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기술평가모델 ABC]복불복 논란 종식될까...평가체계 '환골탈태'①'깜깜이 심사' 비판에 예비 상장사 불만…표준 모델로 신뢰성 확보 나서
안준호 기자공개 2023-04-12 13:12:23
[편집자주]
기술성 평가는 특례상장 제도의 핵심 절차다. 바이오 벤처기업의 증시 입성을 돕기 위해 만들어 졌으나 IT와 인공지능, 제조 기업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한국거래소 역시 급변하는 산업 흐름에 맞춰 기존 평가제도를 개선한 표준 기술평가모델을 선보였다. 더벨은 새 기술성 평가 모델의 내용을 들여다 보고 예비 상장사에 끼칠 영향을 짚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7일 1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술특례상장과 함께 도입된 기술성 평가는 이제껏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 신규 항목이 추가되고 평가 기관이 늘어나는 일은 있었지만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손질한 경우는 드물었다. 산업 트렌드가 급변한 것과 달리 작동 방식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그간 기술성 평가를 두고 '복불복 게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이유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2월부터 적용한 표준 기술평가모델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안됐다. 표준모델이라는 명칭부터 기관별 평가 품질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거래소가 과거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기관 자율에 맡겼던 기술성 평가…'복불복' 시비 피하지 못해
기술성 평가는 특례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마주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처음인만큼 중요성은 다른 관문 못지 않다. 평가 과정에서 기업이 작성한 기술사업계획서는 향후에도 중요한 자료다. 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는 물론 공모 과정에서 전달할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roy)'의 뼈대가 된다.
중요한 절차였으나 주목도는 높지 못했다. 항목이 바뀔 때면 관심이 집중됐지만 실제 제도의 작동방식은 '블랙박스'로 남아있었다. 평가 배정 방식이나 기관 풀(Pool), 통과 요건 등은 여러 차례 개선되었으나 평가 프로세스에 직접적인 변화는 없었다. 평가 항목이나 시스템 역시 기관별 자율에 맡겼다.
자연히 평가결과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피평가 대상인 예비 상장 기업은 평가 결과가 담긴 요약 보고서만 볼 수 있다. 1~2장 분량이다 보니 구체적 사유를 알기 어렵다. 좋지 못한 결과를 받아든 기업으로서는 더욱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기술성 평가에서도 고배를 마셨던 치매 치료제 개발 기업 아리바이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례상장을 준비 중인 아리바이오는 지난달 두 평가기관에서 'BBB, BBB' 등급을 받았다. 두 번째 평가 이후 임상 진전과 기술이전 계약 체결 성과가 있었지만 유효등급 획득에 실패했다. 회사 측에서서는 BBB 등급을 받은 이유도 제대로 통보받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물론 구체적 평가 내용의 공개가 어려운 이유도 존재한다. 상세 보고서가 외부에 알려질 경우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기 위한 '맞춤형 답안'을 제시하려는 기업도 늘어나게 된다. 기관의 '노하우'인 지표별 가중치와 방법론 등이 노출될 우려도 존재한다. 평가기관이 느끼는 압박이 커져 기술성 평가 자체가 형해화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공개 여부가 신뢰도를 결정하는 척도는 아니다. 기관별 격차를 최소화하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품질을 올린다면 기술성 평가에 대한 시비도 지금보다는 잦아들 수밖에 없다. 거래소가 '표준 모델' 이라는 이름으로 평가제도 전반에 대한 수술에 나선 배경이다.
◇세부 가이드라인 제공·평가기관 피드백 등 거래소 주도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8월 표준 기술평가모델 개발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며 세 가지 주요 목표를 제시했다. ▲정량지표 중심 기본 평가모델과 정성지표 고려한 심화형 평가모델 개발 ▲주요 혁신업종별 평가기준 개발 ▲충실성·공정성 제고를 위한 제반 개선방안 제시 등이다.
연구용역을 맡은 삼일PwC는 이에 따라 항목과 지표는 물론 평가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서도 개선안을 내놨다. 이전과 가장 다른 지점은 거래소의 역할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과거엔 평가를 기관 자율에 맡기고 개입을 최소화했다. 바뀐 제도에서는 평가 시 고려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과 인센티브도 제공하게 됐다.
평가 가이드라인에서는 새 모델의 취지와 평가항목별 정의 등을 기술했다. 특히 기술성 평가의 가장 큰 요소인 기술성과 시장성을 평가할 때 어떤 측면에 주안점을 둬야 하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평가 과정에서 꼭 확인해야 하는 공통 지표, 기관별로 선택 가능한 선택 지표들에 대한 소개도 포함되어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일된 하나의 평가지침을 제시했다기 보다는 각 기관들이 평가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의 성격"이라며 "정성적인 측면에 대한 평가, 기관별 노하우를 활용한 평가 등은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보고서 역시 표준화된 양식을 제공하게 됐다. 상세 목차를 예시로 제공하고 각 중항목마다 총평과 추가 의견을 제시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보고서의 양과 질 측면에서 격차가 존재했다. 같은 기업에 대한 보고서의 분량이 20페이지에서 100페이지 이상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가 결과에 대한 피드백도 추가했다. 각 기관의 등급 분포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참여도와 표준 평가모델 준수 수준 등을 고려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우수 기관을 선정하는 것은 물론 기관별 추천 평가인력에 대해 금전적 포상도 제공할 예정이다.
전문가 풀 역시 거래소와의 협의를 거쳐 확대할 수 있게 했다. 바이오 의약품, 바이오 의료기기 등은 연구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현재 요건(박사학위 소지 등)을 유지했다. ICT와 소재·부품·장비, 사업모델 기업은 실무 경험을 중시해 기술사 혹은 관련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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