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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스타, 자동차 전장산업]'가전 강자'가 10년전 BMW 찾아간 사연은②'똑똑한 차' 발전사 동행한 인포테인먼트 최강자…파워트레인·램프 '삼박자'

허인혜 기자공개 2023-02-28 13:16:58

[편집자주]

10년전 전자업계의 미래 동력으로 낙점됐던 자동차 전장사업이 이제 '진짜' 성과를 내며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퍼스트무버로 나선 사이 국내 전자업계의 전장사업 부문도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상대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더벨이 전기차 대전환기를 맞아 전성시대를 맞은 자동차 전장사업의 성장 히스토리와 현황, 미래 전망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4일 16: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차가 '운송 수단'이라는 말은 이제 틀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소프트웨어카로의 대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제 차가 단순한 운송수단이기보다 놀거리이자 정보전달의 매개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점에 선 기술이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다. 운전과 길 안내 등 필요한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다양한 오락거리와 인간친화적인 기능을 말하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통합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포테인먼트를 가장 잘 하는 기업은 LG전자다. 과거 인포테인먼트 기술이 운전자의 길잡이에 그쳤다면 최근 인포테인먼트 기술은 계기판이 위치한 클러스터(Cluster)를 편집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계기판 옆에 음악 플레이어를 띄우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LG전자가 '카 인포테인먼트'를 처음 이야기한 건 20년 전이다. 완성차 기업들이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첫 발을 뗀 때와 통한다. 똑똑한 차를 완성시키는 국내 인포테인먼트 기술은 LG전자의 10년 투자에 기대어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 오디오 부문에서 출발한 전장사업이 팀과 부, 사업본부를 거쳐 LG전자의 알토란 사업부가 되기까지 와신상담의 세월이 길었다.

◇10년전 LG전자 임직원 80명이 BMW 찾은 사연은

2013년 7월 독일 뮌헨 BMW 본사에는 LG그룹 임직원 80명이 방문해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의 주제는 자동차 부품이었다. 5개 계열사의 CEO까지 대동한 설명회는 LG그룹이 전기차용 배터리 등 자동차 신기술을 글로벌 시장에서 선보인 첫 사례였다.

이듬해 CES 2014에 참석한 구본준 당시 LG전자 부회장은 일정에 없던 자동차 전시관을 찾았다. 구 부회장이 VC사업본부(현 VS사업본부) 등의 임원들을 소집해 깜짝 방문했다는 후문이다. 같은 해 LG그룹 계열사들이 베이징 모터쇼에 참가한 것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니었다.

2013년 신설된 자동차부품(VC)사업본부는 원래 차 내비게이션과 오디오를 만들던 '사업부'였다. 카사업팀에서 카사업부로, 카사업본부로 격상되며 LG전자 내에서 전장사업의 존재감도 몸집을 키웠다.

7년간 7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투입할 만큼 공을 들였다. 2011년 자동차 부품 연구인력 800명을 모은 LG전자 인천캠퍼스 R&D 단지를 준공하기도 했다. 2015년에 50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이후 2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과를 내는 등 적자의 세월이 길었지만 투자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가전 강자' LG전자가 10년전 미래 먹거리로 전장사업을 낙점한 이유는 뭘까. 전기차가 국제 모터쇼의 이벤트 모델이 아니라 실제 도로를 달리는 상용 모델이 된 때와 통한다. 미국 제너럴 모터스(GM)가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첫 전기차를 내놓은 때가 2010년이다.

시작은 구본준 LX회장이 했지만 괄목상대할 만한 성장을 이룬 인물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2018년 40세의 젊은 나이로 취임하며 여러 계열사에 나눠져 있었던 전장 부문을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 자동차부품(VS·Vehicle component Solution)사업본부를 출범 시켰다.

◇'똑똑한 차' 발전사 동행한 인포테인먼트…'차량 해커' 대비까지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량용 램프 등 LG전자의 전장사업 제품군은 다양하다. 그중 열에 여섯을 차지하는 게 인포테인먼트다. 수주잔고 100조원을 내다보는 LG전자에게 60조원의 곳간을 채워준 효자가 인포테인먼트라는 이야기다. 자동차 텔레매틱스 부문 글로벌 1위도 LG전자다.

2000년대 초 현대차그룹 등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개발에 매진하고 있었다. LG전자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 발을 들인 시기가 겹친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전기차 '싼타페'가 우리나라와 미국의 도로를 처음으로 달린 시기가 2000년~2003년께다.

LG전자의 목표에 카 인포테인먼트라는 말이 포함된 것도 20년 전이다. 2004년 30조원 수준의 R&D를 약속하며 차량 인포테인먼트 등 미래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게 시작이다.

20년간의 발전은 어떨까. 재규어랜드로버와 공동개발한 인포테인먼트가 수작으로 꼽힌다. 스마트폰 자동차에 연결하면 한 가지 작업만 지원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각각 다른 활동을 동시에 하도록 개선했다. 운전자에게만 제공됐던 인터페이스도 동승자 모두에게 지원돼 각각 다른 행동이 가능하다.

랜드로버 디펜더 차량의 클러스터에 음악재생, 엔진, 지도 등 다양한 정보를 띄워놓은 모습. 사진=LG전자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그랬듯 차도 똑똑해진 만큼 뺏길 정보가 많아졌다. 과거에는 실물 도난만 걱정하면 됐다면, 최근에는 차 속에 들어있는 정보 유출도 고민거리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2020년 차량 사이버보안 관련 법규를 채택하고 이듬해 공식 발효했다. 2022년 7월 이후 개발 자동차는 모두 사이버보안 관리체계를 인증 받아야 UNECE 협약국에 차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인포테인먼트 강자들도 글로벌 완성차 규정에 맞춰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2021년 이스라엘 자동차 사이버보안 기업인 사이벨럼(Cybellum)의 경영권을 사들였다. LG유플러스, 암호기술 전문 스타트업 크립토랩과의 업무협약(MOU)도 전장사업 사이버 보안 확대의 일환이다.

◇전기차·전장사업 동반 '빅뱅' 맞는다…선진시장 맞손 잡은 '트로이카'

사업체의 전망이 숫자에서 나온다면, LG전자 전장사업의 미래는 '따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다. LG전자 실적 내에서 전장사업의 매출액 존재감이 10%를 넘겼고, 전장사업의 미래가 달린 전기차 시장은 '빅뱅'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서다.


글로벌 마켓이 전망하는 세계 전장사업 시장 규모는 2024년 480조원, 2028년 840조원 수준이다. 전장사업의 타겟이 글로벌 완성차 기업인 만큼 세계 시장 규모의 확대는 곧 소비자 확대다. 특히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전기차 파워트레인이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에 절대 빠져서는 안될 요소라서다.

LG전자도 기업설명회(IR)에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에 따른 전장사업의 장밋빛 미래를 예견했다. 김주용 VS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완성차 생산량이 전년 대비 3.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자동차 부품 사업은 전기차 부품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완성차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은 '큰 형님' 인포테인먼트가 LG전자의 전장사업을 이끌고 있지만, 차후 차량용 램프도 형과 어깨를 견줄 아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포테인먼트와 차량용 램프, 파워트레인이 삼각편대로 불린다. 완성차 기업들이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을 주력 시장으로 보고 있는 만큼 전장사업을 꾀하는 전자업계도 북미, 유럽 등 선진 부품사들과 맞손을 잡았다.

대표적인 곳이 LG전자다. LG전자는 2018년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 회사 ZKW를 인수했다. 차량용 램프 사업을 ZKW로 일원화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약 1억달러를 들여 멕시코 헤드라이트 공장을 증설하는 등 규모를 넓히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위한 '맞춤형 라이트' 등이 미래 필수 기술이 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ZKW의 흑자전환이 올해 목표다.

전기차 파워트레인도 해외 부품사와 맞손을 잡고 키웠다. 캐나다의 마그나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생산 합작 법인인 'LG마그나 e파워트레인'을 세웠다. 마그나는 글로벌 3위 규모의 자동차 부품사다. LG전자 전장 부문 매출액의 20%를 합작법인이 생산하는 전기차 부품이 책임지고 있다.

LG마그나 e파워트레인 콘셉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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