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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 손에달린 IPO 빅딜]컬리 '디스카운트' 결단 앵커PE가 '불씨' 살렸다'주당 단가' 30% 낮춘 투자 성사 임박...'추가 투자' 길도 텄다

최윤신 기자공개 2023-04-10 13:13:29

[편집자주]

재무적투자자(FI)들이 IPO 시장 빅딜의 공을 쥐었다. 엑시트의 길이 막히며 어쩔 수 없이 갖게 된 불행한 주도권이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 높은 가치로 투자한 기업들이 현재의 시장에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상장 후보기업과 투자자의 이야기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5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초 상장을 한차례 철회한 컬리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추가 투자를 통해 IPO의 불씨를 되살린다. 상장 철회를 결정한 이후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를 중심으로 추가 투자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현재 1000억원 이상의 펀딩 의사결정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투자가 확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지난 2021년 말 마지막으로 투자했던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가 유연성을 발휘해 진전된 논의가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선 이번 투자가 급격한 시장 변동으로 상장 타이밍을 놓치고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게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1000억 이상 투자유치 마무리단계

5일 IB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현재 1000억원 이상의 투자유치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1월 상장 철회 결정을 내린 이후 기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논의를 진행해왔고, 현재 이 절차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앵커PE를 중심으로 일부 투자자가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내용은 사실상 확정됐고, 다른 주주들에게 동일한 조건으로 투자 의향을 묻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투자는 기존 투자자들이 한차례 IPO에 실패한 컬리의 밸류에이션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신선식품 배송을 앞세운 컬리는 앞서 수년간 빠른 성장으로 유니콘에 등극했고,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기업이 될 것으로 주목을 받았던 회사다. 하지만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나선 지난해 주식시장이 침체하며 상장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결국 올해 초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앞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처럼 계획된 적자 전략을 이어가던 컬리에게 상장 철회는 치명적으로 여겨졌다. 플랫폼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규모를 확장하는 게 핵심전략인데, IPO가 지연돼 현금 조달이 끊기면 확장 전략이 멈춰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20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이 남아있긴 하지만 다시 IPO를 추진할 때까지 캐시버닝 전략을 이어가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현금이 부족하면 성장엔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 일각에선 컬리가 다시 수조원대 밸류로 증시 입성을 노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인 시선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진행되는 펀딩이 한줄기 희망이 됐다. 펀딩이 완료되면 조달금액이 향후 IPO 시점까지 컬리의 성장을 이어줄 수 있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이번 펀딩은 주당 6만원 후반대의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 금액에 따라 포스트 밸류 2조5000억~3조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확정된 투자금액이 1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추가적인 참여 의사가 있을 경우 금액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업계에선 이번 펀딩의 주인공이 앵커PE라고 바라본다. 6만원 후반대의 가격으로 펀딩이 진행될 수 있는 건 기존 마지막 라운드 투자자인 앵커PE의 결단이 없다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앵커PE는 컬리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기 전인 지난해 초 컬리의 기업가치를 4조원에 가깝게 평가하며 보통주 250만4030주를 주당 9만9996원에 취득한 바 있다. 이번 투자라운드 진행에 앞서 기존의 투자 단가 대비 30% 낮은 가격을 인정한 셈이다. 아직 투자 주체들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앵커PE의 참여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투자는 꽉 막힌 듯 보였던 컬리의 IPO에 큰 희망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계획한 에쿼티 스토리를 차질 없게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 뿐만이 아니다. 기준이 되는 몸값을 낮춰 향후 IPO 혹은 추가 펀딩의 가능성도 큰 폭으로 넓혀놓게 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부 FI들이 시장 상황에 대한 유연성을 갖지 않고 원칙만을 고집하며 공멸의 길로 접어드는 경우가 있는데 유연성을 발휘해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에서 앵커PE를 제외한 다른 주주의 결단이 필요하진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투자의 주당 단가는 2021년 7월 투자 유치 가격보다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투자에 참여한 FI들은 6만6148원으로 전환우선주(CPS) 340만8104주를 취득했다.

◇앵커PE, 유증 외 지분 40만주 확보... 2대주주 등극 가능성도

앵커PE는 컬리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2500억원을 투입해 확보한 지분 외에도 추가적으로 지분을 확보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앵커PE가 MKG Asia. Ltd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290만4850주로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250만4030주보다 많다. 유증과 별도로 40만주가량을 확보한 것인데, 컬리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방증한다. 해당 주식을 언제 어떤 경로로 취득했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만약 이번 펀딩에 다른 FI가 참여하지 않을 경우 컬리의 주주구성에서 앵커PE가 차지하는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1000억원을 투입해 주당 6만7000원으로 주식을 사들인다고 가정하면 150만주 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 기존 보유하는 지분과 더하면 약 440만주인데, 이 경우 두 개의 법인을 통해 454만여주를 가진 세콰이어캐피탈에 이어 2대주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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