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욱의 럭스틸]동국제강 동아줄 럭스틸, 동국씨엠 '드라이브'③유동성 위기 극복 일등공신, 재분할 자신감…B2C·친환경 '미래 먹거리'
허인혜 기자공개 2023-04-24 07:19:35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0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국제강은 2015년 기업의 상징인 페럼타워를 팔았다. 다른 기업들도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 돈이 되는 것은 다 내다팔고, 그중 사옥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동국제강의 페럼타워는 매각 자산 리스트의 제일 아래에 있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매각은 말도 안된다'고 노여워할 만큼 애정이 깊었기 때문이다.사옥에 대한 애정은 당연하지만 그렇게까지 아꼈던 이유 중 하나는 페럼타워가 창업주이자 할아버지인 장경호 명예회장의 가르침을 투영해 새로 지은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장 명예회장은 '동국제강은 철로 시작해 모든 것을 철에 걸어야하는 회사'라 했는데 그 말을 따 이름을 지었다. 페럼타워는 라틴어로 철(Ferro)의 탑이라는 뜻이다.
동국제강은 페럼타워를 매각하는 대신 빈 자리를 유니온스틸로 채웠다. 그만큼 유니온스틸 합병은 동국제강의 '신의 한 수'였다. 30여년간 자회사로 뒀던 유니온스틸을 합병하는 배경에는 럭스틸 등 냉연 부문 포트폴리오를 흡수하고자하는 의지가 컸다. 컬러강판을 필두로 장사를 잘 해온 알토란이 동국제강의 동아줄이 되리라는 예상이었다.
◇인적분할하는 동국제강, '럭스틸 시너지' 신사업 과제로
전망은 적중했고 동국제강은 2016년 6월 일찍 산업은행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졸업했다. 합병은 당시 장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진두지휘했다는 전언이다.
합병 직전인 2014년 동국제강의 연간 매출이 4조원, 유니온스틸의 연간 매출이 1조7000억원이었고, 유니온스틸의 현금성자산도 1000억원이 넘었다. 컬러강판 생산능력은 당시 연산 75만톤(t)으로 글로벌 1위였다.
그랬던 동국제강이 다시 열연과 냉연 사업을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추진한다. 내달 12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6월부터 동국제강은 분할 존속회사인 동국홀딩스(가칭)와 분할 신설회사 동국제강, 동국씨엠(가칭)의 세 곳으로 분리된다.
동국제강이 헤쳐모였던 계열사를 다시 분리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사업 부문에만 초점을 맞추면 전문성과 고도화 추진을 위해서다. 3단계의 전문화 과정을 수행한다.
1단계에서 철강 사업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 신사업을 발굴하고, 2단계에서 물류와 IT 등 그룹사업과 연계된 신사업을 발굴한다는 목표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도 예정돼 있다.
장 부회장의 전공인 냉연 파트는 동국씨엠이 가져가게 된다. 동국씨엠의 대표 내정자도 장 부회장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춘 인물이다. 박상훈 냉연영업실장(전무)로 냉연, 특히 컬러강판과 럭스틸·앱스틸 부문에 천착해 왔다.
장 부회장이 오너 일가이자 장세주 회장과 함께 최고 경영자의 지위인 만큼 냉연 파트의 핸들만 잡지는 않겠지만 냉연 파트에 더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중에서도 럭스틸이 중심이다.
동국제강의 인적분할은 회귀다. 다른 기업들의 인적분할과 달리 본래 쪼개져 있던 부분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작업이다. 사업을 분리하는 방향성도 기존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이 나눠가졌던 열연과 냉연이라는 점에서 전과 일치한다. 짐을 함께 들어야 했던 상황에서 독립 사업체로 양립할 수 있다는 선언이다.
럭스틸은 이미 출범 12년차의 브랜드다. 업력이 길다는 건 여전히 시장에서 필요한 사업이라는 의미지만 그만큼 후발주자들의 침범도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부문도 럭스틸 론칭 후 시장 점유율이 2020년 35%에 이를만큼 성장했지만 최근의 점유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펜데믹 보복소비로 가전 매출이 늘면서 연계 사업인 컬러강판을 필두로 2021년 최대 실적을 냈지만 최근 하락세다. 장 부회장이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를 움츠린 상태에서 모멘텀을 잡는 해'라고 말한 것도 이때문이다.
그런데도 냉연 파트를 나눠 동국씨엠을 출범시키는 데는 기존의 B2B, 내수에 집중했던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 부회장이 언급한 모멘텀을 럭스틸에 대입하면 B2C와 글로벌로 재편된 고객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럭스틸은 본래 기업대 기업 거래인 B2B가 근간이었다. 건축 자재와 가전제품용 고급 컬러강판을 생산하는 만큼 당연했다. 2018년 4월 당진 도성센터가 문을 열며 B2C의 물꼬를 텄다. 도성의 빌딩솔루션센터는 동국씨엠 산하에 속한다.
빌딩솔루션센터에서는 라인패널과 방화문, 메탈패널 등을 제작한다. 2019년 진행된 럭스틸 투어에서 초청한 것도 건축 설계사 등이다. 제품 투어에 기업 관계자가 아닌 건축가와 디자이너 등을 초청하는 것은 2011년 장 부회장이 직접 모객을 챙긴 럭스틸 런칭 행사와 일맥상통한다.
빌딩솔루션센터 건립도 장 부회장이 추진했다. 장 부회장은 2021년 럭스틸 10주년 행사에서 도성센터를 R&D의 거점이자 다운스트림으로 내려가는 통로로 칭했다.
철강 업계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핵심적인 화두다. 장 부회장도 일찌감치 친환경에 초점을 맞췄다. 탄소 배출량 절감은 동국제강의 전사적 사업이지만 럭스틸이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것으로 보인다.
노 코팅과 노 베이킹은 동국제강이 친환경 럭스틸 생산을 위해 추진 중인 방식이다. 코팅과 건조, 가열 과정이 없는 생산이 궁극적인 목표다. 고급 컬러강판을 제작하는 S1 CCL라인이 샌드박스 역할을 했다. 2026년까지 파일럿 사업을 진행하고 2027년에는 양산 설비 투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뿐 아니라 친환경 제품군도 다양하다. 럭스틸 BM-PCM, 럭스틸 BM유니글라스, 럭스틸 바이오와 디플론 등이다. 지난해 말 개발한 럭스틸 BM-PCM은 바이오매스 함량이 60%를 넘는다. 재활용 가능한 식물이나 미생물 등을 열분해 발효시켜 만든 원료다. 종전까지 바이오매스 함량 최대치는 30% 수준이었다.
럭스틸 바이오는 살균과 향균, 항바이러스 기능을 갖춘 철강 제품이다. 제약회사와 병원 등에서 활용한다. 디플론은 대리석이나 원목 등의 천연자재를 구현하는 라미나 강판으로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대폭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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