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내셔널을 움직이는 사람들]철강무역 전문가 이계인, 식량·모빌리티 신사업 확대 ‘중책’③통합법인 초대 트레이딩부문장...영업 감각·시황 분석 능력 탁월
정명섭 기자공개 2023-04-03 07:36:54
[편집자주]
2023년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포스코에너지와 공식 합병해 통합 법인으로 출발하는 원년이다. 이번 합병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에서 11번째로 매출(연 41조7000억원)이 큰 기업으로 거듭났다. 합병 후 액화천연가스(LNG) 탐사부터 생산(E&P), 저장, 발전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을 확보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신재생 에너지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종합상사를 넘어 에너지와 식량, 부품소재 등을 아우르는 종합 사업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더벨은 회사의 체질 변화를 이끌 주요 인물들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30일 16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계인 트레이딩부문장(부사장, 사진)은 통합법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양대 축인 상사 업무를 총괄한다. 정탁 부회장, 이전혁 에너지부문장과 함께 회사를 이끄는 사내이사 3인 중 한 명이다.정탁 부회장과 이전혁 부문장이 포스코와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 등 모회사와 주요 계열사를 거친 것과 달리 이 부문장은 대우그룹 시절부터 30년 넘게 상사에서 외길을 걸어온 철강무역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통합법인의 초대 트레이딩부문장으로서 식량사업, 친환경차 부품 사업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실무 때 키운 영업 감각, 임원 달자 잇단 성과 창출로

당시 철강 트레이딩은 대우인터내셔널의 메인 비즈니스였다. 철강제품 품목별로 담당 조직을 둘 정도 부서 규모도 가장 컸다. 입사 성적이 높은 인재들이 배치되는 엘리트 부서이기도 했다. 현재도 포스코인터내셔널 무역부문에서 철강 매출 비중은 77.3%에 달한다.
이 부문장은 실무자 시절을 철강무역에서만 보내면서 쌓은 영업 감각과 시황을 읽는 능력 덕에 사내에서 철강 무역 전문가로 평가받게 됐다. 이 부문장의 성과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건 임원 승진 이후부터다. 그는 2006년에 상무보 승진과 함께 튀르키예 이스탄불지사장으로 발령받는다. 그는 튀르키예뿐 아니라 인접 국가인 루마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등을 수시로 오가며 무역액 확대에 집중했다.
당시 튀르키예 서쪽에 있는 이슬람국가 아제르바이잔에선 대우 브랜드를 단 시내버스를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이 부문장이 지사장에 부임한 이후인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총 1300대를 공급한 성과였다. 일반용 시내버스 모델뿐 아니라 고급 저상버스 모델까지 포함해 총 1억2000만 달러 규모다.
이는 현지에서 한국산 버스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동시에 대우인터내셔널이 추진 중인 자원 개발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버스 공급은 2008년 당시 이명박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였던 한승수 총리의 중앙아시아 4개국 순방 성과 중 하나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 부문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에 인수된 이후인 2012년에 신설된 에너지강재본부장의 초대 본부장을 맡았다. 당시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과 합병 시너지를 위해 조직개편을 추진 중이었다. 포스코는 API강재, 파이프 등 자원을 운반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강재가 향후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제품으로 판단해 해외 판매를 늘리길 원했다. API강재는 송유관이나 석유 시추 보조재로 쓰이는 특수강이다.
당시 이 부문장은 포스코가 60여종의 에너지강재를 개발하는 데 참여했고, 글로벌 석유회사 쉘과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규모 후판 공급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데 관여했다. 그는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대우로 사명을 변경한 2016년까지 약 5년간 에너지강재본부를 진두지휘할 수 있었다.
그는 2017년 전무로 승진한 이후 물자화학본부장, 부품소재본부장, 철강1본부장(부사장)을 차례로 역임하면서 트레이딩 경험을 넓혔다. 특히 철강1본부장을 역임할 당시 2030년까지 철강 취급량 1700만톤 달성을 목표를 세우고 그룹사 철강 판매 상권 확장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본사와 해외 조직, 포스코 그룹사 등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는 건 사실상 상사 부문을 이끌 차기 리더로 낙점됐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 부문장은 그룹사 철강 수요 견인과 글로벌 철강 상권 확대를 위해 현장 최일선에서 앞장선 성과에 힘입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포스코에너지와 합병한 이후 초대 트레이딩부문장에 올랐다.
◇에너지에 밀린 상사 부문...신사업 확대로 존재감 증명해야
이 부문장은 통합법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출범한 올해 책임이 막중하다. 먼저 기존 포스코인터내셔널 구성원들의 박탈감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에너지와 합병한 이후 비용 문제로 상장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명을 그대로 쓰기로 했지만, 에너지 사업에 더 힘을 쏟을 계획이다.
실제로 회사는 통합법인 출범 전후로 향후 추진할 에너지사업을 집중적으로 설명해왔다. 아시아 ‘톱 10’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여기에는 종합상사가 트레이딩으로만 먹고 사는 시대가 지났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회사의 모태인 상사 부문 직원들의 사기가 꺾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부문장은 상사 부문의 존재감을 지키려면 신사업인 식량이나 모빌리티 부문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30년까지 곡물 취급량을 2500만톤(현재 800만톤)까지 확대하고, 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대상㈜과 전분당 신규 사업에 대한 공동투자 협약을 맺기도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대상㈜에 전분당 생산의 주요 원료인 옥수수를 동유럽에서 수입해 공급해오면서 신뢰를 쌓았다.
또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략 사업 중 하나로 전기차와 산업용 설비 등의 핵심 부품인 모터코아를 낙점했다. 이를 위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노민용 경영기획본부장(부사장)을 자회사인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대표에 선임하기도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트레이딩부문장은 철강뿐만 아니라 식량, 모빌리티 같은 회사 주요 사업분야의 성장을 이끌어야 할 책임자”라며 “(이 부문장이) 이사회에도 참여하는 만큼 신사업 추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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