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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의 뉴 플라이트]후계자 '자격' 증명한 신기종 데뷔②조양호 대신 축하테이프 끊던 후계자, 보잉사와 세대교체 '메가딜' 체결까지

허인혜 기자공개 2023-04-10 07:19:16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6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7년 미국 시애틀 에버렛 공항에는 갓 서른을 넘긴 젊은 조원태 당시 대한항공 상무보가 가위를 들고 서 있었다. 보잉사의 댄 무니 부사장 등 현지 임원들과 함께였다. 그는 대한항공의 핵심 파트너 보잉사 임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축하테이프를 끊었다.

보잉사의 에버렛 공장에서 생산한 3000번째 항공기를 대한항공이 보유하면서 열린 행사다. 대한항공에게는, 또 조 당시 상무보에게는 또 다른 의미도 컸다. 조 당시 상무보는 조양호 전 회장 대신 행사에 참석했는데 그가 조 전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라는 뜻이기도 했다.

2019년 최고 수장 자리에 오른 조원태 회장은 다시 보잉사의 주요 임원들을 만났다. 회장으로서 처음으로 체결하는 대규모 계약을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11조5000억원을 들여 보잉기 30대를 도입하는 메가딜을 진행한다.

이 계약과 함께 대한항공의 '조원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조 회장이 후계자로서, 회장으로서의 자격을 증명하던 자리마다 새로운 항공기가 동행한 셈이다.
2007년 조양호 전 회장 대신 보잉사 3000번째 출고 비행기 도입 행사에 나선 조원태 당시 상무(위)와 2019년 회장으로서 보잉사 관계자들을 만난 조원태 회장. 사진=대한항공

◇초고속 승진한 조원태, 자격의 증명은 '새 항공기'

조 회장은 여느 3세답게 초고속 승진한 인물이다. 스스로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조 회장이 "남들 30년 걸릴 것을 10년 만에 왔으니 3배 열심히 하겠다"고 답할 정도였다.

1976년생으로 2003년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2004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경영기획팀 부팀장으로 적을 옮겼고 이듬해부터 부장, 상무보, 상무B, 상무A, 전무로 매년 승진했다. 2013년 입사 10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초고속 승진의 이면에는 아무리 '로열' 3세이더라도 자신의 자리를 증명해야하는 책무가 있었다. 실무자로서의 역할은 물론 차세대 경영자로서의 승부수도 보여줘야했다. 조 회장이 거쳐온 부문이 자재부와 여객사업본부라는 점에서 새 항공기 도입 전략이 조 회장의 자격을 증명하는 최우선 조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신기종 도입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한 때는 여객사업본부장에 오른 2009년부터다. 여객사업본부는 항공사 핵심 부문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특히 2008년 조 회장이 처음으로 한진 등기이사에 선임되는 한편 그해말 이뤄진 2009년 정기인사에서 상무A로 승진하면서 결정권이 커졌다.

그때부터 조양호 전 회장을 대신해 굵직한 계약서들에 서명했다. 2009년 6월 열린 파리 에어쇼에 조 전 회장과 동행한 조 회장은 이날 프랫앤드휘트니사와 에어버스사 A330-200 비행기에 장착할 엔진 14대에 대한 구매계약을 맺었다. 조 전 회장이 동석했는데도 펜을 든 건 조원태 회장이었다.

신기종 도입 행사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2007년 A380 기내에서 열린 시범비행 행사에 자재부 총괄팀장으로서 참석해 "앞으로도 최고의 기종을 구입해 명품 항공사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도입한 B777-300ER 공개행사에서 당시 상무였던 조 회장은 과감한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비행기 은퇴 무대'에서 젊은 항공사로 변신

회장으로 취임한 뒤 첫 신기종 도입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현대화다. 조양호 전 회장이 체질개선에 성공했지만 한번 등록하면 평균 20년가량을 활용하는 항공기의 특성상 여전히 대한항공은 비행기들의 은퇴 전문 무대였다. 1988년 들여온 한 보잉747기는 2006년에야 말소됐다. 90년대 들여온 기체가 2020년에야 퇴역하기도 했다.

조 회장의 첫 대형 계약으로는 보잉사와의 B787-10과 B787-9 도입 양해각서(MOU)가 꼽힌다. 이 계약은 조 회장이 직접 챙겼다. 조 회장 시대 항공기 라인업의 중축이면서 대한항공이 최신 비행기를 주력 항공기로 삼는 분수령이 될 MOU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B787-9 여객기. 사진=대한항공

B787-10 20대, B787-9 10대로 모두 30대의 신기종이 대한항공의 새 얼굴이 됐다. B787-10기종은 보잉의 최신형 모델이었다. 탄소복합소재를 50% 이상 활용한 비행기로 내구성이 높다. 최근 항공사들이 신규 항공기로 선택할 만큼 여전히 최신으로 취급 받는다. 승객 규모는 최대 330명으로 장거리 중형기에 속한다.

중형기로 꼽힌다는 점에서도 전과 다르다. 초대형항공기로 꼽히는 A380의 최대 탑승인원은 800명 수준인데 B787 기종은 그 절반에 못미친다. 언뜻 효율성이 떨어질 것 같지만 그만큼 가볍고 연비도 좋다. 한번에 최대한 많이 태우는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구식'이 돼가고 있던 때다.

대한항공의 항공기 현대화는 국내 항공기 라인업 재편과 궤를 함께한다. 우리나라 항공사 중 B787-10을 들여온 건, 또 그럴만한 규모가 되는 곳은 대한항공이 유일무이했다. 그만큼 투자도 통이 컸다. 투자 규모는 96억9300만달러, 당시 한화로 11조4000억원 수준이었다. 10대는 리스, 20대는 구매했다. 구매 가격만 7조5000억원이 들었다.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조 회장이 구축한 보잉 787 드림라이너 군단이 주를 이룬다. 보잉사의 737과 747, 777기종도 운영 중이다. 에어버스 기종으로는 A220, A321, A330과 A380을 갖고 있다.

이중 A380, B747 등을 포함한 구형 기체들은 조 회장 시대에 퇴역할 것으로 보인다. 선대 회장들이 들여왔던 보잉707과 보잉727, 에어버스 A300 등은 이미 물러났다. 배턴을 터치한 세대교체 모델들이 조 회장과 동행하는 셈이다.

대한항공의 항공기. 여객항공기인 보잉과 에어라인의 라인업만 포함했다. 사진=대한항공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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