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한진 사장, 사내이사 진입 가능성은 2020년 ㈜한진 합류 이후 고속승진…기존 사내이사 대체나 정관 변경 쉽지 않아
강용규 기자공개 2023-02-10 10:18:36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8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이 2023년 2월 들어 4차례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다. 1억원가량을 들여 지분율을 기존 0.03%에서 0.06%로 확대했다. ㈜한진 측에서는 조 사장이 사업 성장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경영 강화,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주식을 사들였다고 설명했다.이를 놓고 재계에서는 오너 3세인 조 사장이 올해 3월 ㈜한진의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사내이사에 진입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마침 ㈜한진의 사내이사진에서 3명 중 2명의 임기가 올해 3월 만료된다. 조 사장의 사내이사 진입은 이들 중 1명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조 사장이 ㈜한진에서 이사회에 참여할 만큼의 경영능력을 입증했는지가 관건이다. 조 사장도 이를 의식한 듯 사내이사 진입 가능성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현민 사장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 사내이사 진입 전조일까
조 사장은 2018년 불미스러운 사내 사건으로 대한항공 전무(당시 전무A)와 진에어 부사장 등 한진그룹 내에서 역임하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이후 1년 뒤인 2019년 6월 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마케팅총괄 전무로 경영에 복귀했다.
조 사장은 2020년 9월 ㈜한진의 마케팅 총괄 전무로 둥지를 옮겼다. 이후 2021년 1월 부사장으로, 2022년 1월 사장으로 잇따라 승진했다. 여기에 올해는 자사주 매입까지 나서고 있는 만큼 조 사장의 사내이사 진입 가능성에는 나름의 설득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한진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사내이사 가운데서는 올해 3월 노삼석 대표이사 사장과 주성균 재무 및 투자 총괄 전무(CFO)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 중 한 사람이 사내이사직을 연임하지 않는다면 ㈜한진 이사회에 조 사장의 자리가 생긴다. 즉 조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르거나, 혹은 CFO를 이사회에서 제외하고 조 사장이 대신 사내이사에 진입하는 2가지 방안이 존재한다.
조 사장으로서는 오너 경영인으로서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결국에는 사내이사 진입이 목표일 수밖에 없다. 올해가 아니라면 다음 기회는 신영환 지원본부장 전무의 사내이사 임기가 끝나는 2025년 3월이다.
◇ 조현민 사장의 2023년 사내이사 진입, ㈜한진이 지게 될 부담
조 사장이 올해 ㈜한진 사내이사에 오르기 위한 두 방안 모두 ㈜한진으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먼저 노 사장이 역임 중인 대표이사 자리는 사업 및 경영관리 총괄역을 겸한다. 물류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요구하는 직책이다. 2020년 9월 ㈜한진에 합류한 조 사장이 이 자리를 대체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한진은 2025년까지 글로벌 네트워크 분야에 1500억원, 플랫폼·IT·자동화 분야에 1500억원, 풀필먼트 인프라 구축에 8000억원을 합쳐 모두 1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대규모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세심한 재무 관리가 요구되는 만큼 CFO를 이사회에서 제외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선택지다.
㈜한진이 기존 사내이사 의석을 유지하면서 조 사장을 추가로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방안도 있기는 하다. 다만 정관의 수정이 필요하다. ㈜한진의 정관에 따르면 이사는 3명 이상 8명 이내로 하되 사외이사를 3명 이상으로 하고 이사 총수의 ‘과반수(절반보다 많은 수)’가 되도록 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현행 정관상으로는 사내이사의 수를 3명에서 더 늘릴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한진이 조 사장의 사내이사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면 ㈜한진뿐만 아니라 한진그룹과 오너일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공산이 크다. 조 사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가 1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는 점, ㈜한진으로 옮긴 이후 고속 승진의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
㈜한진이 이러한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조 사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해야 할 만큼의 경영능력을 조 사장이 보여줬는지가 중요하다. 조 사장은 ㈜한진의 미래성장전략과 관련해 앞서 언급한 1조1000억원의 투자계획과 매출 4조5000억원에 영업이익 2000억원의 실적 달성목표, 글로벌 역량 강화 등 경영전략을 모두 아우르는 2025년 중장기 비전 수립을 주도했다.
마케팅과 관련해서는 ‘로지테인먼트(로지스틱스+엔터테인먼트)’를 내걸고 모바일 게임 ‘택배왕 아일랜드’와 ‘물류왕 아일랜드’의 론칭을 이끌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 가상 물류공간을 구축한 ‘한진 로지버스 아일랜드’의 공개와 ㈜한진의 택배업 관련 단편영화 ‘백일몽’ 제작후원도 주도하는 등 참신한 시도들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러한 행적들이 사내이사 선임에 합당한 수준의 성과라고 보기는 다소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조 사장도 사내이사 진입에 따른 부담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지난해 12월 영화 백일몽의 시사회에서 ㈜한진 사내이사 진입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정받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 책임영역에 관한 문제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이보다 앞서 2022년 6월 고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추모 사진전에서도 기자들의 같은 질문에 “저는 아직 능력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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