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튀르키예 파트너로 LG엔솔 낙점한 이유는 전기차 전환 시급...유럽 공략 확대 LG엔솔과 이해관계 맞물려
정명섭 기자공개 2023-02-24 08:22:56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2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SK온과 튀르키예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하다가 무산되자 LG에너지솔루션에 손을 내밀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 코치그룹은 튀르키예 앙카라 근처 바슈켄트 지역에 약 2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22일 체결했다.LG에너지솔루션이 2011년 포드에 처음 배터리를 납품했고, 매년 공급 물량을 늘려왔다. 이들이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산 목표 시점은 2026년으로, 생산 능력은 45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SK온이 작년 3월 포드와 맺었던 협약과 같은 내용이다. 당시 SK온은 2025년부터 연 30~45GWh 규모의 배터리 상업 생산이 목표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구체적인 투자 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SK온과 유사한 3조~4조원(3사 합계)선에서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MOU도 구속력이 없는 논바인딩 투자협약이어서 서로 조건이 맞지 않으면 본계약까지 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포드-코치 합작법인 설립 의지...SK온 무산 가능성에 작년부터 LG엔솔에 러브콜
포드가 튀르키예 합작법인 설립 파트너를 돌연 LG에너지솔루션으로 교체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SK온과 포드의 튀르키예 합작법인 설립 논의가 무산됐다는 블룸버그통신의 최초 보도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말에 포드와 이미 논의를 시작했다. 당시 포드와 코치그룹은 SK온과 협의가 무산될 조짐이 보이자 LG에너지솔루션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만큼 포드와 코치그룹의 배터리 생산법인 설립 의지가 강했다는 후문이다.
포드는 2022년까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상용차를 판매한 완성차 업체다. 2021년에만 유럽 지역에 27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포드의 승합차 ‘트랜짓’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미니밴, 미니버스 등 LCV(경상용차) 분야에서 유럽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포드는 이같은 리더십을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2030년까지 300억 달러(약 39조원) 이상을 투입해 전체 차량 판매의 40%를 전기차로 채울 계획이다.
코치그룹은 튀르키예에서 유일하게 포천 ‘글로벌 500’에 선정된 제조사로, 포드와 오랜 동맹관계를 이어왔다. 이 회사는 1959년 포드와 합작사 ‘포드 오토산’을 설립해 튀르키예 코자엘리주에서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포드 오토산은 튀르키예 전체 차량 생산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41%는 수출 물량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 스텔란티스, 일본 혼다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해왔던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 포드의 요청을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에 집중된 투자를 유럽 지역으로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 능력은 작년 말 기준 200GWh로, 올해 말에 이보다 50% 증가한 300GWh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증가분 100GWh 중 40%는 북미, 나머지 60%는 유럽과 중국 설비 증설로 메운다. LG에너지솔루션이 GM과 함께 추진했던 미국 내 네 번째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것도 리소스를 유럽 시장 공략에 안배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유럽 공장은 2016년부터 운영이 시작된 폴란드 브로츠와프시 공장 한 곳뿐이다. 포드와 협력이 확정되면 유럽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전에서 경쟁사 대비 한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해외 공장 설립·운영 경험...자금조달 능력도 높은 평가
LG에너지솔루션이 해외 공장 운영 경험, 자금조달 능력 면에서 경쟁사 대비 우월하다는 점도 이번 MOU 체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6년부터 폴란드에서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지만, 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4년 가까이 소요됐다.
전기차 전환이 시급한 포드 입장에서 경험이 풍부한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는 게 이득이다. 포드는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의 배터리 기술만 받고 미국 미시간주에서 자체 배터리 공장을 짓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우회책까지 내놓을 정도로 전기차 전환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조9380억원이며, 부채비율은 86%, 차입금 비율은 39%로 안정적인 재무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순차입금 비율 또한 2021년 4분기 65%에서 2년 새 11%까지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 기록한 자본적지출(CAPEX)이 6조3000억원임을 고려하면 최소 9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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