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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폰의 아이덴티티를 찾아서 [thebell note]

손현지 기자공개 2023-03-06 11:02:52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3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전 동창회에서 고등학교 때 쓰던 휴대폰 모델명이 화젯거리였다. 초콜릿폰, 아이스크림폰, 듀퐁폰, 연아의 햅틱 등 그 시대를 풍미했던 기기명이 거론될 때마다 디자인이 떠올랐는지 일제히 환호성이 터졌다.

한창 얘기를 하다보니 폼팩터 경쟁이 치열하던 2000년대가 그리워졌다. 바(Bar) 모양의 천편일률적인 스마트폰에서 느꼈던 갈증이 조금은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3년전 삼성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 때도 비슷한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아쉽게도 시간이 흘러 폴더블은 더 이상 독특한 폼팩터가 아니다.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제조사들은 물론이고 애플까지 폴더블폰 출시가 임박했다. 조만간 바 형태 만큼이나 보편적인 스마트폰 디자인으로 자리잡을 게 뻔하다.

삼성은 더 이상 접는 사용자경험(UX)만으론 차별점을 둘 수 없다. 고객 입장에서 삼성폰을 택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단순히 선두주자라는 이유만은 부족하다. 후발주자들이 값싼 가격을 내세우거나 기능을 보완할 게 분명하다.

애플처럼 브랜드만을 메인 디자인으로 내세우기도 아직은 어렵다. IT 관계자는 "MZ들에게 S23 개선점 중 하나로 삼성(Samsung)로고가 희미해진 점이 꼽힌다"며 "삼성은 과거 애니콜 시절부터 로고 관련 비판이 뒤따랐던 터라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새로운 폼팩터 기기 개발이 답일까.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에게 "폴더블 뒤를 이을 혁신 디자인이 있는지" 묻자 "멀리서 보더라도 단번에 갤럭시임을 인지할 수 있는 디자인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고 답했다.

당시 아이덴티티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대목이 있었다. S1~ S22를 전시한 아트워크를 보고 "S1은 2009년에 개발하고, 2010년에 출시한 제품인데 지금도 켜지고 작동한다는 걸 보고 (갤럭시 전 시리즈 개발에 참여했던) 저조차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가 수년간 돌고 돌아 찾은 답은 '하드웨어'로 귀결된 듯 하다. 사실상 삼성이 가장 잘 하는 분야다. 애플이 강점을 지닌 소프트웨어도, 중국의 저가 경쟁력도 아니었다. 디자인 군더더기를 빼고 오롯이 성능에만 집중하겠단 뜻이다.

MX사업부 직원들 말에 따르면 이번 S23은 삼성의 아이덴티티를 찾는 과정에서 내놓은 첫 작품이다. 2015년 S5때까지의 지켜온 하드웨어 최강자 명성을 되찾기 위해 모든 역량을 갈아 넣었다 한다. CPU, GPU, NPU 등 주요 부품 성능이 40% 이상씩 향상됐다.

보쉬, 벤츠, 교세라, 다이슨 등 모두 내구성이란 단단한 알맹이 하나로 오랜 명성을 이어온 브랜드들이다. 삼성의 프리미엄폰 갤럭시 울트라가 매년 "아재폰 같다"는 혹평에도 매니아층이 탄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만의 아이덴티티를 찾는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포인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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