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21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탈이 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강조하는 것이 바로 ‘전문성’이다. 전문성을 강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벤처캐피탈 창업자의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특정 투자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대부분 사명 앞에 ICT 투자 전문, 바이오 투자 전문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투자 방식에 따른 전문성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M&A·바이아웃 전문, 교수창업 전문, LP세컨더리 전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곳에 투자하는 임팩트 전문 투자사, 특정 지역 투자 전문 벤처캐피탈도 있다.
이같은 전문성은 벤처캐피탈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전문’이라는 수식어를 통해 지향점과 투자의 방향, 목표를 요약할 수 있다. 투자 지향점과 방향성이 뚜렷한 만큼 펀드레이징 전략 수립에도 용이하다.
전문 벤처캐피탈의 발달은 국가의 벤처생태계 수준을 알려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글로벌 스타트업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산업 영역별로 세분화된 전문 벤처캐피탈의 수가 상당하다.
우주 산업 전문 운용사은 물론이고 중장비나 트럭 전문 스타트업에만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이 있을 정도다. 트럭 전문 벤처캐피탈의 경우 폰타날리스파트너스, 트럭스벤처캐피탈 등 대표적인 곳만 10개가 넘는다.
미국에서 산업 영역별로 세분화된 전문 벤처캐피탈이 발달할 수 있었던 건 다양한 출자자 그룹이 있어 가능했다. 긴 벤처캐피탈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벤처캐피탈에 자금을 대주는 출자자 그룹도 다양하고 세분화됐다. 트럭 전문 벤처캐피탈과 같은 특정 산업 특화 운용사의 니즈를 충족해 줄 수 있는 출자자 그룹이 존재하는 셈이다.
탄탄한 스타트업 인프라도 세분화된 벤처캐피탈 발달에 한 몫을 했다. 예컨대 우주 산업 투자 전문 벤처캐피탈인 스페이스엔젤스(SpaceAngels)가 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수백개가 넘는 우주 관련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됐기 때문이었다. 국내의 경우 우주 산업 관련 스타트업도 미미한 만큼 아직까진 세분화된 벤처캐피탈이 발달할 수 없는 조건이다.
"우리나라도 벤처캐피탈 역사가 30년에 가깝기 때문에 스타트업 인프라도 탄탄해졌고 창업자들의 역량도 좋아지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다만 아직까진 스타트업의 수가 부족한 만큼 미국과 같이 전문 벤처캐피탈을 세분화하거나 다양화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최근 한 심사역은 국내의 전문 벤처캐피탈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트럭 전문 벤처캐피탈 같이 세분화된 벤처캐피탈이 발달하는 날이 오길 고대했다. 그때는 한국 벤처캐피탈 생태계가 풍부한 출자자 그룹과 탄탄한 인프라를 갖춘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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