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구글 vs 네이버]'미래기업' 탐색 라인업 구축[투자조직]⑦구글 'GV·캐피탈G·그래디언트' 활약, 네이버 'D2SF·스프링캠프' 포진
박동우 기자공개 2023-02-20 08:12:04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5일 08:0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외 첨단기술 트렌드를 선도하는 구글과 네이버. 두 회사는 성장의 자양분으로 스타트업을 눈여겨본다. 미래 시장에서 각광받을 사업을 수행하는 신생기업들이 많은 만큼 투자 조직을 앞세워 탐색 중이다.구글과 네이버 모두 투자사 라인업을 구축해놨다. 구글은 GV(옛 구글벤처스), 캐피탈G, 그래디언트벤처스 등이 활약 중이다. 네이버에게는 산하 조직 D2 스타트업 팩토리(D2SF), 손자회사 스프링캠프가 있다.
◇구글 '초기·후기·AI' 특화
구글이 처음으로 설립한 투자사는 'GV'다. 론칭한 시점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창업한지 10년차를 넘기면서 검색엔진 광고 사업이 확고한 수익원으로 안착했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유망한 사업을 계속 찾아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됐다.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따른 수익을 챙기는 의도도 반영됐다.
당시 약정총액 1억달러(1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면서 첫 발을 뗐다. GV는 성장 초기 단계의 회사를 겨냥해 투자하는 기조를 채택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에 특화된 우버, 사내 협업 솔루션 개발사 슬랙, 카페 프랜차이즈 업체 블루보틀 등이 대표적 포트폴리오다.
투자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사세가 넓어졌다. 2010년 미국 뉴욕에 사무소를 열고, 2014년에는 영국 런던 지사를 세우며 유럽 스타트업 탐색의 시동을 걸었다. 운용자산(AUM)도 계속 불어났다. 2018년 35억달러, 2020년 45억달러, 지난해에는 80억달러(10조1752억원)로 집계됐다.
GV는 매년 평균 70건의 딜(Deal)에 참여해왔다. 한 해 동안 집행한 투자액은 꾸준히 늘었다. △2016년 26억달러 △2017년 31억달러 △2018년 43억달러 △2019년 51억달러 등의 증가세를 시현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바이오·헬스케어, 모바일, 핀테크 등 전방위에 포진한 기업을 지원했다.
투자를 마무리한 뒤에는 GV 내에 꾸려진 실행(Hands-on)팀이 피투자기업의 경영 조언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인사, 영업, 엔지니어링, 디자인 등의 부문으로 나뉘어 돕는다.
GV가 신생기업을 집중 조력한다면 2013년에 출범한 '캐피탈G(옛 구글캐피탈)'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라운드에 놓인 스타트업을 겨냥해 자금을 집행해왔다. 벤처를 겨냥한 단계적 투자 시스템을 구현한 셈이다. 캐피탈G는 구인 구직 앱을 개발한 글래스도어, 숙박시설 공유 플랫폼 운영사 에어비앤비, 차량 공유 회사 리프트 등에 실탄을 투입했다.
구글 경영진은 인공지능(AI) 기술의 진전도 눈여겨봤다. 다양한 산업에 연계하는 범용성이 뛰어난 만큼 선제적 투자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이러한 판단은 2017년 '그래디언트벤처스(Gradient Ventures)'의 발족으로 이어졌다.
그래디언트벤처스는 단순히 AI 분야에 포진한 스타트업 투자에 국한하지 않았다. 피투자기업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를 구글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도 수행했다. 개발진이 구글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현장 연구원과 교류할 기회를 부여하면서 연구 협력의 기틀을 마련해줬다.
◇네이버 '원천기술' 주안점, '펀드 출자'도 병행
네이버 산하 투자 조직의 대명사는 'D2SF'다. 2015년에 사내 기술 연구 부서였던 네이버랩스 구성원들이 주축이 돼 론칭했다. D2SF는 극초기 기업의 시장 안착을 돕는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역할을 수행해왔다. 투자에만 그치지 않고, 원천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을 타깃으로 △재무 △마케팅 △특허 관리 등 기업 경영에 필요한 실무 교육을 진행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2015년 이래 자금을 투입한 스타트업만 100곳이 넘고, 누적 투자액이 500억원을 웃돈다. 기업을 발굴하는 분야도 AI, 반도체 등 폭넓다. 단연 눈길을 끄는 사례는 '퓨리오사AI' 투자 건이다. 신경망처리장치(NPU),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등을 개발하는 업체로 데이터센터나 기업용 서버 수요 공략을 염두에 뒀다. D2SF는 2017년 법인 설립 전에 5억원을 지원하고, 2021년에는 후속으로 80억원을 투자했다.
자금 투입을 연결고리 삼아 네이버 계열사의 외형을 확장하는 데도 기여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개체의 행동을 인식하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비닷두'가 대표적이다. D2SF가 초기 투자했던 회사로, 2020년에 네이버웹툰에 인수됐다. 비닷두를 창업한 김대식 이사는 네이버웹툰으로 자리를 옮겨 AI 부문 연구를 총괄하는 중이다.
액셀러레이터 외에 벤처캐피탈 '스프링캠프'도 존재한다. 다만 네이버가 직접 출자해 설립한 투자사는 아니다. 2015년에 모바일 게임 개발사 파티게임즈가 자본금 50억원을 들여 스프링캠프를 설립했다. 이후 2017년에 스노우가 스프링캠프를 인수하면서 스프링캠프는 네이버의 손자회사로 탈바꿈했다.
스프링캠프는 지난해 스타트업 57곳에 342억원을 투자했다. 회사 한 곳에 평균 6억원을 집행한 셈이다. 연간 투자액의 80%에 육박하는 265억원이 소프트웨어, 정보서비스 등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업종에 몰렸다. 2022년 투입액의 67%인 231억원은 업력 3년에 못 미치는 초기 기업에 돌아갔다.
네이버는 투자 조직 가동과 별개로 외부 운용사가 조성한 펀드에 출자하는 데도 힘을 실었다. 벤처캐피탈업계에 전문성을 갖춘 심사역이 포진한 만큼, 수익 창출도 한층 용이하고 유망 기업 발굴도 수월할 거라는 기대감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2020년 3504억원, 2021년 5237억원, 2022년 상반기 1605억원 등 꾸준하게 투자조합에 신규 출자하는 기조를 이어갔다. 그동안 네이버의 펀드 결성 행보는 국경을 넘나들었다. 2016년에 유럽 투자사 코렐리아캐피탈이 조성한 'K-펀드 1'에 1200억원을 약정했다. 2018년에는 미래에셋과 합심해 2000억원 규모의 '아시아 그로쓰 펀드'도 론칭했다. 아세안(ASEAN) 권역과 인도의 유망 기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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