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 평가손익 해부]현대백화점, 지누스 손상차손…'빅딜 효과' 언제⑧취득가격 9000억에 못 미치는 '사용가치'…시가는 2000억대로 하락
고진영 기자공개 2023-04-19 07:21:38
[편집자주]
주식과 채권의 가치는 대개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 변동에 따라 돈이 움직이는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은 두 자산이 동시에 급락한 이례적인 해였다. 유가증권의 위기는 기업들이 가진 금융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미국 SVB 사태가 유가증권자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 준 대표적 사례다.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유가증권의 공정가치는 얼마나 등락했으며 재무제표에는 어떻게 인식됐을까. 손익계산서에 나타나지 않는 미실현 손익까지 THE CFO가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4일 13시41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신세계나 롯데백화점과 다소 노선이 다르다. 이커머스보다는 홈인테리어, 패션을 중심으로 공격적 투자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누스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으로 떠들석했던 딜이다. 하지만 인수효과는 기대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실적 악화로 사업가치가 떨어지면서 현대백화점에 손상차손을 안겼다.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2016년 한섬 인수를 기점으로 M&A(인수합병)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과거 보수적인 재무, 투자전략을 고수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5월 진행된 지누스 인수는 재무적으로 적지않은 부담을 감수하고 이뤄졌다.
지누스 거래는 현대백화점이 지분 39.1%를 7747억원에 인수하고, 다시 12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인수합병 규모가 8947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현대백화점은 보유현금 2000억원, 차입금 7000억원으로 자금을 충당했다. 연결 기준 총차입금이 2021년 1조8000억원 수준에서 2022년 3조원으로 급증한 배경이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최대주주로 36.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연결 재무제표에 지누스가 종속회사로 반영된다.
문제는 지누스의 현금창출력이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지누스는 매트리스와 베개, 가구 등을 주력으로 한다. 2014년 소형 박스포장 매트리스와 침대 프레임 제품을 아마존에 입점시키면서 미국 침대 시장에 진출했다. 온라인 판매경로를 개척한 덕분에 2014년 15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가파르게 늘었다. 현대백화점에 인수되기 직전인 2021년에는 1조12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증가했다. 미국 등 글로벌 비중이 96%를 넘는다.
지난해도 매출은 오름세를 유지, 외형 확대가 계속됐다. 그런데 현금흐름은 오히려 나빠졌다. 배경을 보면 우선 영업망을 확장하면서 고정비가 늘었다. 또 글로벌 물류난으로 운임비가 오르고 원자재값도 비싸진 탓에 운전자본부담이 확대됐다.
실제로 지난해 지누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185억원을 기록하면서 음수 전환했다. 재고자산이 약 330억원 늘어난 반면 매입채무는 약 760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게다가 여기서 유형자산 취득을 포함해 800억원 이상을 CAPEX(자본적지출)로 썼기 때문에 잉여현금흐름 역시 -1076억원으로 적자를 봤다. 사업을 해서 벌어들인 돈보다 지출한 돈이 많았다.

지누스 실적 악화는 현대백화점 재무제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별도 재무제표에서 종속기업 투자주식에 대한 회계처리는 원가법, 지분법, 공정가치법 중 하나를 선택해서 적용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원가법을 쓴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최초에 원가법으로 인식한 장부금액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이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이 경우에도 실제가치와의 괴리를 막기 위해 손상징후를 검토하게 하고 있다. 징후가 있으면 회수가능액을 추정해 손상검사를 해야 한다.
현대백화점 역시 손상징후가 있는 지누스와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2개 종속회사에 대해 손상검사를 진행했다. 사용가치와 공정가치 중 높은 금액이 '추정회수가능가액'이 되고 이 수치가 장부금액을 밑돌면 손상차손이 발생한다. 검토 결과 두 회사 중 지누스가 문제됐다.

추정회수가액은 사용가치로 측정했으며 미래 현금흐름과 수익 성장률 등이 기준이 됐다. 이렇게 측정한 지누스의 사용가치가 장부금액에 236억원 미달했고 그만큼이 손상차손으로 반영됐다. 이에 따라 작년 말 지누스 장부가는 취득가격인 8890억원에서 8627억원으로 깎였다.

다만 공정가치(시가)를 써서 추정회수가능가액을 추산할 경우 장부가와의 차이는 훨씬 커진다. 2022년 연말 기준 지누스의 주당 시가는 3만5000원, 총 시장가치는 2446억원에 불과했다. 취득 당시 가격은 9000억원에 육박했는데 6000억원이 넘게 떨어졌다. 현재 지누스 주가는 작년 연말 이후로 더 하락해 2만원대 후반에서 3만원 수준을 등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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