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 시프트]'HLB 맞는' 피에스엠씨, 분위기 반전 카드는 '글쎄'③10년간 매출 반토막, 자금 조달 툴 역할 부각 전망
김소라 기자공개 2023-02-15 08:13:27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3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리드프레임 제조사 '피에스엠씨'가 내달 바이오 기업인 'HLB' 그룹 하에 편입을 앞두고 있다. 2010년 풍산 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후 10여년만에 이종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집단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다만 당장의 사업적 변화 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의 오너십 변경인만큼 중장기 전략 수정 등 기대도 뒤따랐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없는 상태다. 현재는 피에스엠씨를 자금 조달의 툴(tool)로 활용한다는데 더 방점을 두고 있다.
피에스엠씨는 대주주 변경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대주주인 '에프앤티'와 강대균 부회장 지분 전량(449만9181주)을 HLB 컨소시엄 측에 넘기는 계약이다. 이번 거래를 시작으로 파생되는 거래인 신규 전환사채 발행 건과 유상증자 등을 모두 완료하면 오너십 변경 작업은 최종 마무리된다. 이를 모두 고려한 최대주주 변경 예정 시점은 오는 3월 10일이다.
피에스엠씨는 2010년 말 '풍산홀딩스'에서 매각된 '풍산마이크로텍'이 전신이다. 2011년 3월 현 대주주가 경영권을 넘겨받은 후 상호 및 정관 변경을 통해 풍산 색깔 빼기에 주력했다. 대주주 변경 후에도 이전부터 전개해오던 반도체 리드프레임 제조 사업은 그대로 유지했다. 리드프레임은 반도체 주요 부품 중 하나로 반도체칩과 외부 전극을 연결하는 동시에 패키지를 기판에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사업구조는 신규 대주주 체제에서도 지속될 전망이다. HLB 측이 기존 사업에 대해 계속해서 지원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신규 비즈니스 추가와 관련해선 정해진 바 없다는 설명이다. HLB가 바이오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2개 사업부문을 배치시키는 방향도 거론되나 단기간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대신 이번 M&A(인수합병)는 HLB 측에서 볼때 자금 조달 목적의 의미가 크다. 피에스엠씨를 통해 창출한 현금을 계열사 신약 개발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피에스엠씨의 경우 코스닥 상장사이다 보니 자금 조달을 위한 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진행 등이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피에스엠씨 자체적으로 보면 사업이나 재무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HLB 관계자는 "물론 그룹에선 반도체 리드프레임 사업 자체를 높이 평가해 투자를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 사업을 갖고 안정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는지는 주요하게 평가했다"며 "당장 피에스엠씨에 바이오 사업을 넣거나 하는 등의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피에스엠씨의 수익성 개선 등 분위기 반전을 위한 계기 마련도 불투명해졌다. 지난 10여년간 매출 변화 추이를 보면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1년 1080억원이던 매출액은 2019년 430억원대로 급감했다. 2015년 부산 공장 화재로 물량 대응에 타격을 입었고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미중 무역분쟁 본격화 등 대외적 요인으로 영업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 2년 연속 영업적자 상태가 이어졌다.
다만 피에스엠씨는 최근 제품 적용 분야를 확대하며 실적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품 납품처를 기존 가전 중심에서 전기차, 사물인터넷(IoT) 등 최근 주목받는 분야로 넓히는 전략이다. 실제 2021년 기준 연 매출 500억원 회복, 영업이익 8억원 기록 등 효과도 점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피에스엠씨 관계자는 "대량 저가 물량 공세 등 외부적 요인으로 자회사인 필리핀 법인의 매출이 감소한 것이 연결 실적을 끌어내렸다"며 "대주주 변경에 따른 사업적 변화 등은 구체화된 바 없고 향후 주주총회 등을 통해 세부 내용이 정해질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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