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10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러 금융사 수장을 위협했던 DLF(파생결합펀드) 불완전판매 조사를 하다 금융감독원이 씁쓸한 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피해자인 투자자가 "구조를 전혀 몰랐고 판매사 설명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는데 알고 보니 그 투자자는 증권사 파생전문가였다. 뉴스 사회 면을 장식한 '전 재산을 털어 투자한 개인 자영업자'도 물론 있었지만 금융·회계 전문가, 법률전문가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금융권을 넘어 정치권까지 뒤흔들고 있는 차액결제거래(CFD)는 어떨까.
CFD는 사실 아무나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개인이라 하더라도 전문투자자 요건을 갖춰야 한다. '최근 5년중 1년 이상 월말 평균잔고가 5000만원 이상 그리고 금융투자상품 계좌 개설 1년 이상'이 필수 요건이다. 그리고 △직전 년도 소득액이 본인 1억원 이상 또는 부부합산 1억5000만원 이상 △회계사나 감정평가사 변리사 세무사 △투자자산운용사 금융투자분석사 △부부합산 거주부동산 금액 제외 순자산가액이 5억원 이상이라는 요건중 하나가 맞아야 한다. 거기에다 개인전문투자자 심사 신청을 별도로 해야 하고 이렇게 받은 전문투자자의 자격 유효기간은 2년이다. 생각보다 촘촘하다.
이렇게 깐깐한 조건에 불완전 판매 이슈가 끼어들 틈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 투자자는 피해자인 동시에 공모자가 아닐까라는 추론을 한다. 대포폰을 통해 사실상의 차명거래를 허용했다는 점, 더불어 대포폰을 통해 동시 매매가 이뤄진다는 것(주가 조작)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모르고 투자했다고 둘러대기에는 피해자들의 스펙이 너무 화려하다.
CFD 사태에 대한 오해는 또 있다. 이 사태의 시발점이 된 소시에떼제너럴(SG)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사실 SG는 아무런 죄가 없다. 국내 증권사의 주식 포지션을 반대로 받아준 역할만 했을 뿐이다. 단순히 주문만 받아줬고 매도 폭탄이 쏟아졌을 때도 국내 증권사의 주문 요청에 따랐을 뿐이다. 백투백 헤지(back-to-back hedge)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해 빚어진 해프닝에 SG는 억울할 뿐이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CFD라는 금융상품 자체도 죄가 없다. CFD는 현물 시장과 무관한 장외 거래(OTC)이기 때문이다. CFD만으로는 주가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장외 파생거래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자기 손실을 막기 위해 현물 시장에 헤지를 하면서 주가 폭락의 빌미가 됐다. 물론 CFD 주가 조작세력이 현물시장에서도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CFD는 원래부터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상품이고 그래서 공매도(숏 포지션)가 인정된다. 롱과 숏을 동시에 추구하는 헤지펀드들은 공매도(차입 공매도)가 원래 가능했지만 개인들은 불가능했기에 그 기회를 열어줬다. 자본력이 약한 소형 헤지펀드들도 공매도가 가능해지면서 헤지거래가 가능했다. CFD의 순기능도 있다는 뜻이다.
금융상품을 둘러싼 사건 사고는 결국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 사람들이 벌이는 일이다. 신종 상품인 CFD의 취약점을 파고든 주범들, 그 위법성을 이미 인지하고도 눈감은 투자자들, 그리고 이 모든 메커니즘을 위에서 지켜보다 욕망의 고리를 끊지 못한 이들 모두가 공범이지 않을까.
금융상품은 죄가 없다. 사람들의 탐욕이 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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