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바일 승부수]노태문의 결단, 퀄컴AP 채택한 이유⑩GOS 논란 불식, '최강 하드웨어-고급화' 전략 재정립…세트단에서 팹리스 역할 분담
손현지 기자공개 2023-02-27 12:36:58
[편집자주]
삼성전자의 모바일 업력은 자그마치 40년이다. 그 긴 역사 속에서 '애니콜', '갤럭시' 등 글로벌이 열광하는 대중적 브랜드가 탄생했다. 최근 삼성 모바일 조직은 이전과는 다른 미션에 맞닥뜨렸다. 대외적으로는 애플, 샤오미, 오포, 구글 등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을 견뎌야 하며 내부적으론 생활가전·네트워크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삼성의 최근 제품 혁신, 키맨전략, 글로벌 전략 변화들을 짚고 경쟁력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3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의 신작 갤럭시S23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파트너는 삼성이 아닌 '퀄컴'이었다. 퀄컴은 이전 제품들과 달리 AP(스냅드래곤8 2세대)에 '갤럭시를 위한(For GALAXY)'이란 수식어를 달아 갤럭시에 특화된 프리미엄 AP칩셋을 만들었다는 점을 공고히 했다.시중에 나온 범용성 있는 AP제품을 채택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갤럭시 맞춤 커스터마이징한 AP를 개발하는데, 왜 삼성 MX(모바일경험)사업부는 퀄컴과 손을 잡은 것일까.
MX사업부의 결단에는 3가지 이유가 깔려있다. 우선 전작에서 야기됐던 GOS사태의 논란 자체를 불식시키기 위해 삼성AP인 엑시노스를 애초부터 배제하기로 했다. 삼성이란 한 울타리 안에 있더라도 MX-파운드리-팹리스 모두 별개의 사업체처럼 각자도생하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기도 하다.
내부적으로 갤럭시 포지션을 '최강 하드웨어'로 재정립한 점도 AP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삼성 모바일 위상이 프리미엄 애플과 중저가 중국 사이에서 애매해졌다는 평가가 나오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MX사업부에 '고급화' 전략을 주문했다. 부품 스펙을 최상위로 끌어올려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서, 최근 중저가 라인업에 치중해온 엑시노스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갤럭시특화AP 첫 파트너 '삼성 아닌 퀄컴'
삼성전자에서 AP 비즈니스에 관여하는 사업부는 총 3개다. 시스템LSI부(설계), 파운드리사업부(생산)와 MX사업부(제조·유통) 3개의 부서가 AP 생산과 유통에 가담한다. 세트사인 삼성전자 MX사업부(세트사)가 시스템LSI부(팹리스사)로부터 AP칩을 구매한다면 그 옆에 이미지센서, 모뎀, RF 등 수많은 반도체를 붙여 기기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세 사업부가 개별사처럼 각개전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AP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가 공정을 '파운드리사업부'에 안 맡길 수도 있고, 세트사인 'MX사업부'가 '시스템LSI부'로부터 AP칩을 채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구조다. 사실상 세 사업체 모두 다른 회사로 봐도 무방하다.
세트단에 있는 MX사업부도 수많은 팹리스사들과 협력해왔던 이유다. 프리미엄 갤럭시S 시리즈에는 협력사 중에서도 삼성 시스템LSI부(엑시노스)와 퀄컴(스냅드래곤)를 혼재해 탑재해왔다. 최적의 솔루션을 구상하며 제품마다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의 탑재비율을 달리해왔다. 엑시노스만 100%로 사용한 때도 있고 지역별 특수성을 반영해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를 채택하기도 했다. 내부 AP전략이 바뀌거나, 갤S23만 특수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도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3년 갤럭시 언팩 행사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부적인 평가 기준에 따라 갤럭시S23에는 스냅드래곤이 최고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뿐, 이례적인 상황은 아니다"이라며 "하반기 폴더블이나 내년 S24 후속 모델에서도 이러한 운영방침은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GOS사태 더이상 없다, 최강 하드웨어 명성 되찾기
일각에선 전작의 GOS사태 설욕전에 나서기 앞서 부품 선정과정에서 엑시노스를 처음부터 배제했다고 평가한다. 갤럭시S22 시리즈가 발열과 성능저하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했던 만큼 논란 자체를 불식시키기 위해 배제시킨 것이다.
실제로 삼성 MX사업부에게 있어 갤럭시S23는 향후 사업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제품이다. 프리미엄 경쟁선상에선 작년 GOS사태 등으로 인해 애플에게 밀리고, 중저가 중국폰의 추격에 쫓기는 형국이었던 것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위상이 애매해진 만큼 현재 1위 점유율을 지키려면 확고한 포지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S23은 갤럭시S5 이후로 잃었던 하드웨어 최강자 명성을 되찾기 위한 프로젝트나 다름없다"며 "MX사업부가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프리미엄폰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도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주문한 점도 부품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의 전체 시장 점유율 1위는 갤럭시S·Z 시리즈 등 고급 모델보단 신흥국을 겨냥한 갤럭시A 등 중저가 제품 매출에 힘입은 바가 크다. 현재 중저가 시장에선 샤오미·오포·비보 등 낮은 가격에 고부가 부품을 탑재한 중국 제조사들이 삼성전자 입지를 위협 중이다.
◇'삼성은 AP는 못한다? No'…직접 메스든 MX사업부
삼성은 애플과 달리 자체 소프트웨어가 없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차용한다. 애플이 하드웨어 성능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자체 운영체제(iOS)를 수정하든지 기기를 통제하는 것과 달리, 모바일 기기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면 고성능 부품을 채택해야만 한다.
사실상 AP경쟁력이 하드웨어 성능, 프리미엄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세트단인 MX사업부 입장에선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자사 모바일AP 라고 우대 적용한다기 보다는 GPU, CPU 등 하드웨어 경쟁력을 철저히 비교분석하고, 파운드리 공정 선진화 등을 고려해 거래선을 택해왔다.
문제는 삼성 시스템LSI부가 만드는 엑시노스나 퀄컴의 엑시노스 모두 범용 AP라는 점이다. 이를 제조단에 적용하면서 최적화, 품질 문제가 지속돼 왔다.
결국 반도체(DS부문)단이 아닌 MX사업부에서 직접 메스를 들었다. 더이상 수주에 의존하기 보단 자체 설계 역량을 갖춰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연초부터 MX사업부 내 'AP솔루션개발팀'을 가동했다. 수장으로 퀄컴 출신 최원준 부사장을 배치했다. 경쟁사 애플의 자체 칩 설계업무를 맡았던 이종석 신임 상무를 영입해 AP솔루션 개발팀 산하 AP 아키텍처 그룹장직을 맡겼다.
AP솔루션개발팀의 활약상은 이번 갤럭시S23부터 일부 적용되기 시작했다. 노 사장은 2023년 갤럭시언팩 직후 간담회에서 "AP개발팀의 역할은 핵심 협력할 수 있는 전략 파트너사들과의 협업 관계를 공고히 하는 일"이라며 "AP개발 자체가 0에서 1이 되는게 아니라, 칩셋 업체들이 갖고 있는 것들 중 강점을 그대로 살리고 부족한 점들은 AP개발팀을 비롯한 MX사업부 모든 개발팀에서 함께 연구하고 보완해나가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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