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버리 투자 펀드 전액상각…늑장대응에 유증 불발 800억 자본확충 실패…자금조달 믿은 기관투자자 '당황'
조영진 기자공개 2023-04-10 08:19:39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5일 14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셀리버리 전환우선주에 투자한 펀드들이 전액상각에 돌입했다. 단기 회생 가능성을 낮게 보고 정상적인 펀드 운영을 위해 셀리버리 보통주를 전액 손상처리한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자금조달을 자신했던 셀리버리가 실제로 총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해 주목하는 분위기다.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자산운용은 최근 '현대M멀티-헤지코스닥벤처증권투자신탁1호'가 편입한 셀리버리 보통주를 전액 상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4일 셀리버리의 거래정지 사태에 펀드의 추가설정 및 환매를 연기했으나, 근 시일내 해결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전액 0원 처리한 셈이다.
지속적인 주가하락에 따라 셀리버리 보통주가 펀드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순자산총액 비중은 약 4.84% 수준이다. 전액상각 조치로 인해 '현대M멀티-헤지코스닥벤처증권투자신탁1호'의 기준가는 지난 4일 약 5.0% 하향 조정됐다.
셀리버리의 전환우선주를 편입한 기관투자자 대부분은 이번 주 안에 집합투자평가위원회를 개최해 상각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OD(기한이익상실)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한 만큼, 내부 처리절차에 입각해 원칙대로 전액상각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전액손실을 반영하면서도 셀리버리 측이 자금조달을 제때 실시하지 않았다며 의문을 표하고 있다. 전환우선주를 편입한 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부족 등 여러 이유로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었는데, 사측에서 자금조달을 확신해 비중축소를 중단하기도 했다"며 "불가피한 이유로 자금조달에 실패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사측을 믿고 기다린 투자자들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셀리버리는 감사의견이 나오기 일주일 전에야 키움증권 측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주관해줄 것을 요청했다. 유상증자 발행규모는 당시 시가 기준 약 800억원으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총액인수를 실시하는 증권사 입장에선 실권주 발생시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는 리스크가 있다. 설상가상 감사의견 제출일에 임박해 대규모 유상증자의 주관을 요청받은 만큼, 증권사 내부검토를 실시하기에도 시간이 촉박해 진행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증권사가 이번 유상증자 주관을 포기한 배경에 대해 실익이 없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셀리버리가 기관투자자 추가유치에 실패해 결국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선회한 상황에서 800억원 규모의 신주를 개인투자자들이 전량 받아갈 순 없다는 분석이다.
대량의 실권주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은 물론 큰 폭의 할인발행에도 불구하고 차익실현의 가능성을 낮게 본 것으로 보인다. 셀리버리의 기술력 수준을 떠나 그간 축적된 투자금이 적절히 사용되지 않는 등 오너 리스크가 만연하다는 게 업계의 주된 설명이다.
지난 24일 조대웅 대표는 주주 사과문을 통해 2월 말까지 유동성 부족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잘못을 인정한 바 있다. 3월 들어 셀리버리 측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금조달을 자신했지만 감사의견이 나오기 직전에야 유상증자를 추진해 업계의 신뢰를 잃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추진 이전에 어떠한 자금조달 노력이 있었을진 모르지만 결국 자금조달에 실패해 감사의견 거절까지 이어진 상황"이라며 "향후 기술수출 이후 자금조달을 재추진하겠다고 들었는데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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