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06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기로 크는 사람이 있다. 오너리스크로 언론에서 뭇매를 맞는 기업은 홍보인력이 많고 강하다. 규제나 사법 리스크로 홍역을 치르는 기업은 법무인력의 힘이 세다. 특정 인력에 힘을 실어 위기를 넘어서려는 목적일 터다.그렇다면 SM엔터테인먼트는 어떨까. 'CFO 전성시대'를 맞았다는 말이 나온다. 주인공은 장철혁 CFO다. 장 CFO는 1974년생으로 1997년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삼정KPMG를 거쳐 스킨푸드, 동아탱커에서 CFO 경력을 쌓고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에 자리를 잡았다.
합류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존재감은 강력하다. SM엔터테인먼트가 거버넌스 개혁안인 SM3.0을 발표할 때 특히 돋보였다. 탁영준과 이성수 공동 대표이사가 시작과 끝을 장식하긴 했지만 장 CFO의 비중이 더 컸다. 카카오와 협력방안, 1조원 규모의 투자계획, 실적 가이던스 발표까지 장 CFO가 맡았다.
물론 CFO가 비전을 설명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네이버 등 일부 대기업도 재무 관련 사항을 투자자에게 상세히 알리고자 CFO가 직접 컨퍼런스콜에 나선다.
하지만 장 CFO는 향후 SM엔터테인먼트를 이끌 차기 CEO로도 거론된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 3명 가운데 가장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대표이사로 내정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가 2012년을 끝으로 CFO를 두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사상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재무와 거버넌스 중 하나라도 놓친다면 경영권이 뒤집힐 만큼 상황이 긴박하다. 내부거래 해소부터 주주환원 정책, 멀티레이블 체제를 기반으로 한 실적 성장성까지 재무와 연관된 거버넌스 위기를 겪고 있기에 강력한 CFO가 탄생했다는 뜻이다.
장 CFO를 비롯한 현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 등과 연합군을 형성한 게 발단이었다.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였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보유 지분 18%가운데 14%를 하이브에 넘겨 최대주주로 만들며 맞불을 놨다.
‘이수만 없는’, ‘부정 없는’,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같은 명분 아래 두 진영으로 나뉜 채 팽팽히 대치하는 셈이다. 장 CFO 등 현 경영진과 하이브의 대결은 3월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단락된다. 두 진영 가운데 누기 승기를 쥐든 SM엔터테인먼트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진다.
난세는 간웅이나 영웅을 낳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간웅이 영웅으로 바뀌기도 하고 영웅이 간웅으로 재평가받기도 한다. 확실한 건 위기를 돌파할 인물로 그가 선택됐다는 점이다. 장 CFO는 SM엔터테인먼트 사(史)에 어떤 인물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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