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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연초효과 긴급점검]A급 위축에 'P-CBO' 대기업 차지가 됐다④대기업 지원 확대, 한도 감소에 높아진 금리…"중소·중견기업 발행 메리트 줄어"

이상원 기자공개 2023-02-14 13:54:32

[편집자주]

1~2월은 회사채 시장의 대목이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활동을 재개하면서 크레딧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수요예측 경쟁률이 상승한다. 올해 회사채 시장의 연초효과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정책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기관투자들이 수요예측에 엄청난 자금을 집어 넣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벗고 지원에 나섰던 게 무색할 정도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연초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정부정책의 효용성 등에 대해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0일 14: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시장을 찾는 대기업 계열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2년전 코로나 팬데믹으로 P-CBO에 새롭게 편입된 가운데 A급 회사채 시장의 회복세가 더디게 나타난 결과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발행량은 역대급 수준을 기록했다.

저신용의 중소·중견기업들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 계열별 지원 한도를 1000억원 늘리며 도입 취지와 달리 대기업 지원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발행만 예년과 달리 2월로 앞당겼다.

지원 한도 역시 지난 3년 대비 줄어든데다 금리까지 오르면서 중소·중견기업들의 부담 경감효과는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중견기업에게 메리트가 떨어질 수 있다.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은 대기업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중소·중견기업에 추가적인 일반보증 등을 토해 소홀히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역대급 대기업 발행…"중소기업 지원도 차질없다"

P-CBO는 기업이 새롭게 발행하는 회사채를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일종으로 선순위 채권에 신보가 보증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동안 주로 중소·중견기업이 이를 활용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금리 급등으로 회사채 투자수요가 크게 줄었다. 그러자 발행이 어려워진 A등급 대기업 계열사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기업 계열사가 발행한 P-CBO 규모는 약 7550억원이다. 전체 발행 규모(5조1000억원) 가운데 15% 가량을 차지했다. 그 중에서도 SK그룹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SK에코플랜드(900억원), SK렌터카(1000억원), SK실트론(1000억원)은 총 2900억원을 조달했다.

이외에 롯데그룹, 효성그룹, LX그룹, 코오롱그룹 등 계열사도 참여했다. 롯데건설(300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1000억원), 효성화학(1000억원), 효성중공업(700억원), LX하우시스(1000억원), 코오롱인더스트리(650억원) 등도 발행했다.

P-CBO의 도입 취지는 중소·중견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지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당시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대기업을 대상에 포함시켰다. 기업별 지원 한도는 대기업 1500억원, 중견기업 1050억원, 중소기업 250억원으로 정했다. 최근들어 정부는 대기업 계열별 지원 한도를 4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리며 대기업 지원을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에게 돌아갈 몫이 대기업 계열사로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올해는 회사채 시장이 회복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최소한의 시도도 없이 P-CBO를 찾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애초에 도입 취지가 조달이 힘든 기업과 힘들어진 회사채 시장을 지원하는 데 있다는 반론도 있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 위주로 신청을 받는 것보다 대기업을 포함시키면 한도 소진에 대한 필요성도 있다"며 "자본시장에서 조달이 안되는 곳을 지원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만을 위한 것으로 꼬리표를 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신보는 매년 3월에 P-CBO 발행을 시작해 상하반기에 나눠 각각 두 차례씩 해왔다. 하지만 건설사와 캐피탈사 등에 유동성을 적시에 공급하기 위해 1월까지 신청을 마치고 2월에 앞당겨 발행한다. 다만 대상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으로 한정했다. 중소기업은 예정대로 3월에 실시한다.

신보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지난해 대기업의 P-CBO 편입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며 "중소·중견기업과의 하도급 관계에 따른 연쇄도산 방지, 고용 안정성 유지 등을 위해 자금조달이 어려운 일부 대기업에 대해서는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기업 발행을 앞당긴 것은 채권시장 안정의 정책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중소기업 자금 지원과는 목적이 다소 다르다"며 "대기업에 대해서는 후순위채 인수비율을 상향 조정해 편입 유인을 축소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P-CBO보증 지원이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운용 중"이라고 덧붙였다.


◇2년간 한도 5조로 축소…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

지난 3년간 실시했던 11조9000억원 규모의 코로나 P-CBO는 지난해 말 종료됐다. 이제 향후 2년간 5조원을 신규 공급하기로 했다. 당장 절대적인 한도가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데다 하반기 단기자금 시장 경색으로 총 5조4000억원을 집행했다. 이중 신규발행은 4조1000억원, 차환발행은 1조원 수준을 나타냈다. 올해는 최대 3조원까지 집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대기업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채 시장이 우량등급을 위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데다 회사채 시장에 대한 지원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P-CBO 한도 자체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 시장에서 조달이 어려운 A등급, BBB등급의 발행 창구로 쓰이고 있다"며 "코로나로부터는 정상화된 만큼 공급을 계속 늘릴 수는 없을 것이다. 예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점차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최고 6.8%…금리부담 여전 VS 절대 높지 않다

중소기업의 P-CBO 신규발행 금리는 AAA 회사채 3년물 금리에 심사를 거쳐 결정된 신보 내부등급별 보증료율을 추가해 산정된다. 9일 기준 AAA 사모무보증 3년물 금리는 4.298%다. 최상위 등급인 K1부터 최하위 F1·F2의 보증료율은 0.5~2.5%다. 따라서 현재 중소기업이 P-CBO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4.8~6.8% 가량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말 P-CBO를 발행한 기업들이 당시 9%대의 금리를 부담한 만큼 세 달만에 최소 3% 이상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아직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기업들의 부담은 여전하다.

고금리에 가뜩이나 이자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지원인 데도 불구하고 금리부담 경감 효과가 크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P-CBO의 최대 투자자는 국민연금이다. 절반 이상을 국민연금이 매입하는 구조로 너무 낮은 가격에 공급하면 국민연금이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다.

2021년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P-CBO는 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발행량과 2년간 한도를 가뿐히 넘어선 수주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결국 가입자인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며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심지어 국민연금은 공적 자금도 아니다“고 말했다.

더욱이 P-CBO는 시장금리보다 낮게 지원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까지만 해도 낮은 시장금리로 저렴하게 발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금리 급등으로 P-CBO 금리도 오를 수 밖에 없었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BBB등급 회사채 금리가 12%대를 보였다. 지난해 P-CBO 금리가 10% 육박했다면 적절한 수준으로 보인다"며 "크레딧 스프레드가 많이 축소됐다 하더라도 하위등급은 많이 늦다. 현재 P-CBO 금리가 결코 높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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