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매물 분석]ABL생명, 70년 역사 속 잦은 손바뀜에 '흔들'①1954년 제일생명부터 최대주주 4차례 변경…중국다자보험서 다시 매물로
박서빈 기자공개 2023-02-13 07:49:57
[편집자주]
M&A 시장에서 수면 아래에 있던 보험사 인수 매물들이 해가 바뀌면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보험사의 가치평가와 직결되는 새 보험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M&A에 미칠 영향도 예의주시 된다. 잠재적인 매물로 회자되는 보험사 수가 적지 않다. 각 회사별 자산 규모나 특징, 장단점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인수 의향을 가진 원매자들의 시선은 어디를 향할까. 더벨은 시장에서 거론되는 보험 인수 매물들의 히스토리와 강점, 약점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8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BL생명보험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생명보험회사다. 1954년 12월 설립된 제일생명보험이 전신이다. 약 70년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인은 그동안 수 차례 바뀌었다. 조양상선그룹, 독일 알리안츠그룹, 중국 안방생명보험 등이 ABL생명의 지난 주인들이다.현재 ABL생명의 주인 자리는 명확하지 않다.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ABL생명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지만, 다자보험그룹은 중국 당국이 안방보험의 구조조정을 위해 세운 곳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다자보험그룹은 ABL생명의 임시 주인인 셈이다. 중국 당국은 2020년부터 다자보험그룹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ABL생명은 꾸준히 매각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ABL생명 지분 전량을 인수할 원매자들과 접촉을 시작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다자보험그룹은 동양생명도 보유하고 있는데 매각 구조가 단순한 ABL생명을 먼저 시장에 내놓고 있다. ABL생명은 다섯번재 주인을 다시 맞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 1.2조 투입한 알리안츠그룹, 35억원에 재매각
ABL생명의 전신인 제일생명이 처음으로 매각된 해는 1976년이다. 당시 조양상선그룹이 제일생명보험을 인수했다. 제일생명은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며 삼성, 교보, 대한생명에 이어 국내 생보업계 4위를 차지할만큼 성장했다.
1997년 모기업 조양상선그룹이 외환위기(IMF)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제일생명은 다시 매물로 나왔다. 조양상선그룹은 제일생명 매각대금으로 부채비율을 감축해 경영정상화를 꾀했다.
2년만인 1999년 당시론 드물게 해외 M&A가 성사됐다. 조양상선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제일생명 지분 100%를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사갔다. 가격은 4400억원 정도로 당시 해외매각을 위해 외국 금융기관과 본계약 체결 절차까지 마친 생명보험사는 처음이었다.
알리안츠그룹에 편입된 이후 제일생명은 알리안츠생명보험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하지만 알리안츠생명은 지속적으로 부침을 겪었다. 알리안츠그룹은 17년 동안 7차례에 걸쳐 8000억 원이 넘는 증자를 단행, 1조원 이상의 돈을 투자했지만 사업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고금리 확정형 보험 상품이 발목을 잡으며 재무상황이 악화됐다. 알리안츠그룹은 사실상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결국 국내 시장을 철수했다.
알리안츠생명은 2016년 약 35억원이란 '헐값'에 안방그룹홀딩스에 매각됐다. 이때 이름이 최대주주의 모회사 안방생명보험과 연계성을 강조한 ABL생명으로 바뀐다. 안방보험은 2010년대부터 인수합병(M&A)을 거치며 몸집을 키웠는데 이 과정에서 해외 랜드마크 부동산과 국내 보험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등을 인수했다.
◇ 중국 다자보험 '임시 주인' 다시 매각 수순 밟나
ABL생명은 사명을 바꾼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주인이 바뀔 처지가 됐다. 안방생명보험이 중국 당국의 규제 대상에 오르며 최대주주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이 자급모집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안방생명보험의 청산 작업에 들어가면서 중국 당국은 ABL생명의 위탁 경영을 주요 대형 국유기업의 출자로 만들어진 다자보험그룹에 맡겼다.
ABL생명은 다시 M&A 시장의 매물로 물망에 오르게 됐다. 특히 최근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ABL생명 지분 전량을 인수할 원매자들과 접촉을 시작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중국 다자보험은 비주력 자회사들을 먼저 매각하고 있다.
앞서 2021년 중국 당국은 다자보험그룹의 민영화를 목적으로 민간 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하며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상장사인 동양생명보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비주력 자회사들을 먼저 매각한다면 매각 대상은 동양생명이 아닌 ABL생명이 우선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양생명의 경우 상장사로 ABL생명보다 몸집이 크다.
또 상장사를 매각할 경우 의무공개매수제에 응할 필요가 있어 인수 비용이 막대할 수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란 대주주가 아닌 제3자가 상장기업 주식을 25% 이상 매입할 경우 의무적으로 '50%+1주'를 공개매수토록 규정한 제도다. 대주주 지분 뿐만 아니라 일반 주주들의 지분도 함께 인수해야 한다. 중국 다자보험그룹은 동양생명의 지분 42.01%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생명의 경우 상장사이기 때문에 현재 입법 추진 중인 의무공개매수제 영향으로 인수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중국 당국이 다자보험그룹 민간 매각을 다시 추진한다면 비상장사인 데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ABL생명을 먼저 털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ABL생명은 오랜 역사 속에 잦은 손바뀜으로 몸집이 점차 작아졌다. 안정적인 대주주 찾기가 그만큼 중요한 숙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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