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자인하우스 리포트]'1세대 DSP 알파홀딩스', 도약 스토리 그린다⑪생존 위협 받던 회사가 매출 1000억원 목표에 도전하기까지
김혜란 기자공개 2023-03-09 12:54:48
[편집자주]
시스템 반도체는 팹리스가 설계하고 파운드리가 위탁생산하지만 설계자산(IP)기업과 OSAT(후공정)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IP업체와 협력해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잇고 후공정까지 턴키(일괄수주) 생산을 도맡는 곳이 바로 디자인하우스다. 역량과 규모를 갖춘 디자인하우스가 뒷받침해줘야 파운드리 산업도 클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디자인하우스로 진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지금 국내 디자인하우스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생태계의 현주소와 육성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7일 16:4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알파홀딩스는 현재 5곳인 삼성전자의 국내 디자인솔루션 파트너(DSP) 가운데 유일하게 '1세대'로 분류된다. 다른 디자인하우스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면 알파홀딩스는 오히려 두 번이나 매각되는 굴곡의 역사를 지나왔다.한때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2025년까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도약을 그리고 있다.
◇1세대 알파홀딩스 생존기
2000년 전후로 설립된 1세대 디자인하우스로는 알파칩스(현 알파홀딩스), 다윈텍, 씨에스테크놀로지가 있었다. 이 중 2002년 설립된 알파홀딩스만이 유일하게 지금까지 살아남아 1세대 디자인하우스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알파홀딩스의 업력과 역사가 깊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지난 20여년의 시간이 쉽지만은 않았다. 회사가 두 번이나 매각되며 극심한 혼란기를 겪어야 했다. 첫 번째 매각은 알파홀딩스 창업자인 김기환 전 대표가 2014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카무르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에 경영권을 넘기면서 이뤄졌다. 이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야 했던 PEF 운용사는 2016년 바이오 전문기업 프리미어바이오에 회사를 매각했다. 사명도 이때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창업자가 회사를 떠나고 새 대주주가 된 프리미어바이오는 사업다각화를 추진한다. 2018년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에이디텍 인수도 디자인하우스라는 단일 사업에만 의존해서는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대주주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따라 알파홀딩스는 디자인하우스 사업에만 집중하는 다른 DSP와 달리 내부에서 팹리스 사업도 하게 됐다. 리모컨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 IR-Receiver 부문 세계 시장점유율 1위다.
그러나 이 결정은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두 번의 매각을 거치며 회사가 불안정한 시기에 팹리스라는 신사업까지 나서자 알파홀딩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알파홀딩스 엔지니어의 90% 가까이가 사표를 낸 것이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플러스칩
이런 상황에서 알파홀딩스는 2018년 유은목 부사장 영입, 2019년 팹리스 플러스칩과의 합병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이때 플러스칩의 인력 30여명이 합류하면서 엔지니어 공백을 메웠다. 플러스칩의 김종인 대표의 헌신으로 회사는 위기를 극복해나간다. 김 대표는 공동대표직을 사양하고 연구소장(부사장)을 맡아 인재 채용을 비롯해 당시 알파홀딩스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김 대표는 알파홀딩스가 안정기에 들어선 뒤인 2021년 1월에서야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한때 엔지니어 대부분 퇴사했던 알파홀딩스의 현재 인력은 80명으로 늘었다. 올해 안에 100명을 채운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회사가 극심한 혼란기를 겪은 탓에 실적도 부침이 클 수밖에 없었다.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2020년에는 16억원 적자를 냈다. 그러나 실적은 호전되고 있다. 2021년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흑자전환했고 지난해 3분기 말까지는 24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론 2016년 이후 적자를 내왔으나 지난해 적자를 지속하던 자회사 알파바이오랩스를 청산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태양광 건축외장재 전문 자회사 알파에너웍스가 상반기 수주잔고가 쌓이기 시작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사업다각화에 적극적인 까닭
회사에 따르면 팹리스 사업부는 매년 30~40억원의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디자인하우스의 고객사는 주로 팹리스고, 자체 칩을 개발하지 않아 팹리스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칩리스(Chipless)'라고 부르는데 알파홀딩스는 자체 칩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사업 영역이 팹리스 고객사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알파홀딩스의 유은목 부사장은 "매각 과정에서 인력의 변동을 경험하면서 DSP 사업이 위험에 닥쳤을 때 보완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업이 있어야겠다는 판단에서 에이디텍을 인수해 팹리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파홀딩스는 최근엔 2차전지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혔다. 알파홀딩스는 2차전지 리드탭 전문 기업 신화아이티 지분 13.8%를 인수했다. 리드탭은 2차전지의 양극과 음극에 연결해 외부로 전기를 입·출력하는 전극 단자다. 로봇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다만 팹리스 사업 외에 2차전지와 로봇 사업은 대주주가 매출처 다변화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파홀딩스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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