 승부수]"디자인에 혼을 담아내자" 이재용 명품 전략 통할까⑦BMW 이어 벤츠 디자이너 영입…'디자인센터장' 노태문에 갤럭시 정체성 구축 주문
손현지 기자공개 2023-02-20 12:41:13
[편집자주]
삼성전자의 모바일 업력은 자그마치 40년이다. 그 긴 역사 속에서 '애니콜', '갤럭시' 등 글로벌이 열광하는 대중적 브랜드가 탄생했다. 최근 삼성 모바일 조직은 이전과는 다른 미션에 맞닥뜨렸다. 대외적으로는 애플, 샤오미, 오포, 구글 등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을 견뎌야 하며 내부적으론 생활가전·네트워크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삼성의 최근 제품 혁신, 키맨전략, 글로벌 전략 변화들을 짚고 경쟁력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6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자인에 혼을 담아내자, 다시 한번 디자인 혁명을 이루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0년 첫 디자인 전략 회의를 주재하며 내뱉은 일성이다. 당시 사업부별로 진행하던 디자인 전략회의를 전사차원으로 통합해버리는 과감한 행보를 계기로 이 회장을 지칭하는 키워드엔 줄곧 '디자인 경영'이 꼽혔다.스마트폰 외관 디자인은 브랜드의 첫 이미지를 결정하는 요소다. 삼성도 갤럭시 만의 차별점과 혁신을 녹여내야 하는 이유다. 이 회장은 애플과의 스마트폰 '프리미엄 라인' 대전(大戰)을 앞두고 급기야 글로벌 명품 자동차 브랜드인 벤츠 디자이너까지 영입했다. 디자인 수장에는 전세계 폴더블 열풍의 주인공인 노태문 사장(MX사업부장)을 전면 배치했다. 삼성 그려나갈 넥스트 갤럭시 디자인은 어떤 방향일까.
◇기본으로 돌아간 갤S23, 필수요소만 담다
"갤럭시 제품을 멀리서보더라도 '아 저건 갤럭시구나'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려한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노 사장에게 '폴더블' 폼팩터를 이을 만한 디자인 혁신 개발 방향성'에 대해 묻자 위와 같이 답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나름의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었다.
갤럭시만의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동시에 새로움을 주기 위한 고민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갤럭시S23 체험관에 갤럭시S 전 제품을 나열한 '아트워크'를 설치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갤럭시S23은 가장 심플한 디자인 속에서 최강의 하드웨어 기능을 강조했다.
◇디자인 공들이는 이재용, 노태문에 폴더블 다음 혁신 주문
스마트폰 디자인은 10여년간 '바' 폼팩터에서 크게 변형되지 않았다. 스마트폰 디자인은 '바' 라는 오랜 고정관념을 깬 주인공이 바로 삼성전자가 만든 폴더블 폰, 'Z플립·Z폴더' 였다. 디스플레이를 접는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우면서도 친숙한 사용자경험(UX)을 제공했다. 전 세계가 열광하기 시작했다.
노 사장은 알고보면 그 누구보다도 이 회장의 '디자인 경영'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처음으로 전 사업부 통합 디자인 전략 회의를 주재하고 글로벌 석학들의 디자인 철학을 반면교사 삼는 시간을 가졌다. 그 자리에는 최현석 전 CE 대표, 고동진 전 IM 대표, 한종희 당시 VD사업부장 등 주요 임원진들이 참석했는데 당시 무선사업부장이었던 노태문 사장도 함께 했다.
디자인 경영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강조했던 경영철학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전 회장은 "기획력과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디자인이 약하면 상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누누히 언급했다. 제품 성능만으론 글로벌 재패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1996년 '디자인 혁명'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후 디자인 경영센터, 디자인 거점 확대, 디자인 학교(SADI) 등을 설립하며 인재발굴에 힘써왔다.
◇'명품' 디자인 인재 영입, 시너지는?
노 사장은 작년 연말 인사에서 디자인경영센터장으로 임명된 뒤 글로벌 디자인 인재 확 보에도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인 벤츠 디자이너인 이일환(휴버트 리) 메르세데스 벤츠 총괄(크레이티브 디렉터)을 영입하는데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진다. 이 총괄을 '부사장' 직급으로 선임해 디자인에 힘을 실었다. 이 신임 부사장은 MX사업부 내 디자인팀장직을 맡으며 향후 노 사장과 함께 갤럭시 스마트폰 디자인 방향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이 부사장은 '아시아 최초 벤츠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지난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한국계로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을 거쳐 아트센터디자인스쿨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했다. 2002년 벤츠 입사, 2010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고, 최근까지 미국에 위치한 벤츠 어드밴스드 디자인 스튜디오를 총괄했다.
그의 역작은 벤츠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차량인 뉴E클래스다. 럭셔리 4도어 쿠페 CLS 디자인도 그의 손을 거쳤다. 사실상 벤츠 차종 모든 디자인에 관여해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삼성전자의 자동차 디자이너 영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가운데 하나로 손꼽혀온 독일 BMW 출신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을 영입한 바 있다. 그는 삼성의 가전, 스마트폰 등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도 디자인 관련 다양한 인재들을 영입해오고 있다. 2014년 산업 디자인의 거물로 꼽히는 마크 뉴슨을 디자이너로, 2018년에는 테슬라 수석 디자이너였던 앤드류 킴을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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