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글로벌 투자 리포트]LB인베, 중국 ICT·헬스케어 개척…동남아·북미 공략 시동①2007년 첫 진출 후 중국 내 주요 VC로 성장, IPO 후 싱가포르·실리콘밸리 토대 마련
이종혜 기자공개 2023-03-20 08:24:36
[편집자주]
국내 벤처캐피탈(VC)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유행 이후 주춤했던 글로벌 투자가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국내 VC들은 해외법인을 통한 진출뿐만 아니라 현지 투자회사와 협업를 통해 딜(deal)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더벨은 국내 VC들의 해외 투자 현황과 성과, 키맨, 전략 등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6일 14: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B인베스트먼트는 국내 벤처캐피탈(VC) 가운데 일찍부터 해외투자에 돌입했다. 설립 3년차부터 캐나다, 미국 등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특히 중국시장 첫 개척자다. 설립 11년차인 2007년 당시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중국에 깃발을 꽃고 상해사무소를 설립했다. ICT, 플랫폼,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을 선제 발굴하기 위함이었다. 진출 당시 중국시장은 한국보다 빠른 산업 트렌드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국내 톱티어 벤처캐피탈(VC)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 영토 확장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특히 LB인베스트먼트는 설립 초부터 중국 딜소싱에 집중했다. 지리적 이점은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 속도 면에서 가장 빨리 성장했기 때문에 테스트베드로 최적이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중국을 토대로 동남아, 인도, 미국, 영국 등 북미시장까지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기업공개(IPO)를 발판으로 삼고 대형펀드를 추가로 조성해 해외투자 영역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2007년 중국 진출, 차이나·크로스보더 펀드 연속 운용
1996년 LB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인 LG창업투자 시절부터 해외투자를 집행했다. LG창업투자는 KTB네트워크(현 다올인베스트먼트) 다음으로 해외 투자 역사가 긴 VC다. LG전자, LG전선이 지분 50%씩을 보유했다. 1999년부터 캐나다 아이소메트릭, 미국 엑시오커뮤니케이션(CMDA) 등에 투자했다. 엑시오커뮤니케이션은 미국 네트워크 장비 전문기업 시스코에 1억7000만달러(한화 약 2000억원)에 성공적으로 매각됐다.
딜소싱 출발부터 ‘인바운드, 아웃바운드상’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LG그룹의 자원을 십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룹의 후광효과를 앞세워 현지 투자 네트워크를 쌓기에도 유리했다. 해외기업들 입장에서도 국내 진출과 LG그룹 계열사와 사업적 시너지를 노리는 니즈가 있었기 때문에 LG창업투자로 딜이 모였다. 이 과정에서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 공을 들였다. 미국은 알토스벤처스, 중국 레전드캐피탈 등과 동반 투자에 나섰다.
해외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첫 번째로 낙점한 시장은 '중국'이었다. 2007년 상하이에 현지 사무소를 열었다. 당시 국내 벤처기업은 제조업이 주류였던데 반해 중국에서는 플랫폼, ICT 기업들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산업 트렌드가 한 발짝 빠른데다 테스트배드로 최적화된 대규모 시장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한국과 달리 기업 간 M&A 시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대규모 해외 IPO도 이뤄졌다. 투자금 회수가 수월하고 일시에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도래했지만 LB인베스트먼트는 오히려 기회로 봤다. 벤처투자의 큰 축인 중국에서 신산업 변화가 일어났다. 제조업보다는 ICT, 플랫폼, 딥테크 등으로 산업 트렌드가 바뀌고 있었다. 변화를 빠르게 목격하며 '벤처투자' DNA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LB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당시 대주주도 ㈜LB로 변경됐다.
상해사무소 출범 초부터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같은 해 370억원 규모로 결성했던 LG차이나펀드1호는 중국 투자에 주력하는 펀드였다. 주요 포트폴리오는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피피스트림(PPStream)', 소셜 미디어 서비스 '북경육간방과기유한공사(6.cn)', 소프트웨어 기업 '유유춘(UUCUN)' 등이다. 피피스트림과 유유춘은 2013년 중국 인터넷 포털 기업인 '바이두(Baidu)'에 인수합병(M&A)되면서 기념비적인 회수 성과를 기록했다.
중국 1호 딜은 현지 2위 IPTV 서비스 기업인 피피스트림(PPStream)이다. LB인베스트먼트가 2008년 4월 49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피피스트림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바이두에 M&A되면서 LB인베스트먼트는 230억원을 회수했다. 멀티플은 5.7배에 달했다.
2013년 상해사무소를 법인 전환했다. 이후 미래창조LB선도기업투자펀드20호(1159억원), LB글로벌익스펜션투자조합(815억원) 등을 이용해 투자를 이어갔다. 글로벌향 역외펀드를 따로 조성하지는 않았고 대형펀드를 이용해 20% 내외로 딜소싱에 나섰다.
LB인베스트먼트는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이후 총 1152억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8건의 IPO와 M&A 투자성과를 거뒀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상해사무소 개설 이전부터 중국 스타트업 실사에 직접 참여해 해외투자 전략을 세운 인물이다.
박 대표는 "전세계 벤처투자의 양대축 중 하나인 중국 시장은 당시 성장속도와 규모면에서 매력적이었고 과거 신중한 투자 결과 회수 빈티지를 잘 쌓았다"며 "축적된 해외투자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동남아지역의 테크투자와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미국, 유럽 투자를 실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사무소 개설 예정, 북미·유럽 딜소싱 토대 초점
중국시장에서 해외 딜소싱 기초체력을 기른 LB인베스트먼트는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동남아를 비롯한 북미, 유럽으로 투자 지역을 확대한다.
먼저 싱가포르 사무소를 신설할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동남아 벤처투자의 전진기지이자 넥스트 중국 시장으로 손꼽힌다. 해외 투자 중심추가 중국에서 싱가포르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2호 해외사무소로 싱가포르를 낙점했다.
최근 글로벌 큰손들은 벤처투자 혹한기에도 아시아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싱가포르가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대안으로 부상한 데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동남아시아 서비스 산업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실제로 KPMG 싱가포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핀테크 투자 규모는 418억달러로 미주 지역의 394억달러를 앞질렀다.
다만 해외 딜소싱과 역외펀드 조성은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라는 게 LB인베스트먼트 측의 설명이다. 26년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신중한 딜소싱을 통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현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중국 진출처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투자기업을 심도 있게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등 투자 여건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현지 투자와 더불어 국내 벤처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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