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논란으로 본 금융 지배구조]사외이사 '독립성' 의구심 배경 여전한 '내부 입김'⑦'사무국·사추위' 추천 후보 상당수…선임 후 평가는 대부분 '최고점'
최필우 기자공개 2023-04-04 07:10:05
[편집자주]
공공성을 앞세워 정부와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올바른 지배구조를 갖추고 정해진 제도 안에서 정도경영하라는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 CEO 교체는 물론 이사회에도 칼날을 겨눠 위기감이 높아졌다. 금융지주사들은 태동 이후 가장 큰 지배구조 격변 앞에 서 있다. 더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현주소를 살피고 정부와 금융당국이 문제삼는 지점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7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은행 공공성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금융 당국은 사외이사가 서로의 연임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CEO의 장기 근속을 뒷받침한다고 비판한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외부 자문기관에 맡겨 독립성을 담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사회사무국이나 이사회의 내부 입김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사외이사 평가 방식도 현 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최고점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는다. 사외이사들의 행적을 상술해 객관성을 갖추려 하지만 상호 평가 방식의 한계는 분명하다.
◇7개 금융지주 후보군 '757명'…사무국·이사회 추천 비중 '40%'
7개 상장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BNK·DGB·JB)가 최근 공시한 2022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총 757명 규모로 사외이사 후보군이 꾸려져 있다.
이중 외부자문기관(서치펌)의 추천을 받은 후보가 434명으로 가장 비중이 크다. 이어 이사회사무국 또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추천을 받은 후보가 311명으로 뒤를 이었다. 주주의 추천을 받은 후보는 12명으로 가장 적었다.
외부자문기관 추천은 사외이사 뿐만 아니라 CEO 후보군을 꾸릴 때도 쓰이는 방식이다. 금융지주 내부 조직만 활용할 경우 후보 풀은 그룹 내 인사 또는 내부 인사의 인맥 중심으로 구성될 수 밖에 없다. 이해관계가 없는 서치펌에 후보 추천을 맡기면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외부자문기관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130명의 사외이사 후보 전원을 서치펌 추천으로 구성했다. 내부 조직이나 현 이사회 구성원이 추천하는 후보는 후보군에 단 한명도 없었다. KB금융 이사회가 비교적 독립성 시비에 휘말리는 빈도가 적은 데도 이 같은 추천 경로가 한몫한다.
신한금융, 하나금융, DGB금융도 외부자문기관 추천 후보 비중이 가장 높다. 신한금융은 150명으로 75%, 하나금융은 81명으로 51%, DGB금융은 55명으로 75.3%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금융 후보군 형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은 이사회사무국이다. 164명의 후보 중 67.1%에 해당하는 110명을 이사회사무국이 추천했다. 이사회사무국은 그룹 내부 조직으로 이사회의 원활한 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원을 넘어 이사회 구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BNK금융도 지원부서의 추천이 가장 많다. 69명의 후보 중 52%인 36명을 지원부서가 추천했다. 하나금융 지원부서 추천 후보는 66명(41.5%)으로 외부자문기관의 뒤를 이었다.
이사회사무국을 비롯한 지원부서 뿐만 아니라 사외이사들의 후보 추천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JB금융 후보군 22명 중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추천이 77.3%(17명)를 차지했다. 신한금융도 사외이사및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추천 후보가 33명으로 23.6%를 차지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사외이사가 추천한 후보는 각각 12명(7.5%), 10명(6.1%)다.
◇50명 중 44명이 평가점수 '만점'…객관적 검증 미흡
7개 금융지주에는 지난해 총 50명의 사외이사가 재직했다.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보면 50명 중 88%에 해당하는 44명은 최고점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KB금융 사외이사 7명 전원은 매우 우수로 평가됐다. 하나금융은 8명에게 모두 5개 평가 기준에서 최고수준 평가를 내렸다. BNK금융은 6명, DGB금융은 5명, JB금융은 6명이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S를 다 같이 받았다.
나머지 금융지주도 전원 만점이 아니더라도 최고점에 근접한 점수를 줬다. 신한금융은 4가지 항목에 대해 평가했다. 11명의 사외이사 중 6명이 4개 분야에서 최고수준 평가를 받았다. 최고수준 3개, 기대수준 1개 평가를 받은 사외이사는 2명이다. 나머지 3명은 최고수준 2개, 기대수준 2개를 획득했다.
우리금융은 4개 항목에 점수를 매겼다. 사외이사 7명 중 6명이 전체 항목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1명이 최우수 3개, 우수 1개 평가를 받았다.
사외이사들의 역량과 별개로 상호 평가 방식이 전반적인 고평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지주 이사회 대부분 사외이사 간 상호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서로의 연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대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데 한계가 있다. 평가를 통해 시의적절한 세대 교체를 유도하고 새 멤버가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별 활동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자세히 기록해 사외이사를 제대로 검증하려 노력하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현행 평가 체계에선 대부분 고득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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