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09일 08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진양곤 HLB 회장. 국내 바이오업계 인플루언서를 논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최근 은퇴 번복에 이어 복잡한 대관식까지 예고한 업계 아이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불도저 혹은 카리스마 리더십'이라면 진 회장은 '유려함'이 강점으로 꼽힌다.진 회장의 기저엔 '군서박람'이 있다. 진 회장 스스로 생각을 유연하게 만드는 무기로 독서를 꼽기도 했으니 IR 때마다 선보이던 특유의 수사법은 다독의 덤일지도 모르겠다. 한때 HLB 실체 탐사보다 더 많은 시장의 관심을 받은 '킬레가 또 데켕게(꽃이 피면 알 수 있다는 뜻의 힌디어)'란 유행어를 만들어낸 것으로 부연을 갈음한다.
그랬던 진 회장을 이제는 주주총회를 제외한 공식석상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온라인 행보도 마찬가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국에서 빠른 속도로 유튜브를 받아들이고 영상 전면에 나선 것 역시 진 회장의 결단이었다. 작년 9월 이후 진 회장은 그룹 SNS 영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진 회장이 직접 임상 상황 등을 정리해 주주들에게 공유하던 IR 레터는 재작년 9월을 끝으로 끊겼다. 2019년 핵심 파이프라인 리보세라닙 위암 3·4차 치료제 글로벌 임상에서 통계학적 유의미성 도달에 실패하고도 그의 소통에 힘입어 회사는 무너지지 않았다. IR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강조했던 그였던 만큼 온도차는 여실하다.
그룹 차원으로 살펴보면 간암 1차 치료제 임상은 3상을 마무리하고 미 FDA 신약품목허가 신청(NDA) 막바지 단계에 왔다. 기존 위암 임상을 돌이켜보면 IR이 가장 활발해야 할 때인데 진 회장이 일종의 칩거를 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위암을 앞세웠던 HLB의 리보세라닙 첫 상업화 전략이 바둑에 빗대면 불계(不計)로 끝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룹 자체적으로 FDA에 위암 NDA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곤 하나 시기는 미지수, 즉 곤마(困馬)다.
위암 1국은 계가(計家)에 해당하는 NDA 제출조차 못했지만 그룹은 간암 3상으로 2국에 도전 중이다. 다른 약과 같이 쓰는 '병용 임상'을 승부수로 던졌고 3상 결과도 나쁘지 않다. 1차 유효성지표인 전체 생존기간 중간값(mOS)은 25.5개월, 대조군(18.5개월)보다 7개월 더 길다. FDA는 기존 출시약 대비 30% 가량 효능이 개선되면 품목허가를 내 준다.
상대를 홀리는 묘수나 번뜩이는 승부수는 바둑의 묘미다. 다만 불리한 판세를 엎는 앞서의 수싸움도 기실 대국 중반까지만 필요하다. 진 회장의 대외 행보가 그친 배경도 여기에 있어 보인다. 지금은 묵묵한 '끝내기의 시간'이다.
늦어도 내년 초엔 이 치열한 반집 싸움의 결과를 목도한다. 결승 대국은 대개 3판 2선. 지금껏 시장과 업계의 백안시를 견뎌냈지만 '다음은 없다'는 절박함의 발로가 곧 진 회장의 침묵일 테다. 긴 행마의 끝에서 진 회장은 웃으며 시장 전면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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