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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로드 투 아시아]현대차그룹은 아시아에서 어떻게 인기를 얻었나⑤전략형 차·디자인 적중…딜러 서비스 선진화·현지 진출도 마중물

허인혜 기자공개 2023-02-24 08:22:38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시장 석권 전략은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의 투트랙으로 이뤄져 왔다. 이중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진출을 '빌드업'해준 지역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다. 인도 진출 성공은 현대차그룹이 다시 국제 시장의 문을 두드린 발판이 됐다. 신흥국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성장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더벨이 현대차그룹의 아시아 시장 공략기와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2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처음부터 아시아 신화를 이룬 건 아니다. 북미와 유럽, 국내에서 히트친 엑셀과 엘란트라, 쏘나타 등의 차종들을 아시아 국가에 소소하게 수출하는 데 그쳤다. 더 적극적이면 베트남이나 태국, 인도네시아처럼 현지 조립생산을 맡겼는데 현지화라기보다 이름만 바꾼 현대차와 기아차인 것은 동일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신화 첫 단추는 미국에 수출한 '엑셀'이다. 1986년 처음 진출했는데, 87년과 88년 각각 26만대를 넘게 팔았다. 딱 3년뒤부터 실적이 고꾸라졌다. 미국인의 정서를 고려하지 못해서다. 미국인들에게는 중고차 거래가 일상적이었는데, 주행이며 안전성은 신경썼어도 고장률을 잡지 못해 오래 타지 못하는 차라는 인식이 퍼졌다. 중고차값이 뚝뚝 떨어지면서 찬밥신세가 됐다. 캐나다 공장 실패인 '브루몽 악몽'도 결국 현지 기대치를 못 맞춘 탓이다.

북미와 유럽에서의 실패는 현대차그룹의 시선을 아시아로 확장시키는 전화위복이 됐다. 인기가 식고 공장 프로젝트까지 맥을 못 추자 신흥시장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 잘 풀렸다. 운때만 좋았느냐면 그렇지 않다. 실패 요인이었던 가격과 품질, 현지 정서와 디자인 모두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간판만 바꿔단 게 아니라 진짜 현지에 맞춘 전략형 차가 가장 먼저 달린 곳이 아시아다.

◇터번 높이까지 계산…디자인·고급화로 날개

2000년대 초, 출고 전 상트로를 점검 중인 현대차 인도법인 현지 근로자.
현지 문화와 정서를 발판삼아 날개를 단 차로 인도의 '상트로'를 빼놓을 수 없다. 1990년대 후반 현지에 상륙한 1세대 현지 전략형 차다. 상트로의 성공 비결은 차체 높이다. 인도 차들보다 차체 바닥도 높였고 실내 차체의 높이도 올렸다. 애칭은 '톨 보이(tall boy)'다. 배기량이 1000cc에 불과했던 경차의 높이에 신경을 쓴 이유는 뭘까.

인도의 도로 사정과 터번 문화가 상트로의 키를 키웠다. 인도에서는 경차의 인기가 높았는데 터번을 쓰고서는 차를 탈 때는 물론 운전을 할때도 몸을 잔뜩 웅크려야 했다. 도로 사정이 나빠 차체 바닥이 낮으면 흔들림이 컸다. 현대차는 인도 진출 계획을 세우며 170억원을 들여 내수용 '아토스'와 후기모델 '비스토'를 상트로로 변신시켰다.

상트로는 인도 진출 열달 만에 점유율 2위에 등극했다. 2000년에는 1위에 올랐고, 그 덕에 현대차의 인도시장 점유율은 15%에 육박했다. 한해동안 상트로 판매대수만 6만~7만대 안팎을 기록했다. 인도 국민차 인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트로와 마찬가지로 현지 전략형 차인 크레타와 기아 쏘넷이 바톤을 이어 받았다. 현대차와 기아는 1월 한달동안만 인도에 7만8740대를 팔았다.

'스타게이저(stargazer)'도 기대주다. 처음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나온 전략형 차다. 6∼7인승 MPV인데 소형차를 선호하는 아시아 시장에 맞춰 배기량은 1500cc다. 동남아시아 거점으로 낙점한 인도네시아 브카시시 생산공장에서 출고된다.

동남아 성장과 발맞춰 고급화에도 힘을 줬다. 모델은 액티브와 트렌드, 스타일, 프라임 등 네 개로 구성해 가격도 다양화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했고 올해 상반기 베트남 공략을 앞두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됐지만 판매량 10위권내에 진입하며 선전 중이다.

디자인도 중요한 카드다. 좋은 예가 중국 전용 스포티세단 '라페스타'다. 중국의 신주류 세대인 85~95년생을 겨냥해 나온 차로 우리나라에 출시된 차보다도 훨씬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폭스바겐으로부터 영입한 사이먼 로스비 상무가 전면 배치돼 만들었다. 중국 시장이 닫히기 전까지 일본차의 상승세를 꺾을 만큼 인기가 좋았다.
현대차의 중국 전용 모델 '라페스타'.
'새차 마케팅'도 주효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당시 아시아 시장에 구형 모델을 주로 팔았다. 자국에서는 신차를 내더라도 아시아에서는 팔던 차를 내놨다. 그 사이 현대차는 우리나라에서 지금 팔리고 있는 차를 내놓거나, 아니면 아예 현지에 맞춰 새로 개발한 차를 선보였다. 구형 모델 대비 디자인이 돋보였던 것은 당연한 결과다. 현지인들의 감각에 맞춰 조명과 주력 색을 달리한 것도 디테일의 차이다.

◇선진시장 수준의 '딜러 서비스' 집중…현지 채용에 '현디안' 애칭도

현대차그룹이 집중했던 또 다른 요소는 현지 딜러다. 우리나라와 선진시장 수준으로 딜러들을 길러내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2003년 중국 심천에서 현대차를 팔았던 현지 딜러는 쏘나타를 산 고객들과 함께 베이징현대 본사까지 7000리를 드라이브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지금으로 치면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챌린지'를 진행한 셈인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마케팅이었다.

같은 시기 인도에서는 젊은 현지 딜러들이 현대차로부터 집중 교육을 받았다. 인도 딜러들에게 철저한 서비스와 품질 설명 교육을 이어가는 한편 판매율에 따른 수익도 톡톡히 쳐줬다는 전언이다. 당시 인도 딜러의 인터뷰를 보면 '지금처럼만 해달라'고 요청할 만큼 만족도가 높았다. 반면 고객 만족도와 성과가 저조한 딜러와는 가차없이 계약을 끊었다.

현지 동반진출과 현지 채용도 현대차그룹의 인기를 높였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자국에서 생산한 부품으로 현지에서는 조립·판매만 하던 시기다. '공조 기업'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며 우호적인 이미지를 얻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도 현지 인력이 현지화의 핵심 요소 중 하나였다. 첫 단추이자 가장 규모가 큰 인도에서는 현대와 인도인의 합성어 '현디안(HYUNDIAN)'이라는 말을 공장 곳곳에 붙일 만큼 친밀감을 강조했다. 2000년대 초 해외에서 채용한 법인 인력만 현대차와 기아를 합해 5000명이 넘었다. 생산직 근로자를 합하면 규모는 훨씬 커진다. 현대모터인디아(HMI) 공장의 2000년대 초반 인도인 생산직 인력만 2600명을 넘겼다.

현대차와 기아 생산직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 생산직군 등에 현지 고급 인력이 몰렸다는 전언이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인도에서는 우리나라의 초대졸 자격에 준하는 공고 졸업자들이 현대차 공장에 지원했다. 현재는 인도 공장에만 8400명의 인원이 재직 중이다. 중국 공장에는 약 1만5800명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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