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은 지금]본질은 '택배' 아닌 '글로벌 물류'①'잘 나가는' 택배기업 이미지 벗고 종합 물류사 표방…CBE·B2C '낙점'
허인혜 기자공개 2023-04-13 11:37:50
[편집자주]
과거 물류사업이 국내 택배를 중심으로 했다면 최근에는 초국경택배(CBE)와 합종연횡 사업으로 진화했다. 국내 1위 물류 기업으로 꼽히는 CJ대한통운도 큰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직구와 국제 물류, B2C를 표방한 통합 배송 브랜드 '오네'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됐다. 더벨이 체질개선 드라이브에 나선 CJ대한통운의 지금을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1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8년 전, 지금은 생소한 '코렉스마트'는 그때만해도 꽤 앞날이 밝은 매장이었다. 전북에서 대지 1200평에 1호점을 개점했고 영등포에도 두 곳이 문을 열었다. 5년 뒤에는 농수산물 중심의 '대한통운마트'도 들어섰다. 전국에 대형매장을 19곳으로 늘렸다.카탈로그 주문과 인터넷쇼핑 배송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마트는 대한통운의 물류체인을 활용한 할인 매장이었다. 카탈로그와 인터넷쇼핑 배송은 대한통운의 자체 운송망을 활용한다는 목표였다.
잘 나갈 줄로만 알았지만 몇년 뒤 모두 정리해고 대상에 들어갔다. 물류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의문스럽다는 이유였다. 마트는 실패했지만 그래서 물류기업의 이미지가 더 확고해졌다. 201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움직이는 택배의 절반은 CJ대한통운의 물류창고를 거쳐왔다.
그랬던 CJ대한통운이 '택배사'의 이미지를 벗고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종합 물류기업을 표방하며 글로벌 운송업에 팔을 걷었다. CJ대한통운이 집중해왔던, 또 가장 유명한 부문인 택배의 색채를 빼는 이유는 뭘까.
◇'CJ대한통운=택배?' 매출비중 30%
CJ대한통운하면 택배가 대표 사업인 것 같지만 매출 비중을 보면 그렇지 않다. 매출 중 택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이다.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택배사업부문 매출액은 3조6494억원, 비율은 30.1%다. 3년 전만해도 절반을 넘겼던 국내 택배 점유율도 점차 하락세다. 2020년에는 50.1%, 2021년에는 48.3%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45.7%가 됐다.
CJ대한통운이 택배업계 1위가 된 건 대한통운만의 역량은 아니었다. 2000년대 초 택배사업은 인터넷 열풍을 타고 태어난 신생 사업으로 분류됐는데, 한진택배와 대한통운, 현대택배가 고만고만한 점유율로 3파전을 형성했다.
후발주자로 나선 CJ GLS가 급성장하면서 3대장을 위협했고, 마침 위기를 맞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산하에 있던 대한통운이 매물로 나왔다. CJ GLS를 계열사로 둔 CJ그룹이 CJ대한통운을 사들인 뒤 합병을 진행하며 CJ대한통운은 명실공히한 톱 주자가 됐다. 2011년 인수돼 2013년 합병했다.
2011년 19.2% 수준이었던 점유율은 CJ GLS와의 합병 해인 2013년 35.6%로 뛰었다. 2015년 40%를 넘겼고 2018년까지 매년 성장했다. 2019년 멈췄던 성장곡선이 2020년 다시 움직이며 50%가 넘는 점유율을 나타내게 됐다.
2020년 말 기준 택배사업부문의 매출액 비중은 29.7%다. 바꿔말하면 가장 점유율이 높았던 때를 포함해 택배사업이 압도적으로 CJ대한통운을 먹여살린 적은 없다는 이야기다. CJ대한통운이 택배 부문의 새 전략을 세우는 한편 택배 외에도 해답지를 계속 찾아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숨겨진 매출 효자' 글로벌…CBE에 방점
기업의 전략 방향성은 숫자가 답을 준다. 택배사업보다 비중이 높은 곳은 글로벌사업부문이다. 글로벌사업부문의 비중이 40%를 기록하고 있다. 매출은 5조5429억원으로 택배 부문보다 50% 이상 높다. 가이던스 대비 성취율도 글로벌사업부문이 113.8%로 유일하게 목표를 넘겼다. 택배사업부문의 달성율은 89.0% 수준이다.
CJ대한통운은 앞서 말했듯 신사업 발굴에 게을렀던 기업은 아니다. 같이 키웠던 글로벌 사업은 CJ대한통운의 알토란이다.
CJ대한통운은 35개 나라에서 112개의 글로벌 법인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사업부문에서는 현지 CL(계약물류), 포워딩(물류 주선) 등을 주로 담당한다. 2021년부터 해외법인 옥석가리기에 들어가 20곳 이상을 줄였는데 남아있는 곳에 집중하며 매출액과 영업이익, 이익률 모두 늘었다.
법인 성과에 더해 최근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 부문은 해외와 국내를 잇는 물류업이다. 특히 초국경택배(CBE)가 핵심 사업이다. '직구' 시장이 커지면서다. 과거의 신사업 확대 실패는 반추해야 하지만 우려할 필요는 줄었다. 30여년 전과 지금의 물류 환경은 천지차이라서다.
좋은 예가 알리익스프레스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알리익스프레스를 이용한 직구를 한 지는 약 10년이 됐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상품은 저렴한 대신 배송이 너무 느려 '산 것을 잊어야 온다'거나, '취미 용품을 샀는데 흥미가 떨어질 때 배송이 됐다'는 등의 우스갯소리가 많았다. CJ대한통운과 협업하며 늦어도 5일 내로 배송이 가능해 졌다.
운송 서비스도 방향을 바꿨다. '오네(O-NE)'는 CJ대한통운 택배 서비스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택배'라는 일반적인 단어 대신 브랜드를 내세운 건 CJ대한통운의 사업 기조가 B2B에서 B2C로 움직였다는 의미다. CJ제일제당 등 B2C 기업에 오래 몸담은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가 진두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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