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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양약품, 15년만에 '오너-CEO' 체제로…지금이어야 하는 이유 [제약사 넥스트 오너십]정유석-김동연 '투톱'…확실한 2대주주 상징성, 주가조작 의혹 돌파 '과제'

최은진 기자공개 2023-04-21 13:26:03

[편집자주]

국내 제약사들은 창업세대를 넘어 2세, 3세로 전환되는 전환점에 진입했다. 공교롭게도 '제네릭'으로 몸집을 불린 업계가 공통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다. 새로운 오너십을 구심점으로 신약개발·투자·M&A·오픈이노베이션 등에 나서고 있다. 이들 후계자들이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제약사 더 나아가 국내 제약업계의 명운이 갈린다. 더벨은 제약사들의 오너십과 전략 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9일 07:0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승계에도 타이밍이 있다. 오너의 급작스러운 유고가 없다면 회사 실적이 대폭 개선되거나 특별한 히트상품을 내놓는 등 무언가 성과를 자찬할만한 시기가 적기로 꼽힌다. 후계자를 추켜세워주는 동시에 승계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차원에서다.

일양약품은 어느 쪽도 아니다. 대단한 실적이나 특별한 히트상품도 없다. 그럼에도 일양약품의 오너 3세가 등기임원에 오른지 무려 13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부친인 정도언 회장이 이미 자리에서 물러난 지는 10년이 됐다. 이로써 '오너-전문경영인(CEO)' 체제가 다시 구축됐다.

공교롭게도 지금은 일양약품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오히려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이 승계의 적기는 아닐지라도 오너가 대표성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창업세대부터 '공동대표체제', 2세 정도언 회장 2013년 대표 사임

일양약품은 창업주 정형식 명예회장이 1946년 설립했다. 히트상품으로 1971년 내놓은 '원비디'라는 드링크가 있고 이외 놀텍·슈펙트·하이트린 등의 제품을 주력 판매하고 있다. 특히 국산 14호 신약인 항궤양제 놀텍, 국산 18호 신약인 백혈병 치료제 라도티닙(제품명 슈펙트), 4가 플루 백신 테라텍트프리필드 시린지주 등 전문의약품 부문이 핵심 포트폴리오다.

오너십은 정 명예회장을 거쳐 장남 정도언 회장, 장손 정유석 사장으로 이어졌다. 정 회장은 1999년 일양약품 대표이사로 올랐지만 2013년 5월 물러났다. 그의 나이 당시 65세로 경영을 한창 할만한 연령이었지만 갑작스레 경영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정 회장이 물러나게 된 계기에 대해선 딱히 드러난 바는 없다.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게 됐는지도 불확실했다. 다만 급여를 계속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미등기임원으로 올라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식석상에 나선 적은 없다.


그 대신 구심점으로 오른 오너십은 그의 장남 정유석 사장이다. 정 사장은 2011년 사내이사로 취임하고 줄곧 등기임원으로만 지내다가 최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고 대표이사로 올랐다. 1975년생인 그가 36세에 사내이사에, 49세에 대표이사가 된 셈이다.

정 사장은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일양약품 마케팅담당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재경·해외업무 등을 했다. 2014년 전무로 승진하고 2018년 부사장으로 올랐다. 그리고 5년만에 사장으로 승진하고 대표이사 자리도 거머쥐었다.

일양약품의 경영구도는 '공동 대표이사' 체제가 주를 이뤘다. 창업주 정 명예회장이 대표이사이던 시절엔 정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로 경영의 합을 이뤘다. 이후 정 명예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내려오고나서는 정 회장과 전문경영인의 조화로 공동경영 체제를 이뤘다. 2001년 전영재, 2003년 유태숙, 2008년 김동연 대표이사로 전문경영인의 구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정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부터는 김 대표 단독 체제가 이어졌다. 이 기간만 무려 15년에 달한다. 한양대 화공과 출신으로 일양약품 연구소장을 하다 경영진으로 오른 인물이다. 정 사장은 대표이사로 오너-전문경영인의 합이 아닌 사내이사로만 재직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뒷받침 하는 역할을 했다.

◇오너일가 둘러싼 계속되는 '사익편취' 의혹, 오너십 필요한 시점 해석

정 회장의 갑작스러운 대표이사 사임, 오랜시간 유지한 전문경영인 체제, 그리고 갑작스러운 오너십의 귀환. 일련의 과정에 대해 '왜?'라는 의문점이 늘 따랐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은 적은 없었다. 다만 굵직한 변화가 있을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랐던 키워드는 있었다. 오너 개인의 사익편취 이슈.

정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당시엔 연봉 공개라는 재계의 새로운 규제가 막 탄생하던 시기였다. 정 회장은 고액연봉을 피하려는 의도로 경영에서 물러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정 회장은 최근까지도 연간 8억원 이상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공시되고 있다. 경영에 어떤 역할을 하는 지는 드러난 바 없다.


사업보고서에는 회장 급여로 7억여원을 지급한다고 적시한다.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전문성 및 회사 기여도와 근속`년수 등을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업무활동 지원금이 있고 건강기능식품 판매 인센티브로 13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정 사장에게도 비슷한 꼬리표는 있다. 코로나19 연구개발 결과를 왜곡한 주가조작 의혹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일양약품이 자사 신약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48시간 내 70% 소멸시킨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이후부터 오너일가의 지분매도가 빗발쳤다. 이 보도자료로 일양약품은 상한가를 쳤고 2만원대였던 주가는 불과 4개월만에 10만6500원까지 치솟았다.

2018년 정 명예회장의 별세 후 상속받은 정 회장의 모친과 동생들은 이 시기를 틈타 매도에 나섰다. 한마디로 고점에서 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반면 후계자인 정 사장은 이들과는 다르게 주가가 한창 올랐던 2020년이 아닌 주가가 급락한 2021년에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주목할 건 정 사장이 집중매입에 나서기 일주일 전인 2021년 3월 4일 일양약품이 공시를 통해 슈펙트의 코로나19 임상 3상 결과 우수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 공시로 일양약품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고 5만원대였던 주가는 1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정 사장 뿐 아니라 그의 동생인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도 실패 공시가 난 후인 3월 16일 일양약품 주식 2000주를 매입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로써 3%대였던 정 사장의 지분율은 4.08%로 확대됐다. 정 회장을 제외한 오너 2세와 그의 모친 지분율은 총 1.1%에서 0.5%로 축소됐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정 회장의 모친이 주주명부에서 제외되고 정 회장의 동생들의 지분율은 0.9%에서 0.5%로 축소됐다. 정 사장이 부친인 정 회장의 뒤를 잇는 2대주주로 확고한 입지를 갖춘 계기가 됐다.

일양약품의 주가조작 의혹은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김 대표가 나서 관련 사안을 사죄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대표이사에 오른만큼 일양약품의 '대표성'을 갖게 됐다. 특히 오너가를 대변하는 입장으로 오너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구심과 의혹들을 돌파해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업계는 10여년간 경영수업을 한 정 사장이 여론 등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전면에 나서 조직을 아우르고 새로운 모멘텀을 이끌어 나갈 리더십을 보여야 할 때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정도언 회장은 현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정유석 사장의 경우엔 직무변동없이 직급만 승진한 것으로 기존 체제와는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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