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09일 08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는 고객을 확실히 사로잡을 수 있고 기업은 발행금리를 확 낮출 수 있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증권사와 기업의 회사채 수요예측 편법논란 이야기다.기업이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수요예측 과정을 거쳐야 한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가격을 써내고 주관사들이 높은 가격순으로 채권 물량을 배정한다. 쉽게 말하면 회사채 경매 제도로 보면 된다. 가격 결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2년 도입됐다.
그런데 꼼수를 썼다. 물건이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싼 가격에 주문을 넣은 투자자를 잘라버리고 경매가 끝난 후 비싼 가격을 제시한 투자자를 더 유치했다.
이런 경우도 있다. 같은 날 발행되는 같은 기업 회사채중 일부 만기 채권에 대해서는 아예 투자자를 받지 않고 주관사인 증권사 자체 자금으로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수요예측 자체가 사라지고 나머지 다른 만기 회사채의 금리도 끌어 내리는 효과를 낸다.
얼핏 보면 IB도 좋고 기업도 좋아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시장가격이 왜곡된다. 왜곡된 시장 가격은 다른 기업과 증권사들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시장의 규칙이 무너진 셈이다. 결과적으로 수요예측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면서 금융감독당국이 경고장을 날렸다.
회사채 발행 주관을 맡은 증권사 IB 입장에서 보면 다소 억울할 수 있다. 이 건만 보면 기업만 좋지 증권사에게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윤이 남지 않는 장사가 어디 있으랴. 뒤에 숨겨진 이익 창출의 기회를 숨기면서 거사를 도모하기 위한 전략적 꼼수로 보는 게 맞다.
최근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특히 건설회사들의 유동성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불거지면서 증권사 IB들에게는 '노가 났다'는 말까지 들린다. 일례로 메리츠증권의 롯데건설 지원 펀드는 대출금리가 10%(수수료 포함)를 훌쩍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능한 담보는 모두 다 잡았으니 IB 입장에서는 땅짚고 헤엄치기다.
롯데건설만 그럴까. 다수의 건설사 뿐 아니라 일부 기업들이 증권사를 붙잡고 유동성 보충에 혈안이 돼 있다. 증권사 IB 입장에서는 '물 반, 고기 반'이다. 지금은 일단 기업 고객을 잡는 것 자체가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수요예측 제도를 무시하고서라도 미끼를 던지려고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부 IB는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주고 다른 금융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일명 '꺾기'까지 한다고 한다.
증권사 IB간 경쟁이 너무 치열해지면서 선을 넘나들고 있다. IB 업계의 상도는 무너졌고 감독당국이 만들어 놓은 규정까지 어길 지경이니 말 다했다.
결국 서슬퍼런 감독당국이 논란이 된 하우스 뿐 아니라 다른 IB들까지 불러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러면 증권사 전체 IB 비즈니스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장사꾼이야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해야겠지만 이 논란의 중심에 선 증권사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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