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제약 베트남 CMO, 허승범 회장 레거시 될까 [CAPEX 톺아보기]'건설중인자산' 장부가 5년새 1억→1200억 점프…미상환 사채 656억
임정요 기자공개 2023-05-02 10:35:34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8일 10:5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일제약은 지난 5년간 베트남 점안제 CMO 공장에 공격적인 캐펙스 투자를 단행했다. 오너 3세 경영인 허승범 회장의 뚝심 투자다. 투자과정에서 각종 형태로 자금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베트남 공장은 작년 말 완공했지만 단기간내 수주를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분간 삼일제약의 성장성을 견인할 것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루센티스 시밀러 국내유통, NASH·골관절염 파이프라인의 3상 개발 완료 등이다.
◇미상환 사채 656억…내년 7월 만기 앞둔 16회차 CB 117억 '촉각'
삼일제약은 2018년부터 베트남 호치민시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점안제 CMO 공장 설립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유상증자, 외화차입, 메자닌 발행 등 다각도로 자금을 조달했다.
2018년 말 연결기준 623억원이던 유형자산이 2022년 말 2267억원으로 3.6배 불어났다. '건설중인자산'의 장부금액은 2018년 말 1억원대에서 2022년 말 1200억원으로 뛰었다. 국내 방배동 본사와 안산공장 재평가액을 포함한 수치다. 베트남 공장에 투입한 시설투자금은 약 9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에는 베트남 공장 설립을 위해 발행한 사채의 상환을 위해 또 다시 사채를 찍는, 이른바 밑돌 빼 윗돌 괴는 상황에 이르렀다.
일례로 이달 발행에 나선 21회차 CB가 그렇다. 120억원 규모 CB의 발행 이유로 "베트남 공장 시설투자 및 기발행한 CB, BW 풋옵션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SP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오라이언자산운용, NH헤지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우리종합금융, 미래에셋증권, 하나증권이 투자했다. 이제까지 발행한 메자닌은 모두 표면 및 만기 이자가 0%였지만 21회차 CB에는 처음으로 만기이자 4.5%를 적용했다.
이번 CB까지 합해 삼일제약의 미상환 사채는 656억원이다. 만기가 내년 7월로 목전에 다다른 16회차 CB는 117억8000만원이 미상환 상태다. 이 외 은행에서 차입한 내역으로 410억원의 단기차입금, 665억원의 장기차입금이 있다.
작년 말 기준 삼일제약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3억8000만원에 그쳤다. 이번 CB발행으로 확보한 120억원의 현금 외에도 유동성을 마련해야할 필요가 제기된다.
만에 하나 지금껏 발행한 사채가 극적으로 전량 보통주 전환될 경우에도 오너에게는 골치 아픈 일이다. 이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삼일제약 지분 40%를 가져가게 된다. 최근 무상신주를 획득한 허승범 회장의 지분율은 12.2%에서 7.3%까지 축소될 수 있다.
작년만 놓고 보면 삼일제약 자산총계는 전년대비 57.5% 증가한 3567억원, 부채총계는 43.7% 증가한 2309억원이었다. 부채비율은 183.5%였다.
자산의 주요 증가 원인은 유형자산 1290억원 증가였다. 방배동 사옥 및 안산 공장 등 토지 자산재평가로 인해 647억원이 증가했다. 더불어 베트남 안과 CMO 공장의 건설중인자산 595억원이 증가했다.
부채의 주요 증가 원인은 장단기차입금 374억원의 증가였다. 베트남 공장 투자를 위한 외화시설 차입금 180억원 및 CB 50억원, EB 40억원 등으로 인한 차입금 270억원 증가가 주된 원인이었다.
◇삼일제약 최근 6년 재무성과…아멜리부주 매출에 기대
삼일제약은 작년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대비 33.8% 증가한 1797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0배 증가한 40억원이었고 당기순손실은 전년도 53억원에서 개선된 30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24%였다.
전사업부문 고루 매출이 증가했고 ETC(전문의약품) 주요 품목인 포리부틴(위장관조절제), 리박트(간경변치료제), OTC(일반의약품) 주요 품목인 부루펜시럽(어린이 해열진통제) 매출증가가 영업실적 개선에 일조했다.
삼일제약 경영진은 "2023년도는 베트남 글로벌 점안제 공장 사업, 글로벌 기업들과의 지속적인 파트너쉽, 아멜리부주 레바케이점안액 신제품 출시 등 회사의 미래가 달려있는 중장기 사업 과제들의 성공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베트남 공장의 수주는 아직인 것으로 파악된다. 완공 후 1~2년 내로 베트남과 국내 GMP 인증을 획득하고 그 이후 1~2년 내 유럽과 미국 GMP 인증을 받는게 목표다. 수주는 GMP 인증을 받은 다음의 일이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글로벌급의 시설을 도입했기에 GMP 승인에 자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일제약이 미국의 앨러간, 프랑스의 떼아와 점안제와 관련한 오래된 네트워크를 가진 점도 강조했다.
당장 매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루센티스 시밀러 '아멜리부주(황반변성 치료제)'다. 아멜리부주는 올해 1월 국내 출시했다. 삼일제약이 국내 판매를 담당한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아멜리부주 매출 외에도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부터 기술도입한 NASH치료제 'Aramchol'과 골관절염치료제 'Lorecivivint' 파이프라인의 3상 개발로 빠른 시일내에 모멘텀을 가지고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으로의 확장, 허승범 회장 '레거시' 될 수 있을까
허 회장은 1981년생으로 2005년 삼일제약 마케팅부에 입사했다. 기획조정실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쳐 2013년 사장, 2018년 부회장, 2022년 회장으로 승진했다.
동생인 허준범 상무는 1985년생으로 2009년 삼일제약에 입사해 신규사업팀장, 삼일HnT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8년부터 CHC(컨슈머헬스케어)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베트남 CMO 사업이 오너 3세 형제경영의 레거시로 남을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공장 수주에 시동이 걸리기까지 삼일제약이 유동성 문제를 풀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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