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손에 달린 IPO 빅딜]LG CNS 공정가치, 맥쿼리 엑시트 '마지노선'은 넘었다상장 시동은 아직… "공정가치가 IPO 성공 담보하지 않아"
최윤신 기자공개 2023-03-27 13:18:44
[편집자주]
재무적투자자(FI)들이 IPO 시장 빅딜의 공을 쥐었다. 엑시트의 길이 막히며 갖게 된 불행한 주도권이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 높은 가치로 투자한 기업들이 현재의 시장에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상장 후보기업과 투자자의 이야기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3일 14: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 CNS가 올해 상반기까지 상장 절차에 나서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주관사를 선임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2022년 상장을 마무리짓는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뒀지만 좀처럼 상장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다.상장 밸류에이션의 마지노선은 재무적투자자(FI)인 맥쿼리자산운용의 엑시트를 담보할 수 있는 가격이다. 2020년 지분을 매각할 당시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보장해주기로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기업 가치가 보장해줘야 하는 수익률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IPO 성사 자체가 불가능하진 않을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적시에 IPO를 추진하는 게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아직 남은 시간은 많지만 시장 외적인 변수로 타이밍을 놓칠 경우 스텝이 꼬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 지분 공정가치, 보장 수익률 넘어서
LG CNS는 지난해 5월 IPO를 위한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렸다. 당시만 하더라도 해가 지나기 전에 상장에 돌입할 거란 전망이 나왔는데, 이후 1년이 다 돼 가도록 IPO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LG CNS가 PE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후 쉽사리 상장에 나서지 못하는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 상황에 처해있다고 바라본다. 증시 침체로 인해 맥쿼리자산운용에게 약속한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는 가격을 받기가 불가능하고, 이로 인해 IPO에 시동을 걸지 못한다는 시각이다.
맥쿼리자산운용은 2020년 4월 특수목적회사(SPC)인 크리스탈코리아 유한회사를 통해 ㈜LG가 가졌던 LG CNS의 지분 약 35%를 취득했다. 지분의 거래가격은 1조원 가량이었다. LG CNS의 기업가치를 약 2조8600억원으로 평가한 셈이다.
㈜LG가 LG CNS의 지분을 매각한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총수일가의 지분율 20% 이상인 회사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가진 자회사에 대해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적용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LG그룹의 시스템통합(SI)회사인 LG CNS가 그룹 일감을 수행하기 위해선 ㈜LG의 LG CNS의 지분율을 50%아래로 낮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LG는 크리스탈코리아에 지분을 매각하며 특정 수준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일정사유’ 발생시 ㈜LG가 크리스탈코리아가 보유한 LG CNS주식 매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와 크리스탈코리아가 ㈜LG에게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주주간 계약에 담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일정 사유가 5년내 IPO 조건을 뜻한다고 추정한다.
어느 정도의 IRR을 보장하기로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해당거래와 관련해 ㈜LG가 파생상품 손익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통해 대략적인 상황을 짐작할 순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LG는 크리스탈코리아와의 주주간 계약과 관련해 “투자자의 일정수익률에 미달하는 경우 그 부족분에 대해 투자회수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약정을 체결하고 있다”며 “당기 말 해당 옵션에 대한 공정가치 99억원을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으로 인식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탈코리아가 보유한 LG CNS 지분의 지난해 말 기준 공정가치가 콜옵션의 행사 가격보다 소폭 높다는 얘기다. ㈜LG는 사업보고서에서 비상장주식의 공정가치를 현금흐름할인모형을 사용해 측정한다. 미래현금흐름 추정과정에서 주관성이 개입되지만 시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절대가치 평가 방법이다.
LG CNS의 공정가치는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보장해주기로 한 가격에 미치지 못했었다. ㈜LG는 지난해 말에는 동일한 옵션과 관련해 390억원을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부채로 인식한 바 있다. LG CNS 지분의 공정가치가 크리스탈코리아에 행사하는 콜옵션 행사가격보다 낮았던 셈이다.
◇ 상장 성사 관건은 '타이밍'
FI가 기대한 수익률 이상으로 기업가치가 성장하고 있는 점은 IPO를 추진하기에 긍정적 신호라는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아직 상장 마지노선 이상의 가격에서 공모를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 밸류에이션은 상대가치평가를 따르고 공모가격에는 할인이 적용되는 만큼 IPO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실패 없이 공모를 추진하기 위해선 시장 상황이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물론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5년 내 IPO 추진을 약속했기 때문에 아직 2년이란 시간이 남은 셈이다. LG CNS의 성장이 이어지고 대형주가 상장할 수 있는 공모주 시장이 형성된다면 충분히 증시 입성에 성공할 수 있다.
다만 시장 외적인 변수로 인해 타이밍을 놓친다면 증시 입성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높은 밸류에이션에 집착하다 LG CNS가 적절한 타이밍에 상장을 추진하지 못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맥쿼리자산운용 입장에선 IPO보다 다른 방식의 엑시트를 선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과정에서 35%의 지분을 모두 떨어내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IPO를 통한 엑시트에는 불확실성이 남는다”며 “IPO를 통해 큰 폭의 밸류업을 할 수 없다면 제 3자에게 수익률을 보장받고 지분을 넘기는 방식이 유리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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