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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에스티 EB, 할증 없고 콜옵션은 걸었다 콜옵션 40% 제시 투자자 모집, 우량 기업 방증 동시에 2세 승계 준비 '포석'

정유현 기자공개 2023-04-13 08:25:25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6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생산 장비 제조업체 에프에스티의 8회차 교환사채(CB) 발행 조건이 눈에 띈다. 자사주를 기초 자산으로 EB를 발행하는 경우 대부분 주가에 프리미엄(할증)을 붙이되 콜옵션은 걸지 않지만 에프에스티는 반대 행보를 보였다.

콜옵션 조건을 걸어 발행에 성공한 점 등이 우량한 기업이라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2세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점 등을 미뤄봤을 때 대주주 측에 유리한 구조를 짰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프에스티는 150억원 규모 8회차 EB 발행을 마무리했다. 교환대상은 에프에스티의 자사주 59만1715주다. 교환가는 할증 없이 최근 주가 수준인 2만5350원으로 결정됐다. 주가에 프리미엄은 없었지만 표면 이자율과 만기 이자율 모두 0%로 책정되는 등 발행사인 에프에스티에 유리한 조건이다.


제로 금리 조건인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에프에스티의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 나는 구조다. 교환가가 할증이 없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거래다. 최근 EB를 발행하는 기업들이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해 최대 20%의 할증을 적용하는 편이었다. EB 발행 후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걷는 경우 투자자들은 엑시트 전략을 고민해야한다.

에프에스티의 EB는 할증이 없기 때문에 주가가 계속 하락하지 않는다면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 할 수 있다. 여기에 교환청구 개시는 발행 후 1주일 후부터다. 투자자들은 이달 11일부터 EB를 주식으로 교환해 주가 흐름을 보다가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신주가 발행되기 때문에 10영업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전환사채(CB)등과 달리 EB는 이미 발행된 주식이 교환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 전환 작업도 빠르게 진행된다.

교환청구 가능기간도 EB 만기 한 달 전인 2026년 3월까지로 사실상 보유기간 언제든 보통주를 손에 쥘 수 있다. 만약 주가가 교환가액보다 하락하는 최악의 경우에도 발행 이후 2년이 경과한 시점에 풋옵션을 행사해 원금 수준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번 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콜옵션을 교환사채의 40%(60억원)수준으로 건 점이다. 인수자의 엑시트에 제한을 걸었지만 투자자를 모집한 것이다. 콜옵션을 일정 부분 가져가면 해당분에 대해서는 발행사의 동의 없이 투자자가 교환청구나 풋옵션 행사가 불가능하다. 콜옵션을 통해 취득한 EB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에프에스티 주식 23만6686주 취득이 가능하다.

발행일 기준으로 콜옵션 취득자가 미정이지만 최대주주 측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할증 없이 발행된 것 때문이다. 교환가에 할증을 하면 회사에 더 많은 자금을 조달 할 수 있다. 더 많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한 것은 다른 목표가 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메자닌 투자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는 무수익 자산으로 이를 유동화 시키기 위해 EB를 발행할 경우 굳이 발행사가 콜옵션을 가지고 가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며 “콜옵션을 걸었다는 것은 우량한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교환가를 할증하지 않았다는 것은 향후 대주주 측의 옵션 행사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프에스티는 장명식 회장의 장남인 장경빈 대표가 경영 일선에 등장한 상태다. 장경빈 대표는 직접 지분을 들고 있지는 않지만 에프에스티의 2대 주주인 시엠테크놀로지의 지분 20%를 들고 있다. 시엠테크놀로지는 장 대표 외에도 장명식 회장의 자녀들과 배우자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승계를 위한 지배력 이양 작업을 위해 시엠테크놀로지가 콜옵션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에프에스티 관계자는 “최근에 주가가 많이 상승한 편이라 할증까지 하면 투자자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금리 조건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며 “콜옵션을 행사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고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고 주주 보호 차원에서 유통을 제한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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