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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셀라 road to IPO]고심 거듭하는 1호 상장사, 시장 친화 가격으로 '재도전'⑥한달간 증권신고서 세번 정정…"예술·콘텐츠로 사업영역 넓히려는 시도 주목해야"

서하나 기자공개 2023-04-20 08:21:26

[편집자주]

국내 와인업계 1호 상장사가 탄생한다. 나라셀라는 1990년 설립돼 이른바 '국민와인'으로 불리는 칠레 몬테스 알파를 비롯해 구대륙과 신대륙을 아우르는 1000여종 와인을 국내에 공급하는 주류 수입사다.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온라인·프리미엄 와인으로 저변을 넓히고 나아가 국내 와인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나라셀라의 증시 입성 과정을 짚어보고 상장 이후 모습을 그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9일 1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단순한 와인 수입사의 고집일까. 새로운 길을 걷는 자의 시련일까. 나라셀라의 상장 도전이 한달 후 시장의 판단을 받게 된다.

나라셀라는 최근 한 달 동안 무려 세 번이나 증권신고서를 수정했다. 최종적으로 피어그룹을 완전히 새롭게 세팅하면서 공모가를 약 30억원 낮추고 상장 일정은 한 달 뒤로 미뤘다. 이 과정에서 고 밸류에이션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과연 시장의 판단은 어떻게 될까.

식음료(F&B) 업계에선 나라셀라를 단순히 와인 수입사로 한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현재의 밸류에이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 이런 논리가 받아들여지기엔 '시기상조'란 평가도 있어 공모 흥행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나라셀라는 최근 정정된 증권신고서를 통해 주당 공모가를 2만원에서 최대 2만4000원 사이로 제시했다. 기존 2만2000원에서 최대 2만6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주당 2000원 낮아진 가격이다. 공모 대상인 145만주를 대입하면 최종 공모자금은 기존 319억원에서 290억원으로 약 29억원 줄어든다.

가격 산정 방식에 대한 논란을 의식해 피어그룹도 완전히 새롭게 바꿨다. 우선 와인을 수입해 유통하는 사업구조를 감안해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도·소매업에 해당하는 기업 167곳을 꼽았다. 1차적으로 비내구 소비재 유통 매출 비중이 50% 이상이면서 제조·가공 관련 매출이 없는 추린 뒤 다시 해외 매출 또는 해외 매입 내역이 존재하는 13곳만을 남겼다.

여기에서 다시 한번 2021년과 지난해 매출액이 나라셀라의 5배 미만 혹은 2분의 1배에 해당하는 기업만을 추리면서 국내에선 화장품 유통 무역을 하는 '실리콘투'만이 유일한 유사 기업으로 꼽혔다.

해외에서는 이탈리안 와인 브랜드(Italian Wine Brands S.p.A.), 콤파니아 데이 카라이비(Compagnia Dei Caraibi S.p.A.) 등 이탈리아 와인 도소매사 두 곳이 최종 선정됐다. 국내와 같은 논리로 기업을 추린 뒤 세부 매출 구성 또한 주류 유통 관련 매출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만을 남겼다.

와인 사업의 장및빛 전망뿐 아니라 반대 시나리오도 담았다. 와인은 사치재의 성격을 지녀 경기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침체 및 증시 변동에 크게 영향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와인의 가격 탄력성은 1.457%로 스피릿과 위스키 다음으로 높다. 와인 가격이 1% 상승하면 와인 구매는 1.457%만큼 감소한다는 뜻이다.

나라셀라는 공모자금이 줄어들었지만 도심 물류 센터 구축, 온라인 판매 채널 투자, 와인 문화 공간 조성 등과 관련한 예산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나라셀라의 미국법인 '나라USA'에 대한 투자 예산을 기존보다 줄일 예정이다.

나라셀라는 △신세계L&B △금양인터내셔날 △아영FBC와 함께 국내 4대 와인 수입사로 통한다. 2019년 9.7%던 점유율은 지난해 11.4%로 조금씩 늘고 있다. 단순히 금액으로만 보면 2019년 292억원이던 매입액은 지난해 806억원으로 2.8배가량 증가했다.

나라셀라는 지난해 매출(1072억원) 기준으로 4대 와인 수입사 중 4위에 머물렀지만, 코스닥 시장엔 1등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례가 없다보니 밸류에이션 산정 과정부터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다.

나라셀라를 단순한 와인 수입사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가 F&B 업계에선 계속해서 나오지만 자본시장에서 이런 논리가 아직까지 받아들여지기엔 '시기상조'인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공모 흥행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F&B 업계에서는 레스토랑이나 식품, 주류로 시작한 사업 영역을 예술과 전시 등 문화로 넓히려는 시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도넛 브랜드 '노티드' 운영사 GFFG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GFFG는 최근 잠실 롯데월드몰에 5층과 6층에 약 1124㎡(약 340평) 규모의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이곳은 F&B뿐 아니라 예술 작품과 전시 등이 어우러지는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2015년 설립돼 6년차를 맞은 GFFG는 얼마 전 약 3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단숨에 기업가치 3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업계 전문가는 "와인은 단순히 '주류'로 바라보기엔 너무나 많은 스토리와 확장 가능성을 담고 있다"라며 "예를 들어 지난해 럭셔리 패션 브랜드 '돌체엔가바나'와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와인 '돈나푸가타'가 협업해 '돈나푸가타 이졸라노' 와인을 만든 것처럼 와인을 문화 콘텐츠 및 아트 영역과 접목하거나 확장하려는 시도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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