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관리보수 변경, VC 업계 '와글와글' 초기 투자 집행률 높을수록 보수도 두둑…펀드 재원 빠른 소진 '부작용' 우려
김진현 기자공개 2023-02-06 08:29:00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3일 0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모태펀드 관리보수 산정 기준이 변경되면서 모험자본투자업계가 떠들썩하다. 투자 촉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의견에는 공감하지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 역시 공존한다.한국벤처투자는 올해 1차 모태펀드 정시출자 사업을 공고하면서 관리보수 산정 체계를 변경했다. 기존에는 조합 약정총액을 기준으로 관리보수를 산정했는데, 새로운 출자사업부터는 투자금액에 좀 더 높은 비중을 두고 관리보수를 산정하기로 했다.
관리보수 체계가 변경되면서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벤처캐피탈(VC)의 관리보수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종전에는 약정총액을 기준으로 관리보수를 산정했기 때문에 펀드 규모가 클수록 벤처캐피탈의 관리보수액이 커지는 방식이었다.
변경된 방식을 적용하게 되면 빠르게 펀드를 소진할 경우에만 관리보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예컨대 300억원 규모로 펀드를 결성했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출자사업 기준 운용사가 첫해 받아갈 수 있는 관리보수는 7억5000만원이다.
이를 새로운 관리보수 산정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300억 규모 펀드를 결성해놓고 첫해 투자 활동을 하지 않은 경우 관리보수는 3억원이 된다. 한국벤처투자가 정한 1년차 투자 비중 40%를 적용해 120억원을 투자하면 관리보수가 6억원이 된다.
1년 동안 성실하게 투자 활동을 펼치더라도 지난해보다 첫해 1억5000만원 가량 관리보수가 줄어드는 셈이다. 만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첫해 관리보수를 가져가려면 최소 135억원을 투자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전체 약정총액의 45%로 절반 가량이다. 일반적으로 운용사들은 4년 동안 펀드 예산을 집행하기 때문에 매년 20%를 소진하도록 계획을 짠다. 4년간 80%를 소진하고 투자 재원을 전부 소진하지 않고 일부는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남겨두기 때문이다.
변경된 기준으로 관리보수를 받기 위해 첫해 펀드 재원을 빠르게 소진하면 산술적으론 2년~3년 정도면 모든 투자 활동이 끝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관리보수가 줄었다는 점 자체는 부수적인 문제다"며 "전과 마찬가지로 관리보수를 받기 위해 초반부터 투자액을 급격하게 늘리다 보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과보수를 내기 전까지 관리보수가 거의 유일한 수입원인 벤처캐피탈 입장에선 회사 운영을 위해 무리해서 투자를 늘릴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이같은 도덕적 해이로 인해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결과적으로 모태펀드 전체 투자 성과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펀드 결성에서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모태펀드를 제외한 대부분 LP가 천천히 투자 활동을 재개하기를 원하는 분위기"라며 "모태펀드 GP로 선정되더라도 매칭을 해야 하는데 LP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투자 활동을 펼치고자 하더라도 다양한 LP들이 펀드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어 제약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한국벤처투자 측은 관리보수 체계 변경에 대해 운용사가 규약에 따라 투자 책임과 권한을 가진 만큼 무리한 투자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투자 촉진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인만큼 합리적인 수준으로 투자 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방안의 일환으로 벤처투자 촉진 유인책을 반영한 것이다"고 말했다. 또 "운용사가 인센티브만을 생각해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투자목표로 정한 비율도 기존 자펀드의 연도별 투자비율과 괴리가 크지 않게 설정해 조금이라도 해당 수준 이상으로 투자를 유도하려는 구조로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1월 경기불확실성에 대응해 벤처투자시장 활력을 불어넣고자 신속한 투자 집행으로 투자 목표율을 달성한 운용사에 관리보수를 추가 지급하도록 관리보수 지급 기준을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펀드 결성 초기부터 많은 액수를 투자할 수록 관리보수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지급기준을 개선한 것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