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 수금채 한도 1조 확대…지주사 전환 실탄 마련 대주주 자금여력 부족…자산운용사 인수 자금 확보 분석도
김형석 기자공개 2023-03-13 08:19:57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8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협은행이 최근 수산금융채권(수금채) 발행 한도를 기존보다 1조원 확대했다.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 시 필요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분석된다. 특히 농협중앙회와 달리 대주주인 수협중앙회의 추가 지원이 불가한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7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최근 이사회에서 올해 수금채 발행한도를 지난해보다 1조원 늘린 7조원으로 확정했다.
수협법과 은행법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자기자본(기본자본+보완자본) 대비 5배까지 수금채를 발행할 수 있다. 다만, 수협은행은 이사회에서 매년 수금채 발행 한도를 설정해왔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수협은행의 자기자본은 3조6051억원이다.
유동성 지표에서도 수협은행은 양호한 모습이다. 수협은행의 지난해 3분기 평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00.93%다. LCR은 향후 30일간의 순현금유출액에 대한 고유동성자산 보유 비율을 의미하는 유동성 지표다.
6개월간 수협은행의 LCR은 상승하고 있다. △4월 90.06% △5월 91.44% △6월 99.05% △7월 99.37% △8월 100.11% △9월 103.31% 등이었다.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은행은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비율을 80% 이상, 통합 유동성 커버리지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다만, 금융위는 지난 2020년 4월 코로나19 여파로 LCR 규제기준을 70%로, 통합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 규제기준을 85%로 낮췄다. 금융위는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정상화를 위해 LCR 규제 정상화 추가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
수금채 한도 역시 충분하다. 9월 말 기준 수협은행의 수금채 발행 잔액은 3조400억원이다. 수협은행 가장 최근에 발행한 수금채는 2020년이다. 수협은행은 당시 7월과 8월, 9월 세차례에 걸쳐 3200억원 규모의 수금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5년, 표면금리는 1.3% 수준으로 상환부담이 크지 않다.
양호한 유동성 지표와 발행한도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수협은행이 수금채 한도를 늘린 데에는 지주사 전환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협은행은 비은행 계열사 2곳 인수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수협은행이 우선적으로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금융사는 자산운용사다. 자산운용사는 올초 매물이 대거 나올 가능성이 높아 저렴한 가격에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중에서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자금조달에 실패한 우량 매물도 다수 포함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협은행이 일시적 유동성 부실로 매물로 나온 자산운용사의 경우 수협은행이 인수 후 유동성 자금 투자가 불가피하다.
대주주인 수협중앙회의 추가 자금 지원이 어려운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협중앙회가 활용할 수 있는 내부 유보금은 1500억원을 밑돈다. 지난 2021년 기준 총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수협중앙회의 순자본은 6307억원이다. 이중 조합 출자금 1682억원, 법정적립금 499억원 등은 활용할 수 없다. 임의적립금(2732억원)과 미처분이익잉여금(369억원) 등 실제 동원 가능 자금은 3101억원이다. 수협중앙회는 이중 1531억원을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국채매입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수협중앙회는 올해 초 수협은행의 지주사 전환 지원자금 2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야 했다. 지난 2월 230억원 규모의 부산어시장 지분 매입자금은 수협은행에서 수혈받았다.
이 밖에도 수협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내부등급법 전환 실패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내부등급법이란 은행들이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에 의해 산출한 부도율(PD), 부도시손실률(LGD) 등 리스크 측정요소를 활용해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통상적으로 내부등급법을 기준으로 위험가중자산을 책정하면 수협은행이 현재 활용하고 있는 표준등급법 보다 적게 나온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개선과 자산 포트폴리오 건전성관리가 가능해 금융사 인수 자금 확보에 유리하다. 실제 우리은행도 2020년 내부등급법 전환에 성공한 이후 금융사 인수자금 확보에 성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호한 유동성 지표를 보이는 수협은행이 수금채 발행 한도를 상향한 것은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으로 보인다"며 "농협금융지주와 달리 대주주의 추가자금 지원이 불가한 상황에서 수협중앙회의 캐시카우 역할과 지주사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갭을 늘릴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우리금융 "롯데손보 M&A, 과도한 가격 부담 안한다"
- 신한캐피탈, 지속성장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체계 강화
- 하나금융, ELS 악재에도 실적 선방…확고한 수익 기반
- 하나금융, 자본비율 하락에도 주주환원 강화 의지
- 국민연금, '역대 최대 1.5조' 출자사업 닻 올렸다
- [도전 직면한 하이브 멀티레이블]하이브, 강한 자율성 보장 '양날의 검' 됐나
- [퍼포먼스&스톡]꺾여버린 기세에…포스코홀딩스, '자사주 소각' 카드 재소환
- [퍼포먼스&스톡]LG엔솔 예견된 실적·주가 하락, 비용 절감 '집중'
- [퍼포먼스&스톡]포스코인터, 컨센서스 웃돌았지만 주가는 '주춤'
- 신한금융, ‘리딩금융’ 재탈환에 주주환원 강화 자신감
김형석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CG인바이츠, 화일약품 지원 축소 11년 동행 '선긋기'
- [thebell note]제약바이오는 다이어트 중
- [제약사 TSR 분석]제일약품, '주가·실적·배당' 3중고 열쇠 '온코닉의 신약'
- 명문제약, 영업이익 감소에도 개량신약 드라이브
- '케이캡 게섰거라' 대웅제약, 中 펙수클루 적응증 확대
- 대한뉴팜, '인체·동물의약품' 견인 2000억 매출 첫 달성
- 지오영, 작년 매출 4.4조…초격차 우위로 5조 정조준
- 'R&D 강화' 대웅제약, 이관순 한미약품 부회장 영입
- [제약바이오 맨파워 분석]대웅, 경쟁사 대비 낮은 임금…불평 낮출 빠른승진·스톡옵션
- 영진약품, 2년만에 흑자…수출보단 내수 기여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