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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 현물출자 명암]한전 순손실 '24조'…1조 LH 주식으로 돌려막기②1년새 BIS비율 1.5%p 급락, LH 지분 현물출자 상승폭은 0.1%p 뿐

김서영 기자공개 2023-04-25 07:20:07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의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BIS비율이 13.4%로 떨어지면서 통합산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1조원 현물출자 카드를 꺼내 들며 자본 확충에 나섰다. 산업은행은 주요 공기업 지분으로 현물출자를 받았다. 실질적인 현금 유입없는 현물출자가 진정한 재무 건전성 개선인지에 대한 논란이 생긴다. 해당 지분의 가치 변동에 따라 미래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더벨은 산업은행이 현물출자로 받은 보유 지분의 현황과 경영 방향, 현물출자에 따른 재무구조 변화를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0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산은)은 2015년 3월부터 지금까지 8년간 한국전력공사(한전)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전력의 실적은 산업은행에 그대로 반영이 된다. 한전의 최대주주가 된 초기엔 한전이 조단위순이익을 올리며 산은의 자본 건전성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실적 하락기엔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최근 한전이 24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하자 산업은행 BIS비율은 1.5%p 급락했다. 더욱이 정부와 정치권에서 전기료 인상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올해도 한전의 실적 개선은 어려워 보인다. 한전의 손실에 산업은행의 재무여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타개책으로 내놓은 것은 1조원 규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현물출자다. 1조원 가량의 자본 보강의 효과가 있다. 산은의 LH 보유 지분율은 9% 수준으로 지분법 손익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LH 지분의 자본 건전성 강화 효과는 한전의 자본 훼손 효과를 제대로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 현물출자로 이뤄진 지분의 변동성이 산업은행에 미치는 악영향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다.

◇한국전력 최대주주 산업은행이 얻은 것과 잃은 것

한전은 산은이 최대주주가 된 2015년 이후 3년 동안 조 단위 순이익을 기록했다. 현물출자 첫해인 2015년에는 13조4164억원의 순이익을 나타냈다. 2016년에는 7조1483억원, 2017년에는 1조4414억원이었다. 산은의 지분법 손익도 2016년 2조3518억원을 기록하며 산업은행의 자본 건전성에 도움이 됐다.

당시 정부는 한전의 우량한 수익성을 토대로 산은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보였다. 산은의 BIS비율은 2017년까지 꾸준히 상승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웠다. 현물출자 전 13.5%였던 BIS비율은 2015년 14%를 넘기고 2016년 14.9%, 2017년 15.26%까지 뛰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전의 수익성은 항상 좋지 않다. 특히 한전의 실적은 정부의 판단과 정치적 계산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전기료 자체를 정하는 게 정부의 전기위원회다. 독립적인 기구라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2018년 한전은 1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산은에 영향을 미쳤다. 한전의 적자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전의 순손익은 △2019년 -2조2635억원 △2020년 2조937억원 △2021년 -5조2156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h당 68.87원이던 SMP(전기도매요금)는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6월 129.72원으로 급등했다. 올해 2월 253.56원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정부는 고물가 속 서민 경제 부담을 우려해 전기 요금을 올리지 못하고 있어 한전 적자가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적자 폭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지난해 한전 순손실은 24조4291억원을 기록했다. 산은의 지분율 32.9%에 따른 지분법 손실은 8조372억원이다. 영업외손익 중 지분법 손익(-9조9264억원)에서 한전 손실이 차지하는 비중은 81%다. 지난해 말 산은 순손실은 7조6246억원으로 나타났다.

◇ 팔수 없는 현물출자 지분…LH 지분 효과는 미미

산은에게 한전 지분은 큰 지분법 손실을 안겨 주지만 팔 수 없는 '계륵' 같은 존재다. 공기업 지분이기 때문에 이를 매각해 현금화할 순 없다. 실적이 좋으면 문제 되지 않지만 지분법 평가손익에 따라 손실은 산은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자본비율 개선을 위한 현물출자가 역으로 BIS비율을 끌어내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분법상 한전의 1조원 손실은 산은의 BIS비율을 0.06%p 낮춘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한전 순손실에 빗대 단순 계산해보면 24조원 손실은 산은의 BIS비율을 1.44%p 낮춘다. 산은의 BIS비율은 2021년 14.9%, 지난해 말 13.4%로 1.5%p 감소했다.

정부는 떨어진 산은 BIS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LH 주식 1조원을 산은에 현물출자하기로 결정했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로 BIS비율이 1.5%p 떨어진 것에 비해 1조원 규모의 정부 출자로 BIS비율이 약 0.1%p 상승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LH는 지난해 6월 한전과 함께 사업 수익성 악화 기관으로 지정됐다. LH의 부채가 2021년 말 기준 137조 8884억 원(부채비율 221.3%)에 달해 시중금리 인상으로 금융 비용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서도 LH에 대해 "사업비 회수 등을 통해 재무 안정성 개선 노력이 이뤄지고 있으나 차입 부담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해 6월 말 기준 총차입금/EBITDA(차입금상환능력 지표)는 3기 신도시 등 정책사업 추진에 따라 2021년 말 대비 18.2배 저하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 국면 속 △3기 신도시 사업 △도시 재생사업 △분양형 공공주택 확대로 인해 사업비 지출이 확대될 예정이며 이를 감안할 때 차입 규모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시장은 내다봤다.

산업은행의 LH 지분은 9% 수준이기 때문에 LH의 손익이 산업은행에 반영되지 않는다. 비상장사인 만큼 지분가치가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LH의 재무 상황이 부진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산업은행에 부담이 될 여지는 남아 있다. 산업은행이 LH 지분을 추가로 현물출자 받게 된다면 그 부담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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