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특례상장제도 점검]'표준 모델' 도입, 기술평가 '복불복' 논란 잠재울까③산업별·기술별 지표로 맞춤형 평가…피드백 통해 등급 편차 최소화
안준호 기자공개 2023-01-26 13:58:43
[편집자주]
코스닥 특례상장 제도는 국내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방향성에 대해선 늘 격론이 오간다. 자본시장의 성장 엔진이 되었다는 긍정론도 있는 반면 부실 기업을 낳은 우회 상장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더벨은 도입 18년을 맞은 특례상장 제도의 현황을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9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문기관의 기술평가는 코스닥 특례상장의 핵심 절차로 꼽힌다. 기술평가가 없는 성장성 요건, 이익미실현기업(테슬라 요건) 등이 존재하지만 아직까지는 기술력이나 사업성 평가에 의한 특례상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크다.기관별 평가 결과의 상이함은 물론 평가에 대한 신뢰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평가기관별로 저마다 상이한 지표와 방법론에 따라 평가를 수행하는 것이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기술평가 모델 개발을 위한 외부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현재 연구개발과 현장 의견수렴, 파일럿테스트를 끝내고 2월 1일부터 도입이 예정되어 있다. 평가항목을 단순화하고 업종과 기반 기술에 따라 평가지표를 다양화 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기관별 평가 결과에 대한 거래소 피드백, 인센티브 부여도 시행될 예정이다.
◇1년간 '표준 평가모델' 개발…내달 도입 예정
증권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다음달 1일부터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새 기술평가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지난해 1월 새 기술평가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삼일PwC가 맡아 개발을 마친 뒤 지난해 8월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후 파일럿테스트와 의견수렴을 거쳐 시행을 목전에 앞두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측이 지난해 11월부터 평가기관 등을 대상으로 새 평가모델 안내와 함께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테스트 결과 문제없이 제도 안착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다음달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는 작년 8월 세미나에서 발표한 평가모델이 큰 변화 없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는 7개 기술신용평가(TCB) 기관과 17개 국책기관이 수행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 성장에 발맞춰 평가기관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도입 초기에는 기술신용보증기금,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산업기술평가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5개 기관이 평가를 맡았으나 현재는 24개사로 늘어났다.
양적 성장과 달리 평가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평가 항목의 변화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평가기관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이다. 기본적인 평가 항목은 존재하지만 세부적인 평가지표는 기관별로 상이하다. 가중치도 저마다 다르다. 평가에 참여하는 외부위원 풀(Pool)도 기관 역량에 따라 차이가 크다.
새롭게 도입되는 평가모델은 거래소 주도형의 기술평가 모델이라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기관들마다 자율적 기술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불합리한 등급 편차를 최소화하기 세부 평가지표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표준'이라고 해서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규정이 아닌 권고 성격의 가이드라인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5개 산업·4개 기술별 지표 선택해 '맞춤형 평가'
거래소는 지난해 용역 발주 당시 △신규 평가모델 연구 △혁신업종에 대한 평가기준 개발 △전반적인 개선방안 제시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용역 수주기관인 삼일PwC는 이에 따라 새 기술평가모델을 마련하는 한편 기술평가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내놨다.
평가모델에서는 △평가항목 단순화(35개→18개) △업종별·모듈형 평가지표 △상세 가이드라인 등이 포함됐다. 거래소는 기술평가 신뢰성 제고를 위해 지난 2021년 평가항목을 26개에서 35개로 늘린 바 있다. 다만 시행 후 항목 간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표준 모델에서는 평가항목을 18개로 단순화했다.
업종별·모듈형 평가지표는 표준 평가모델의 핵심 요소다. 산업과 기술 간 융복합 흐름이 강해지며 기존 모델로는 수용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다수 생겨났다. 이를 반영해 표준 평가모델에서는 산업별, 기반 기술별 지표를 만들어 기업 성격에 따라 맞춤형 평가를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산업은 △바이오 의약품 △바이오 의료기기 △IT △제조(소부장) △서비스·기타 등 5개 분류로 나눴다. 기반 기술은 △AI·빅데이터 △실감형 콘텐츠(메타버스) △2차전지·에너지저장장치(ESS) △청정에너지로 나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컨대 지난해 상장한 의료기기 기업 루닛은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흉부 엑스레이 결과를 분석하는 영상분석 솔루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이 기업이 지금 상장하게 되면 AI·빅데이터 기술 지표와 바이오 의료기기 지표를 선택해 기평을 신청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기관 피드백과 인센티브 도입…세부 방안 향후 검토
프로세스 개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평가기관에 대한 피드백과 기관 및 평가 실무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다. 코스닥 특례상장 주무 부서인 기술기업상장부에서 기평 결과를 취합해 개별 기관에 공지할 예정이다. 타 기관은 익명 처리하고 등급 분포만 알려주는 방식이다.
인센티브 부여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우수 기관 선정 및 시상식의 형태를 띌 가능성이 크다. 현재도 거래소는 기업공개(IPO) 우수 대표주사를 선정해 매년 시상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코넥스시장 각각에 대해 별개 평가가 이뤄진다. 선정 기준은 상장실적 등 시장기여도와 IPO 업무 수행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피드백과 인센티브 방안은 사실상 각 기관에 대한 거래소 평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표준 평가모델 도입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현장 실무진의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번 표준모델에 대해 증권가와 산업계의 관심은 적지 않은 편이다. 상장을 계획 중인 기업에게 기술평가는 첫 번째 관문으로 꼽힌다. 기술평가로 받은 등급 결과가 상장예비심사는 물론 공모 과정에서도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평가항목과 구체적 평가지표의 변화는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특허업계 한 관계자는 "업종과 기술에 따라 기업의 성격이 다르다 보니 그간 기술평가는 특허에 대한 정량적 평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새 표준모델은 산업별, 기술별 성격을 반영한다고 하니 정성적 측면에서도 상당 부분 개선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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