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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사 엔데믹 적응기]CJ대한통운, 빛 보는 글로벌사업 효율화 전략④2021~2022년 22개 해외법인 정리… 신성장시장은 법인 및 사무소 신설

강용규 기자공개 2023-03-24 09:12:24

[편집자주]

택배사들에게 엔데믹은 위기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해제로 대면 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택배 물동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세워졌던 물류의 국경 장벽을 허물고 있는 만큼 엔데믹은 글로벌 차원의 기회이기도 하다. 더벨은 위기와 기회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택배사들의 중단기 경영전략과 재무현황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1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대한통운은 미국, 중국, 인도 등 35개 나라의 112개 법인을 통해 글로벌시장에서 종합물류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글로벌사업부문의 주요 사업은 CL(계약물류)이나 포워딩(물류 주선) 등이다.

CJ대한통운을 포함해 국내 택배 빅3(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글로벌사업은 수익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다만 CJ대한통운은 글로벌사업부문의 역량 강화를 위한 설비투자를 지속하는 한편으로 수익성을 고도화하는 시도를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점차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 저수익 해외법인 정리, 글로벌사업 수익성 변곡점

CJ대한통운은 2022년 글로벌사업부문에서 매출 5조5429억원, 영업이익 969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8%, 영업이익은 50.4%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도 1.3%에서 1.7%로 0.4%p 높아졌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 글로벌사업부문이 보인 수익성 호조의 근거를 2021년의 해외법인 정리에서 찾는 시선이 많다.

2010년대 CJ대한통운은 국내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로 물류사업의 폭을 넓히기 위해 해외법인 확대에 열을 올렸다. 2011년 8개에 불과했던 CJ대한통운의 해외 종속법인은 2019년 130개까지 불어나 있었다. 2020년에도 이 숫자는 유지됐다.

이와 같은 해외법인 증가세는 2021년 강신호 대표이사의 선임과 함께 제동이 걸렸다. 강 대표는 그룹에서 손꼽히는 경영기획 및 전략 전문가로 CJ프레시웨이와 CJ제일제당의 대표(식품사업부문)를 거치며 수익성을 중시하는 전략을 통해 성과를 낸 경영자다.

강 대표 체제에서 CJ대한통운은 해외법인들의 수익성을 재점검한 뒤 적자를 지속하고 있거나 수익성이 낮은 해외법인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2021년 한 해에만 20개의 해외법인이 CJ대한통운의 연결 종속법인에서 빠져나갔다. 2022년에는 싱가포르 법인 CJ로지스틱스 콘팩, 중국 법인 상하이 CJ프라이트 포워드 2개 법인이 청산 절차를 밟았다.

CJ대한통운은 포트폴리오의 효율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해외법인 역시 매각을 추진했다. 2015년 4550억원을 들여 인수한 뒤 2021년 7338억원에 매각한 중국 CJ로킨(룽칭물류)이 그 사례다.

이러한 '군살빼기' 과정에서 연결대상 종속법인의 감소로 글로벌사업부문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전략화주 및 성장 산업군을 대상으로 집중적 영업활동을 펼치며 수익성과 외형을 모두 잡았다.

◇ 성장시장 공략은 오히려 강화, 신시장 물색도 지속

CJ대한통운이 해외법인을 정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2021년 20개 법인이 매각되는 사이 1개 법인이 설립됐다. 인도네시아의 물류업 법인 PT시노카고 인도네시아다. CJ대한통운은 이전에도 인도네시아에 4개의 물류업 법인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지 이커머스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더욱 힘을 싣는 것으로 해석된다.

동남아시아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이커머스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기준으로 이미 세계 10위의 이커머스시장이 형성된 국가였으며 동남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시장이 크다.

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이커머스시장 규모는 지난해 475억4000만달러(62조2600억원가량)에서 연 평균 10.4%씩 성장해 2027년 786억9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동남아시아 전체의 시장 규모는 1117억9000만달러에서 1992억1000만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스태티스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은 한류 침투율이 높은 만큼 이 지역의 이커머스시장 성장 전망은 곧 한국 제품 역직구 시장의 성장 전망이기도 하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대응해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단지에 위치한 국제특송센터(ICC)의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루 3만5000박스의 해외물류 처리량을 올해 안에 하루 6만박스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시도도 병행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앞서 2월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폴란드를 유럽 물류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삼고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물류사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폴란드는 유럽의 전통적 생산기지로 자동차와 배터리 등 한국 제조기업이 여럿 진출해 있다. 특히 브로츠와프는 폴란드 남부 최대 공업도시이자 물류 중심지로 독일, 슬로바키아, 헝가리, 우크라이나 등과 인접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공장이 위치한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이 폴란드로의 방산수출을 잇따라 성사시키는 등 폴란드를 향하는 물류는 수요 업종의 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2월 현대로템의 K2전차 초도 수출물량 10대를 폴란드로 운송하는 등 이미 신수요 공략의 발걸음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폴란드 이외에도 루마니아 등 복수 국가에서 K-방산 도입이 논의되는 중"이라며 "CJ대한통운에게 폴란드 사무소는 단일 국가를 넘어 유럽 권역의 발판 역할을 하는 물류 거점으로서의 가치가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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