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6월 17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자기 PR시대'라는데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관심을 끌고 나를 잘 알릴 수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사회생활 연차가 쌓일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MBTI가 'I(내향적)'로 시작하는 성격 탓인가 싶었는데, 아이디어나 말주변 부족 때문 같기도 하다.그래서인지 마케터들이 대단해 보인다. 저들은 어떻게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켜 홍보효과를 내고 판매량을 늘리는 것일까. 마치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간 것처럼 관심사를 정확히 꿰뚫고 궁금한 부분을 제대로 긁어준다. 매력적인 상품 설명에 잠시 홀렸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이미 결제를 끝낸 게 한두번이 아니다.
최근 조현민 ㈜한진 사장의 행보가 재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조 사장은 7일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추모 사진전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3년여 전 별세한 조 전 회장을 기리기 위한 자리다. 생전 직접 촬영한 사진 45점과 유류품 등이 전시됐다.
오너일가의 공개석상 등장은 언제나 화제가 된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특유의 당찬 모습을 어김없이 선보였다는 평가다. 이번 행사를 본인이 직접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조 사장은 작년 초부터 ㈜한진에서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을 맡고 있다. 과거 대한항공에서 광고 캠페인과 여객마케팅을 책임졌던 경력의 연장선상이다.
사실 조 전 회장의 '사진 사랑'은 익히 알려진 내용으로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국내외 출장시 반드시 카메라를 챙겼고 직접 찍은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 주변에 선물하기도 했다. 자신의 호(일우)를 따 서소문사옥 1층에 문화전시공간 '일우스페이스'를 오픈한 것도 그다.
그래서 자칫 사진전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 사장의 '깜짝 등장'으로 새로운 스토리가 생겼다. 가족간 에피소드를 통해 조 전 회장의 인간적 면모가 부각됐고 카메라 앵글을 바꾸면 똑같은 사물도 새롭게 보이니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앵글경영론'도 재조명됐다.
마케팅 전문가답게 본인 PR에도 능했다는 평가다. 다소 조심스러울 수 있는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을 했다. ㈜한진 이사회 진입에 대해 "아직 능력 검증이 안됐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조 사장은 오너일가이자 노삼석 ㈜한진 대표와 동일한 '사장' 직위지만 미등기임원 신분이다. 사실상 시기의 문제일 뿐 합류가 정해진 수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제 입으로 실력을 먼저 인정받겠다고 했다. 공개석상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조 사장은 실력에 대해선 한결같이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누구하나 의심을 품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겸손했던 그의 말과 달리 여기저기서 '명불허전'이라는 얘기를 한다. 이사회 합류가 머지않았다는 시그널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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