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실적개선랭킹 톺아보기]'해외확장' 구상 원익피앤이, 'M&A 카드' 활용법 눈길①조립부터 후공정까지 ‘턴키’ 경쟁력 확보, '시스템 통합' 집중
윤필호 기자공개 2023-05-08 08:11:05
[편집자주]
한국거래소는 정보데이터시스템을 통해 주기적으로 상장사의 주요 실적 개선 비율을 산출해 '실적개선랭킹' 정보를 제공한다. 더벨은 실적개선랭킹 통계 중 코스닥 상장사의 연간 기준 성과를 뽑아 분석했다. 지난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악재로 사업 환경이 악화됐지만 위기 속에서도 활약한 코스닥 기업의 영업 성과와 지배 구조, 재무 지표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3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장비업체 원익피앤이는 지난해 깜짝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개선 비율은 코스닥 시장 상장사 중에서도 순위권에도 올랐다. 다만 이면에는 꾸준한 인수합병(M&A)을 통한 확장의 효과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간 2차전지 후공정 단계에서 사업을 영위했는데, 조립과 물류라인 공정까지 확장해 턴키수주를 통한 해외 영업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3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이 코스닥 상장사 기준으로 발췌한 2022년 ‘실적개선랭킹’에 따르면 원익피앤이의 개별기준 매출액 개선 비율은 전년 대비 534.8% 증가를 기록하며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는 사업보고서에 나타난 수치와는 사뭇 다르다. 합병 방식에 따라 집계가 갈린 탓이다.
원익피앤이는 2차전지 사업 확장 목적으로 지난 2021년 9월과 12월 테크랜드와 엔에스를 잇따라 인수했다. 테크랜드에 45억원을 투입해 지분 100%, 엔에스는 597억원으로 38%를 각각 확보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엔에스와 흡수합병을 진행했다. 모회사인 원익피앤이가 자회사 엔에스를 합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나 인수한지 1년이 안 된 시점이어서 적격합병 이슈에 걸렸다.
결국 엔에스가 원익피앤이를 역합병하기로 결정했다. 법률적으로 엔에스가 원익피앤이를 흡수합병하지만, 회계상으로는 원익피앤이가 엔에스를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각종 재무제표도 원익피앤이를 기준으로 놓고 작성했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합병의 주체인 엔에스를 기준으로 전년도 매출액과 비교하면서 급증했다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 같은 작업은 원익 그룹의 주도 아래 진행됐다. 그동안 반도체 장비업체를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었지만 2차전지 산업의 성장을 주목하고 확장을 목적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앞서 2020년 원익홀딩스는 피앤이솔루션을 인수해 지금의 사명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2차전지 진출 이후 2021년 테크랜드와 엔에스를 인수하면서 본격적 확장을 추진했다. 원익피앤이는 후공정 단계에 해당하는 활성화 공정에 필요한 충방전장비(포메이션)와 수명을 검사하는 싸이클러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두고 있다. 엔에스는 조립 공정에 해당하는 설비, 충·방전 이후 가스를 빼주는 디개싱(Degassing) 장비 등을 생산한다. 테크랜드는 2차전지 물류라인 조립공정에 특화됐다.
계열사가 늘어나면서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합병을 진행했다. 엔에스의 경우 지난해 7월 합병을 진행했지만,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이 당초 한도로 정했던 200억원을 초과하면서 중단했다. 당시 양사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차익을 노린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에 나선 탓이었다. 하지만 한 차례 실패에도 한도액을 400억원까지 늘리며 재도전에 나섰고 성사시켰다.
올해 들어 테크랜드까지 흡수합병하는데 성공했다. 태크랜드는 인수한지 1년이 넘었고 100% 자회사였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했다. 원익피앤이는 합병 기업들과 시너지 강화를 위한 시스템 통합 등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원익피앤이는 2차전지 조립과 활성화에 물류 공정까지 포함한 턴키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일괄 공정 체제로 갖춘 경쟁력은 해외시장 확장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원익피앤이는 미국과 유럽 등 현지에 법인을 세우고 있으며 스웨덴 ‘노스볼트’ 등과도 거래를 따내며 수주를 올리고 있다.
원익그룹은 2차전지 산업을 신규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지배력 약화까지 감수하는 모습이다. 원익홀딩스가 보유한 원익피앤이 지분율은 38.02%였지만 합병을 거치면서 29.56%로 내렸다. 이는 합병비율에 따라 엔에스의 자기주식으로 전환되는 437만7443주를 전량 소각한데 따른 결과다.
원익피앤이 관계자는 “엔에스 인수합병을 통해 조립부터 후공정까지 턴키를 수주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그 사이에 이어지는 물류라인이 필요한데 테크랜드를 인수합병하면서 관련 공정까지 내재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전지 산업군에 속하지만 서로 다른 공정을 갖추면서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각자 업체들이 거래하던 고객사도 추가하는 효과도 거둘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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