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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니어링 뉴챕터]중동서 치른 값진 수업료, 달라진 해외플랜트 경쟁력①10년전 중동발 저유가 충격, 변동성 반면교사 '포트폴리오 다변화'

신준혁 기자공개 2023-04-11 10:35:30

[편집자주]

삼성엔지니어링은 10년 세월의 부진을 털고 최근 새로운 챕터를 쓰고 있다. 지난해 연간 수주와 매출, 영업이익 모든 면에서 최대 실적을 냈다. 2010년대 초반 유가 급락에 따른 해외 손실, 저가 수주의 늪에 빠진 상황 속에서도 다국적 석유기업(IOC)을 공략하고 'FEED(기본설계)와 연계한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을 적극 펼친 덕분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삼성그룹의 전략에 발맞춰 친환경과 바이오 플랜트 영역을 넓히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다시 일어서게 된 과정과 향후 미래 전략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6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0년대 중동발 악재에 휘청했던 건설사 중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을 빼놓을 수 없다. 그 해 손실만 조 단위를 냈다. 저유가 충격 속에 해외플랜트 저가 수주 문제가 겹쳤던 탓이다. 해외에 진출한 상당수 국내 건설사들이 비슷한 충격파를 겪었으나 삼성엔지니어링 정도는 아니었다. 주식시장의 당시 표현대로면 삼성엔지니어링 빅 배스 사태는 '공포' 수준이었다.

그랬던 삼성엔지니어링이 10년 만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건설업계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내놓으며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삼성 그룹사 전반으로 쳐도 '가장 잘 나간' 계열사였다. 지난해 연간 수주와 매출, 영업이익 모든 면에서 성장세를 기록했고 주가와 배당가능여력도 상당 수준 회복했다.

과거 경험한 저유가 충격과 유가 변동성을 반면교사 삼아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 덕분이다. 일찍부터 친환경과 바이오플랜트 사업으로 전환하며 반전을 꾀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 등 관계사의 물량을 흡수하며 비화공 경쟁력을 키웠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비화공 키우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제유가 변동성 대응, 친환경·비화공 부문 확장

삼성엔지니어링은 EPC(설계·구매·시공)와 조달, 시운전, 유지·보수관리(O&M)에 이르는 플랜트 분야에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EPC 전문기업이다.

국제유가 상승기 석유와 가스 탐사부터 생산·운반설비 등을 짓는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을 대거 수주했다. 에틸렌 옥사이드(EO)·에틸렌 글리콜(EG), 타스니 에틸렌 프로젝트 등 굵직한 사업을 수행하며 글로벌 엔지니어링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높은 변동성을 거듭하면서 사업 불확실성을 키웠다. 두바이유는 2008년 배럴당 140달러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동 민주화, 신흥국 성장 둔화, 미국과 중동간 경쟁 등으로 인해 등락을 거듭하다 2016년 2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코로나 판데믹 시기 16달러 가까이 급락했고 지금은 반등에 성공해 80달러에 안착했다.
<자료=통계청>
삼성엔지니어링은 2010년대 초 저유가 충격으로 인해 대규모 순손실을 겪은 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동에서 저가수주를 늘린 탓에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영향을 받았다. 2013년 중동에서 손실을 인식한 후 2015년 원가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2013년 말 기준 영업손실은 1조280억원이다. 2015년에는 1조4543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반영했다. 이 기간 발생한 대규모 순손실로 인해 삼성엔지니어링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대대적 어닝쇼크에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추진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1조6156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프로젝트 계약해지와 함께 다수의 국제소송이 겹지면서 사업 동력마저 잃었다. 소송가액은 총 2560억원으로 알제리와 인도, 중동지역 최대 건설사 CCC 등과의 소송에 휘말려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유가 변동성에 대응하고 친환경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매출 비중을 화공에서 비화공으로 옮겼다. 매출 비중은 2009년 말 △화공 71% △환경 16% △산업 13%에서 지난해 말 △화공 47.9% △비화공 52.1%으로 전환됐다.

수주잔고 비중은 2009년 말 △정유 62% △석유화학 22% △가스 7% 수준으로 나타냈지만 지난해 말 △화공 71.1% △비화공 28.9%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화공 비중이 전년 대비 4.8%p 줄어든 만큼 비화공 잔고가 늘었다.

동시에 말레이시아와 러시아 석유화학 플랜트를 수주하는 등 해외 루트를 다변화했고 FEED(기본설계)와 연계한 EPC를 통해 다국적 석유기업(IOC)을 확보했다. FEED 수주 시 EPC 전환 권리를 확보해 추가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말레이시아 사라왁 메탄올과 멕시코 DBNR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 성과다.

◇삼성 미래 친환경 전략 '선봉장'

삼성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선언하자 삼성엔지니어링이 관련 공사를 수행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본사와 멕시코 도스보카스 현장에 직접 방문하며 힘을 실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를 수소와 CCUS(탄소포집·활용기술) 등 신사업을 시작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지난해 EPC사업 방향성을 제시한 후 수소·CCUS·수처리· 친환경플라스틱 등 그린 프로젝트를 확대하는 중이다. 비화공 부문은 산업 생산시설과 인프라 설비, 폐기물 소각, 수처리, 대기오염방지, 바이오 의약품 등 생산설비를 새로 짓는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 물량인 하이테크 사업도 견고하다. 삼선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선전기 등이 발주한 신설공사를 주로 담당한다. 삼성그룹이 디스플레이 산업에 4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삼성엔지니어링도 간접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연구개발과 영업활동은 지난해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10조543억원과 702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4.3%, 39.7%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연간 목표로 세웠던 실적을 모두 달성했다.

지난해 신용등급은 한국신용평가 기준 BBB+등급에서 A등급으로 상향됐다. 한신평이 본평정에서 A등급을 부여한 건 2019년 5월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주가는 52주 최저가 1만8450원에서 회복해 3만2400원까지 반등했다. 5일 종가 기준 3만1600원에 안착했다. 주가가 높아지자 증권가는 일제히 목표주가를 4만원까지 상향했다. 지분 9.0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보유목적을 '일반 투자'로 최근 변경하면서 13년 만에 배당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수주 전망도 긍정적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수주 목표를 다소 보수적인 수준인 12조원으로 설정해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 수주 지역인 중동을 비롯해 아시아와 남미 등에서 신사업 수주를 기대할 만하다. 요르단 정유플랜트와 알제리 PDH/PP, 사우디 아미랄 PKG 등이 수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선 중국과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 경제성장으로 원유 소비가 급증하는 추세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요 수입원인 PTT와 타이 오일 역시 태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6년부터 태국에서 2조원의 사업을 수주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화공과 달리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그린 솔루션 분야를 중장기적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스케일업과 모듈 등 공동개발기술을 활용해 EPC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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