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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그룹 지배구조 재편]'인위적 자산 분할' 비상장사 지주사 제외 수단 변질 사례④인적분할 후 지주요건 탈피, 공정위 감독 기준점 '애매모호'

신준혁 기자공개 2023-04-24 07:31:54

[편집자주]

우미그룹 지주회사 체제의 정점에 서 있는 우미개발이 최근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고 자회사 우미건설에 넘겼다. 분할로 넘어간 자산의 규모만 1조원에 달한다. 핵심은 이로 인해 '지주회사 요건 해소'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2년 전 합병을 통해 만든 일반 지주회사 체제를 갑작스럽게 무너뜨린 결과가 됐다. 그 배경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0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미개발이 일반 지주회사에서 지정 제외된 것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 지도 주목된다. 기본적으로 대규모 자산을 덜어낸 인적분할 자체를 지주회사 체제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현재로선 일반 지주회사가 자산총액을 조정해 전환 요건을 벗어나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 이같은 행위를 감독해야 하는 공정위 지주회사과는 지난해 재편을 거친 탓에 당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는 어려운 상태로 보인다.

다만 공정위 측도 이번 사례를 좀 더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비상장사에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건 처음있는 일이어서 의미 파악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지주회사 제외만 세번째, 답 못 찾은 지배구조

우미개발의 일반 지주회사 제외는 사실상 처음으로 인적분할을 통해 자산총액 요건을 벗어난 사례다. 일반 지주회사는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경우 해당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일반 지주회사에서 지정 제외된 기업은 30곳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들 지주회사 가운데 인적분할 등 방식으로 자산총액을 자회사로 떼어낸 사례는 전무했다. 대부분 자연적인 자산 감소로 인한 요건 미충족이나 지주비율 감소, 피합병 소멸 등이 제외 요인으로 나타났다.

우미개발은 지난해 말 인적분할 방식으로 자산 1조원 규모의 투자사업부문을 떼어내 자회사 우미건설로 분할합병했다.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4959억원으로 낮춰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피했다. 우미개발은 비상장 계열사만 보유한 덕분에 인적분할 과정도 수월했다. 의도적으로 지주사 회피에 나선 것이다.

19개에 달했던 지분법피투자기업은 무증자 흡수합병을 통해 대부분 우미개발과 한 몸이 됐다. 현재 우미개발의 완전자회사는 지우피엠씨와 첨단건설, 청파건설 등 검단에이비십칠블록PFV 등 4곳 뿐이다. 2021년 말 86%였던 지주비율은 합병 후 5%대로 낮아졌다.

우미개발은 대규모 개발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지주회사를 벗어났다는 입장이다. 우미개발이 지주회사로 존재하는 경우 자회사 우미건설이 리츠나 프로젝트파이낸싱 투자회사(PFV)를 설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보유할 경우 100%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자회사가 다른 자회사 지분을 보유할 경우 50%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PFV나 컨소시엄 사업은 1조원을 웃도는 경우가 많아 우미개발의 자회사들이 지분을 대거 취득하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미개발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개발사업 특성을 반영해 일반 지주회사 체제를 벗어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헀다"고 설명했다.

◇규제서 자유로워진 우미개발, 공정위는 오리무중

재계에선 이번 사례 등을 볼 때 비상장 계열사로만 구성된 지주회사가 분할합병을 악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의 독점규제와 행위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탈(脫)지주회사'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계열사간 내부거래의 고리를 끊고 수직 계열화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를 장려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경영상 부작용을 우려한 탓에 이를 회피하고 있다.

일반 지주회사가 인적분할 후 자산총액을 낮추거나 자회사 합병을 통해 지주비율을 줄이더라도 공정위가 당장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행령 근거도 부족하다.

지주회사의 위법 행위를 감시하는 공정위 지주회사팀은 지난해 9월 팀 단위로 격하된 후 역할이 위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기업집단국 소속 지주회사과는 팀 단위로 축소됐고 과 정원 11명도 5명으로 줄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산감소나 피합병, 상장사 자회사의 주식가치 하락으로 인한 지주회사 변동은 있었지만 비상장사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경우는 본 적이 없어 다시 살펴봐야 한다"며 "비상장 지주회사가 자산총액과 지주비율을 조정해 요건을 벗어나더라도 이를 제재할 근거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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