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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의 승부수]'배당 화수분' SK에너지의 복귀, 배터리 투자 재원될까④역대급 영업이익에 배당성향 100%시 SK이노에 '2조' 배당 가능

박기수 기자공개 2023-02-23 11:05:21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7일 14:4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 현재 SK이노베이션의 경영 모토는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이다.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사업으로 기업 활동의 축을 옮기겠다는 것이다. 차별적인 탈탄소·저탄소 전략을 수립하고, 친환경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화해 '넷 제로(탄소의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SK이노베이션의 목표다.

카본 투 그린을 구성하는 세부 전략 중 하나는 '그린 앵커링(Green Anchoring)'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앵커(Anchor)'로 삼아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배터리 소재 등 그린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SK이노베이션을 유공 시절의 '정유·화학'에서 벗어나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하는 친환경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의미다.

◇현금흐름, 석유 자회사→지주회사→배터리 회사

카본 투 그린의 핵심은 자금의 이동이다. 자금의 흐름이 전통사업에서 사업 성장을 예고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으로 흘러가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정유·화학에서 번 돈을 SK온 등에 투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마침 이러한 자금 이동이 원활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처럼 그룹의 지주사는 아니지만 석유화학·배터리 사업의 중간지주사다. 공정거래법 상으로도 지주회사로 분류된다. 핵심은 '배당'이다. 매년 시행되는 중간·기말배당을 통해 자회사들로부터 배당금을 수령해 언제든 SK온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을 쌓아놓을 수 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작년 말 시행된 SK온 유상증자에 현금 2조원을 수혈했다. 최근 SK온이 약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준비 중이고 이후에도 상당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언제든 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현금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주요 자회사로는 SK에너지(보유 지분율 100%), SK지오센트릭(100%), SK엔무브(60%), SK인천석유화학(100%),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100%), SK아이이테크놀로지(61.2%) 등이 있다. 이외 대한송유관공사(41%), SK차이나(21.72%) 등도 주요 자회사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이후부터 매년 주요 자회사(종속·관계·공동기업)들로부터 조단위의 배당금을 수령해왔다. SK온의 자금 수요가 상당한 만큼 올해 이후 자회사들로부터 배당금 수령액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


작년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사업연도를 기반으로 자회사들로부터 약 1조1058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가장 기여를 많이 한 곳은 SK엔무브로 5500억원을 배당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3500억원을 배당했다. SK그룹의 중국 자회사인 SK차이나 역시 1037억원을 배당했다.

◇'역대급 이익' SK에너지, 배당성향 100%면 약 '2조'

올해 작년 사업연도를 기반으로 연간배당이 이뤄질 경우 SK이노베이션으로 들어가는 배당금은 훨씬 늘어날 여지가 있다. 그간 SK이노베이션의 배당 화수분 역할을 했다가 작년 실적 부진으로 미배당을 결정했던 SK에너지가 다시 대규모 배당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SK에너지는 작년 3분기 누적 별도 기준 영업이익으로 3조2486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실적발표에서 4분기에 석유 사업에서 661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약 2조5000억원 이상의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영업이익 2조5000억원은 2011년 1월 석유사업 독립법인 SK에너지가 출범한 이후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이다.

SK에너지는 한 해 기록했던 연결 순이익의 100% 이상을 배당한 이력이 있는 곳이다. 심지어 적자가 발생했을 때도 SK이노베이션으로 현금을 수혈했다. 만약 이번에 배당성향 100%가 달성된다면 약 2조원 가량의 현금이 SK이노베이션으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


SK엔무브 역시 작년 약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예측된다. SK엔무브의 3분기 누적 별도 영업이익은 7792억원이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이 발표한 4분기 윤활유 사업 영업이익 2684억원을 더하면 1조476억원이 나온다.

SK엔무브 역시 100% 안팎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던 회사다. 심지어 2019년에는 연결 순이익의 2.3배가 넘는 금액을 배당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이 현재는 60%로 하락해 배당을 온전히 누리지는 못하겠지만 배당 규모 자체가 클 경우 SK엔무브에서도 상당한 배당금을 수령할 전망이다.

여기에 업계가 앞으로도 석유사업의 시황이 당분간 견조할 것으로 내다본다는 점 역시 SK이노베이션에 희소식이다. 코로나19 현상이 진정세로 접어들었고, 중국 리오프닝과 더불어 글로벌 공급이 당분간 제한돼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이 견조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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