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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법적 분쟁 뻔한데'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카드' 왜 꺼내나공개매수 가격보다 높은 '매입가격' 걸림돌, 백기사 부재 관측도

임효정 기자공개 2024-10-01 07:09:50

이 기사는 2024년 09월 30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최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을 정당화하며 MBK파트너스와 영풍에 맞설 카드로 이를 꺼내 들고 있다. 회사 측은 자사주 취득을 통해 주주 환원을 실현하고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둘러싼 법적·경제적 이슈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잠재적 리스크에도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낸 데 대해 시장에서는 백기사를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냔 시각도 제기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고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앞서 공개매수를 시작하면서 법원에 고려아연과 그 계열사 및 한국투자증권이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를 매입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와 관련해 조만간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고려아연 측은 주주이익을 근거로 자사주 매입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과정에서 향후 법적·경제적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을 지적한다. 이 같은 부담을 감내하고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낼지 의문이란 시각이 짙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에 대한 정당성은 아직까지 찬반 논란이 많은 이슈다. 고려아연 측에서 자사주 매입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가격이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한차례 가격을 올리며 현재 공개매수가격은 주당 75만원에 형성됐다.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하게 되면 공개매수 가격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사들이는 구조다. 이는 50만원 수준이었던 기존 주가를 감안하면 부담이 큰 가격이다.

법조계에서는 자사주를 기존 주가 수준보다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것은 단순한 경영권 방어를 넘어 주주들에게 실질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사주는 취득 후 6개월간 매각이 금지된다. 자사주 취득 이후 주가가 하락해 정상 가격으로 돌아오게 되면 이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는 주주들에게 환원을 약속하는 자사주 매입이 오히려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이사회의 선관주의 의무에 대한 리스크도 상존한다. 상법상 이사회는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며, 이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익이어야 한다. 이는 추상적인 개념의 이익이 아니라 회사가 명확하게 이익을 볼 수 있는 거래여야 한다는 뜻이다.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는 배임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 결의에 참여하지 않은 이사들까지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자사주 매입 결의가 불투명하게 이루어질 경우 공시 의무 위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 같은 우려에도 자사주 매입 카드를 고려한 것에 대해 고려아연 측이 백기사를 찾는 데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냔 의견이 나온다. 법적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는 사안임에도 자사주 매입을 고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베인캐피탈, KKR, 한화그룹 등이 시장에서 고려아연 측의 백기사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액션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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