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배력 남용 제재…원스토어 수혜 받을까 공정위, 앱마켓 반경쟁행위 판단…수수료 저렴한 원스토어, 글로벌 지원이 선결과제
이장준 기자공개 2023-04-13 11:21:29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2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구글의 앱마켓 반경쟁행위에 제재를 내렸다. 플랫폼 독점력 유지를 위해 게임사들이 원스토어에 입점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고 판단해서다. 그동안 저렴한 수수료와 프로모션을 앞세운 원스토어에 게임사가 입점하지 못했던 비화가 밝혀진 것이다.그러면 원스토어는 이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당장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구글이 이에 대해 불복하고 행정소송에 나설 수 있다. 원스토어 역시 구글을 대상으로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망 사용료' 이슈와 마찬가지로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미 구글이 글로벌 앱 마켓 지배력을 공고히 구축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게임사들이 국내외 동시 출시하는 트렌드를 고려하면 그대로 플랫폼을 유지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다만 판로를 다각화할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원스토어와 게임사 모두 일부 수혜를 볼 수 있으리란 관측도 나온다.
◇공정위, 구글의 원스토어 견제에 제동…행정소송 등 반발 전망
공정위는 11일 구글이 모바일 게임사들의 경쟁 앱마켓 원스토어에 게임 출시를 막아서 앱마켓 시장의 경쟁을 저해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21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앱마켓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모바일 게임 매출 등에 매우 중요한 플레이스토어 1면 노출(피처링) 및 해외 진출 지원 등을 구글 플레이 독점 출시 조건으로 제공했다. 이를 통해 게임사들이 자유롭게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배타조건부 행위의 경쟁법 위반 소지를 의식해 구글은 최대한 은밀한 방식으로 게임사에 독점 출시 조건을 전달했다. 공정위는 원스토어 추가 출시를 원하는 모 게임사와 구글코리아 직원 간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게임사 직원이 "앞으로 파트너쉽에 문제가 없는 거 맞냐"고 묻자 구글코리아 직원이 "여태 좋은 관계 만들어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무너지겠나"라면서도 "다만 애써서 만들어온 'Google-only-partnership'의 평판에 해가 될 수도 있을 텐데"라고 은근히 압박했다.
구글은 회사 내에서도 배타조건부 행위 관련 메일을 삭제하도록 요구하거나 오프라인 논의를 유도하는 등 최대한 배타조건부 행위 관련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구글의 이런 행위는 2016년 6월 원스토어가 출범했을 때부터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한 2018년 4월까지 약 1년 10개월에 걸쳐 이어졌다. 공정위는 약 5년간 조사한 결과를 이번에 발표한 것이다.
이는 원스토어의 매출 하락에 영향을 주고 플랫폼으로서 가치를 떨어트렸다는 평가다. 이 사건 행위로 원스토어의 게임 관련 유료 구매자 수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경우 구매자 수가 약 30% 증가했다.
이는 국내 앱마켓 시장점유율(M/S)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6년 80%였던 구글의 점유율은 2018년 90% 이상으로 올라 독점력이 강화됐다. 원스토어는 5~10% 수준으로 하락했다.
구글은 이와 관련 즉각 입장문을 통해 "일부 모바일 운영체제와는 달리 안드로이드는 개발자들이 앱을 어떻게 배포할지에 대해 완전한 결정권을 제공한다"며 "구글은 개발자들의 성공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오늘 공정위가 내린 결론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추후 서면 결정 통보가 내려지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돌입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원스토어 측은 이와 관련 "오랫동안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행해진 구글의 불공정 행위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합당한 제재가 내려졌다는 점을 환영한다"며 공정위 결정을 반겼다. 이어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독점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경쟁"이라며 "국내 앱마켓과 플랫폼 시장에 올바른 시장 환경이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원스토어가 당시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별도 민사 소송 절차가 필요하다. 이 역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점쳐진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여전한 시장지배력…글로벌 진출도 용이해야 원스토어 경쟁력↑
원스토어는 이를 계기로 국내 앱마켓 M/S와 매출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원스토어 측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원스토어의 저렴한 수수료와 다양한 프로모션 혜택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횡포로 입점을 주저했던 개발사들의 입점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 후발주자인 원스토어는 앞서 2018년 7월 앱마켓 유통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기존 30%의 인앱 결제 정률 수수료를 20%로 인하하고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경우 수수료 5%를 적용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게임 쿠폰을 제공하거나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유저 친화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18년에는 구글의 국내 앱마켓 M/S가 79.7%에 달했다. 애플과 원스토어가 꾸준히 추격하며 지난해에는 68.13%로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는 17.02%, 원스토어는 14.85%의 M/S를 확보했다.
다만 구글의 공고한 시장 지배력은 이미 게임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임사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순위를 기준으로 게임 흥행 여부를 판단하고 유저들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게임사들이 글로벌 진출을 타깃으로 삼는 만큼 국내외에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는 플랫폼인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찾는 측면도 있다. 유통망을 하나로 통일하면서 관리가 용이한 점도 있다. 추후 원스토어의 글로벌 지원이 용이해지면 보다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PC에서 모바일로 플랫폼이 전환될 당시 M/S 격차를 벌리는 압박이 있었고 그 결과물이 현재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선 불공정하다고 볼 수 있다"며 "구글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만큼 이번 조치 이후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요즘에는 특정 앱스토어 하나에만 게임을 출시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면서도 "게임사로서는 플랫폼을 선택할 때 매출 등을 고려해 수수료를 좀 더 볼 듯하다"고 밝혔다.
특히 원스토어의 글로벌 서비스 지원이 본격화하면 입점하는 게임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원스토어는 지난해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했다. 저렴한 수수료 정책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현지 페이먼트를 지원해 기존 사업자들과 차별화를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매출 성장세에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2019년 1351억원이었던 원스토어의 영업수익은 이듬해 1552억원으로 늘었다. 연결 재무제표가 작성되기 시작한 2021년에는 2142억원(연결 기준)으로 영업수익이 증가했고 작년에는 22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 영향으로 앱마켓 시장 규모 자체가 쪼그라들면서 성장 폭은 주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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