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자인하우스 리포트]"생태계 고르게 성장해야…개발비·세액공제 지원 필요"⑬지원책 메모리 위주, 시스템 반도체 육성에도 관심 필요...법인세 감면, 인재 양성 연결
김혜란 기자공개 2023-03-14 13:05:35
[편집자주]
시스템 반도체는 팹리스가 설계하고 파운드리가 위탁생산하지만 설계자산(IP)기업과 OSAT(후공정)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IP업체와 협력해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잇고 후공정까지 턴키(일괄수주) 생산을 도맡는 곳이 바로 디자인하우스다. 역량과 규모를 갖춘 디자인하우스가 뒷받침해줘야 파운드리 산업도 클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디자인하우스로 진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지금 국내 디자인하우스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생태계의 현주소와 육성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0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에서 그동안 디자인하우스는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나 팹리스(설계전문) 만큼 조명되지 않았다. 그만큼 업계 육성에 대한 관심과 고민도 상대적으로 덜 했던 게 사실이다.그러나 분업화가 철저한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팹리스나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가교 역할을 하는 디자인하우스까지 생태계가 고르게 성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디자인하우스가 역량을 키우면 글로벌 팹리스를 국내 파운드리로 유치하는 데도 유리하다. 디자인하우스 업계가 필요로 하는 지원책은 무엇일까.
◇"제조에 치중된 지원책, 인식 전환 필요하다"
지금까지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책은 시설투자, 즉 제조 쪽에 집중됐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 위주로 크다 보니 국내 반도체 산업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제조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원책이 마련돼왔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핵심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제조 대기업들의 시설투자에 대해 세액공제 규모를 얼마나 늘려줄 것이냐에 관한 것이다.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기본 공제율을 대기업 15%, 중소기업 25%로 상향하는 내용이 골자다.
경쟁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에 파격적인 지원을 해주는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이제는 세액공제 등 혜택도 제조에만 지원책을 치중할 게 아니라 전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키울 수 있도록 보다 넓게 검토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서규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회장은 "팹리스의 칩이 복잡해지면서 팹리스가 핵심 설계자산(IP)을 개발하고 시스템온칩(SOC)을 만들어 검증까지 하려면 인원이 많이 필요하고 전부 다 하기가 버겁다"라며 "가면 갈수록 디자인하우스와의 역할 분담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중 하나인 가온칩스의 정규동 대표는 "DSP를 지원하면 DSP가 만든 플랫폼을 팹리스에 좀 더 합리적으로 공급한다든지 간접적인 지원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하우스에 개발비 지원이 이뤄지면 디자인하우스뿐 아니라 중소 팹리스의 역량 강화, 생태계 육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디자인하우스, 장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검토해볼만"
에이직랜드의 이종민 대표는 디자인하우스에 대해서도 세액공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직 국내 디자인하우스는 영세한 기업이 많다.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에이디테크놀로지의 2021년 영업이익이 114억원 수준이었고 적자를 내는 기업도 있다.
이 대표는 "디자인하우스나 팹리스는 시설투자가 필요 없지만 서버 투자가 많다"며 "지난해 (에이직랜드의) 영업이익이 50억원인데 설비투자금은 40억원이었다. 40억원에 대해 (K칩스법에서 논의되고 있는 중소기업 세액공제율인) 25% 세액공제를 해준다고 하면 10억원 정도를 법인세에서 감면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하우스에도 매년 서버 투자에 수십억원이 들어가는데 이를 세액공제로 법인세에서 감면해주면 그 돈은 결국 직원들에게 돌아가 인재 육성으로 이어진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파운드리에만 (지원책이) 집중되기보다는 디자인 인프라를 키워야 한다는 점이 이번 기회에 환기가 된다면 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팹리스가 설계한 코드를 파운드리 공정에서 제조할 수 있게 설계도로 다시 그리고, 팹리스에 설계 플랫폼을 제공하는 디자인하우스는 각종 플랫폼 개발을 위한 선행투자가 필수적이다. 여기에도 최소 매년 수십억원이 들어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김용석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새로운 칩 아이디어를 내는 건 팹리스 역할이지만 디자인하우스는 전체 시스템 스펙에 맞춰 아키텍처를 잡는 인프라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같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대만 TSMC가 강한 것도 파운드리를 디자인하우스와 팹리스가 받쳐주고 서로 연결돼 동반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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